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하고 결혼하면서 일본에 산지 5년되는 30대 여자입니다.
10년 정도 오유 눈팅만 하다가 대선 결과 보고 너무 슬픈 마음을 둘 곳이 없어 가입해서 글을 씁니다..
외국에 사는 한국인 입장에서 지난 5년 국격이 많이 올라 정말 행복했습니다. 어렸을 때 외국 나가서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 코리아 들어본적도 없는 표정, 아니면 북한에서 왔냐(;) 이랬던 기억이 있는데 살아가면서 한국이 정말 많이 좋아진 걸 느끼면서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지금 다양한 국가 사람들이랑 같이 일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다들 한국을 알고, 한국 컨텐츠를 사랑하고, 또 이것저것 보면 한국이 여러모로 살기 좋은 곳이구나 생각하면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는 촛불시위를 겪으면서 다시는 저쪽이 정권을 잡으면 안되겠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재외국민 투표때 아무런 고민 없이 1번을 찍었지요... 그리고 대선 결과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외국에 살아서 한국 대선 분위기가 잘 와닿지 않는거겠지만 애초에 박빙이라고 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히 이길줄 알았는데....
결과가 나오고 너무 놀라서 가족들한테 누구 뽑았냐고 물어봤습니다. 우리집은 대대로 진보쪽이었으니까 당연히 1번을 뽑았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처럼 충격을 먹었고, 그럼 좀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물어봤어요.
6070이신 저희 엄마는 2번, 이유는 청년들에게 정부가 너무 퍼주고 있다. 요즘 젊은 애들 보면 뭘 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쉽게 먹으려고만 한다. 그러면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에 2번이다.
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내가 감히 상상도 못할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니까, 뼈를 깎는 노력으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지금 위치까지 간거니까, 엄마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두 살 어린 동생한테 물어봤어요. 동생도 2번이래요(헐..) 이유가 뭘까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참고로 동생도 여자)
조국사태 등 내로남불이 쩐다, 이재명처럼 입이 거칠고 도덕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안된다(찢..? 이게 한국에서 무슨 밈같은건가보죠?;;), 차라리 이낙연이 나왔어야했다, 민주당이 일을 진짜 너무 못해서 견제를 받아야 한다, 코로나도 지금 최악이다(...? 이건 초반에 대응을 잘해서 그나마 다른 나라보다 늦게 온거 아닌가...), 페미를 지원하는 것은 미친짓이다, 자기도 윤이 좋아서 뽑은게 아니다, 새정권도 잘 못하면 다음 대선때 또 심판하면 된다.. 뭐 이런.... 이유들...
정말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 악마들이 정권 잡는거에 투표를...? 저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하고 같은 행동을 해놓고서는 좋아서 뽑은건 아니라고 정신승리하는 건 뭔지...? 대선이 도덕성 1등 뽑는게 아닌데, 욕하는게 저쪽이 정권을 잡는 데 투표할 정도로 큰 문제인건가...? 저기는 그럼 도덕적으로 낫다는거야...? 투표를 하지 말던지 막말로 차라리 허경영을 뽑는게 나은거 아닌가...?
제가 한국에 안살아서 모르는거래요, 살았으면 언니도 그랬을 거래요.
내 동생이 이렇게 뇌가 청순했나.. 나보다 학교도 좋은데 나왔는데...;; 아니면 이렇게 청순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라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인걸까.. 내가 나와사는 요 몇년간 나는 한국 국격이 올라가서 너무 행복했는데, 내가 뭘 잘 몰랐던걸까, 머리가 복잡해졌어요.
일본에서는 대선결과 나오자마자 벌써 한일관계 악화가 너무 오래됐으니 가까운 시일에 만나고 자주 만나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부터(....그럼 진작에 좀 만나지 그랬니...이제 비벼볼만 하다 이거니....), 주말에 벌써 시사 방송에서 독도는 일본땅이고 한국은 일본에 돈받으려고 맨날 역사 얘기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오네요.... 정말 티비를 부셔버리고 싶었네요.
민주주의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자민당 독재나 마찬가지인, 이 잘사는 북한같은 섬나라에 몇년 살면서 기득권 세력이 정권을 잡고, 또 그게 굳어지고, 견제세력이 없고, 자기 이익만을 위해 권력을 쓰면 얼마나 나라가 산으로 가는지 요 몇년간 봐왔어요.
행주쪼가리 같은 마스크를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위해 국가가 수천억원을 써서 우편으로 배포하고, 국제대회에서 종이상자로 만든 침대를 주고, 디지털화를 추진하려고 만든 단체의 장이 도장협회 회장이었고, 코로나 걸려서 입원할 병원이 없고 집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방송하면서도 정부 예산을 쓰면서 온국민보고 여행가라고 캠페인하는 정부(여행업계 수장이 자민당과 관계가 좋음)
애초에 언론에서는 정부 비판을 잘 안하고, 자세하게 나오지도 않아 일본국민들이 모르기도 하지만, 일본사람들이 전부 바보라서, 저게 맞는일이라고 생각해서, 국민들이 동의해서 저러는게 아닌데... 국민들이 반대 하든 말든, 나라가 어찌 되든 말든, 어떻게든 뭐라도 해먹으려고 하는 기득권층의 탐욕이 낳은 결과인건데... 자꾸 한국이 이렇게 될까봐 너무 걱정이 되는거에요... 이렇게 멀리까지 가진 않을거라 믿지만....
누가 봐도 이상한 국정농단 사태로 순순히 권력을 줘버릴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이 다시 그 권력이 손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악착같이 이용할까, 그리고 그걸 놓지 않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이를 갈고 준비했을까를 생각하면 속이 답답합니다. 오죽하면 행정 경험은 전혀 없는 검찰 총장을 데려와서 국가 수장에 앉힐 생각을 했을까...
이미 결과가 나온 이 시점에서 제가 바라는건 정말 한 가지 뿐이네요..
5년 뒤에는 또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할수만 있도록 민주당이 존재감있게 버텨주면 좋겠어요.
일본사람들이 그냥 우경화됐고, 게을러서 투표를 안해서, 여기가 이 모양으로 굴러가는게 아니에요. 야당의 존재가 거의 미미하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국회의원 선거때 야당에 투표를 하더라도 그게 다수가 되어 정권이 바뀔확률이 희박하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포기해버리는 거에요. (물론 한국에 비해 정치적 각성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지만)
일본에서도 2009년에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하긴 했는데, 일을 너무 못한다는 이유로 다시 자민당으로 돌아섰고 그 뒤로 자민당이 쭉 잡고있죠. 전 가끔 이런 생각도 해요, 정말 그때 민주당이 일을 못했을까? 언론이 그렇게 매도한건 아닐까? 그리고 처음 정권잡고 나라를 운영하게 된거니까 시행착오도 있고 변화에 시간이 걸리는 건데, 사람들이 그걸 이해하지 못했던 거 아닐까? 정권 교체가 일어났을 때 기존에 붙어있던 기득권 세력이 다시 뺏어오려고 당연히 방해하지 않았을까?
다행히 한국은 일본에 비하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냥 민주당이 이렇게 존재만 해줘도 다행일 것 같다, 존재감있게 버터주면서 5년 뒤에 다시 투표할 때, 민주당에 투표하면 다시 정권 교체를 할 수 있겠구나, 이 희망의 불씨가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발 5년으로 끝낼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정권에 호도되지 말자는 다짐으로 당원 가입했네요. 매달 돈 나가는거 보면 이 다짐이 잊혀지지는 않겠죠....
길이 너무 길어졌네요.
마지막으로 4050님들한테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살때는 투표는 원래 있는거니까 다하는 줄 알았는데, 해외 나와서 보니 국가 수장에 온 국민이 동일한 한표를 투표하는 제도는 축복이네요. 일본도 직선제였으면 이 지경까진 안왔을 것 같아요.
이번 결과에 얼마나 상심이 크실까요? 대선 때만 반짝 관심갖고 평소에는 정치에 큰 관심도 없는 제가 이번 결과에 이렇게 절망하고 슬퍼하는데.... 잠도 잘 못자고... 길을 걷다가도 눈물이 줄줄 나고... 술 떼려 붓고 겨우 잠들고 그러네요.. 제가 대선결과 때문에 이럴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너무 힘이듭니다. 박그네 당선됐을 때보다 백배 천배 힘드네요.. 제가 이지경인데 4050님들은 얼마나 허탈하고 슬프실까요, 헤아릴수가 없네요... 바라는거 없습니다. 그냥 과거에 기득권 세력에 맞서 싸워주시고, 직선제를 만들어 주셔서 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었어요.
오늘까지만 울고 내일부터는 정신차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5년 만에 끝낼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