이번 대선은 감정이 이성을 이긴 대선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정책 실패, 페미니즘 정책 강행, 방역패스 논란, 검찰총장 인사 실패 등의 몇가지 실책들로 단초를 제공하긴 했으나 분명 잘 한 정책들도 있었고 대외적인 국격의 상승 등 긍정적인 결과물을 남긴 정권이었다고 나름 평가한다.
이번 대선결과를 보자. 과거 경제발전이라는 산업주의 향수를 등에 업은 박근혜라는 무지한 여자를 이용해서 본인들의 이익을 챙기려다 실패했던 수구세력들이 이번엔 혐오와 갈라치기를 내세워 다시 한번 정권교체를 시도했고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어찌됐던 결국 성공했다.
윤석열은 지금 당장 승리의 기쁨에 취해 둥둥 떠다닐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알까? 사람들이 자기를 지지해서가 아니라 문재인이 싫어서 본인에게 표를 줬다는 것을? 자기에게 표를 준 그 선택이 이성적인 결정이 아니라 감정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까?
그걸 알 수 있을 정도의, 아니 머리로 알 수는 있을지는 몰라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본인이 감당해내야할 국정운영에 반영해서 이성적으로, 합리적으로 해나갈 수 있을까?
그는 검사 직에 있어서 충직한 면도 있었을 것이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최대한 중도의 입장에서 바라보더라도 선거기간 도중에 비춰진 모습들과 TV토론을 통해 알 수 있었던 윤석열의 모습에서 나는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저 사람이 이 나라 대한민국의 제 1 야당 대통령 후보란 말인가?'
때늦은 아쉬움이지만 사실 홍준표나 유승민이 야당의 대통령 후보였다면 이재명과 홍준표의 정책대결을 보고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느 쪽이 되던 이성적이고 기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야당의 대통령 후보는 윤석열이었고 정치 경험, 선출직으로서의 행정 경험이 전무하기에 어쩔 수 없이 드러날 수 밖에 없었던 모자름은 어쩔 수 없었다고 쳐도, 파격으로 포장된 버릇없음과 독선적인 태도에 일차적으로 실망했다.
정책 대결이 아니라 상대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어 비웃음과 냉소로 일관한 그의 모습에서 나는 윤석열 개인에 대한 실망과 더불어 그를 대선 후보로 내세운 수구세력에 대한 절망을 느꼈다.
'대통령이 잘 몰라도 일 잘하는 좋은 사람들을 뽑아서 쓰면 된다'는 순진하고 단순한 논리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일 잘하는 좋은 사람'을 뽑으려면 결정권자가 어느 정도 알아야 가능하다는 정도는 상식으로 알텐데 말이다.
이미 결론은 났으니 과정은 차치하고서라도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수구세력들은 나라가 어찌되던 상관없이 본인들의 이익보전을 위해 본인들이 뒤에서 조종하기 쉬운 꼭두각시를 내세워 다시 한 번 앞에 내세워 정권탈취에 성공했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인류 역사는 정-반-합의 반복이라고 했던가? 이전 5년에 반해서 새로운 5년이 시작된다.
앞으로 있을 총선이 관건이겠지만 어찌됐던지간에 보수정권(사실 나는 진정한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의 시간이 왔고 민주주의 제도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결의 결정으로 윤석열이라는 새로운 대통령을 받아들여야 한다.
심히 우려되나 그가 지금까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해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다수결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고.
계절은 이제 봄을 향해 달려가는데 윤석열의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에게는 겨울이 왔다. 때아닌 월동준비를 해야하거나 따뜻한 남쪽으로 피난가야 할 수도 있다.
부디 좌냐 우냐로 싸우기만 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는 전진의 시대, 정-반-합의 시대가 오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