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딸내미의 돌잔치를 치뤘습니다. 미국에서 지내는 돌인지라 처음엔 걱정도 많이 하고, 차라리 셋이서 간단히 밥이나 먹고 말까 싶기도 하고 했는데...
찾아보니 뭐 다 있더라구요. 심지어는 돌잔치 대행해주는 업체도 여러군데 있음..
전체 대행을 맡기면 가격이 서너배 뛰는지라 그냥 돌잡이 용품만 대여받아서 우리 부부가 직접 차리기로 했습니다.
일단 대략적인 계획은... TV를 다른 방으로 치우고 장식장으로 사용중인 EXPEDIT 책장을 한군데로 모아서 포토 테이블을 만들고, 식탁을 가로로 놓은 다음 그 앞에 침실에서 사이드 테이블로 사용하는 두칸짜리 EXPEDIT 책장을 앞에 놔서 2단 돌상을 만드는 걸로 윤곽을 잡았습니다. 한칸이나 두칸짜리 책장을 많이 사놓으니까 이런게 좋더군요.
포토 테이블 만들면서 느낀게, 천 몇장만 있어도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는 점.
원래는 포토 테이블 용품은 추가요금 붙는데 인심 좋은 업체 사장님이 스케쥴 비는 소품들을 보내주셔서 차려봤습니당 ㅎㅎ
보라색 천을 베이스로 깔고 그 위에 노랑/색동 양면 천을 접어서 올린 다음 사진 액자와 소품을 주루룩 올리면 세팅 완료.
디카와 폰카로 어찌나 찍어댔는지 포토 테이블 준비하는데 제일 어려웠던 건 사진 골라내는 일이더군요. 마눌님이 며칠동안 사진만 골랐음당.
그냥 예뻐보이는 사진 위주로 놓기보다는 가끔 웃긴 표정 지은걸 끼워 놓는 게 좋은 듯.
미국에서 하는 돌잔치다보니 소품 중에 이렇게 돌잡이 용품의 이름과 의미를 설명해주는 것도 있더군요.
문갑과 함께 입구 옆의 신발장에 배치해서 꾸몄습니다.
2단 돌상. 벽면에는 병풍 대신 프린팅 된 족자를 붙이고, 1단에는 과일과 떡, 2단에는 팔각상과 소반을 놓습니다.
팔각상에는 미나리, 대추, 쌀, 백설기를 올리고 소반에는 돌잡이 용품들을 올렸지요.
뒤에는 촛대와 화병이 올라옵니다. 돌상에는 생화가 아니라 조화를 써야 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대망의 돌잡이 용품. 여자아이 돌잡이에는 활과 화살을 뺀다는 말도 들었는데, 요즘엔 뭐... 굳이 무운이 뛰어나고 군인이나 장수가 된다기 보다는 씩씩하게 자란다는 의미로도 많이들 쓰니까요.. 그냥 올립니다 ㅎㅎ
구글글래스 쓰니까 좋네요. 보통 아빠들이 사진찍고 동영상 촬영하느라 막상 그 순간을 함께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렇게 녹화하면 문제 음슴.
그나저나 태교한다고 백조의 호수 공연같은거 보고 다녀서 그런지 핀 쿠션을 집었습니다. 나중에 발레리나 한다고 하려나?
마지막으로 돌상 한 컷. 직접 차리고 보니까 왜 업체들이 서너배 비싸게 출장비를 받는지 알겠더군요. 짐 풀고 차리고 다시 싸는게 완전 중노동임.
돌잔치 끝나고 부부가 뻗어서 골골대는데 딸내미는 신나서 이리저리 기어다니면서 쓰러진 엄마 아빠 등을 타고 놀아달라고 조릅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