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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청소기 1편
게시물ID : panic_1027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포소설연재
추천 : 3
조회수 : 9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2/04/22 0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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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건 한 로봇청소기에 관한 얘기다. 아버지는 회사를 다니신다. 꽤 큰 대기업이고 전자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연말이면 회사에선 성과금과 함께 고가의 전자제품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작년엔 100만원이 넘는 테블릿 pc를 줬으니 꽤나 쏠쏠한 선물인 셈이다. 물론 나는 그걸 여동생과 누가 갖겠는지 서로 싸웠지만 아무튼 꽤나 유용한 물건들을 준다. 그리고 최근에 아버지는 로봇청소기 한 대를 회사에서 받아 오셨다. 그리고 부터 집에서 이상한 일이, 아니 이상하다 말하기 힘들정도로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우리 집엔 총 5명이 산다. 17살인 나와 14살인 친동생 그리고 아빠 엄마. 왜 5명이냐면 지금은 없는 나의 반려견 모찌도 함께 살았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꽤나 화목하다. 중산층 정도의 집안이고 부모님 또한 인자 하셨기에 단란하고 평범한 대한민국의 가정이었다.
우리집의 특징 중 하나는 부모님이 퇴근하고 나와 여동생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다같이 거실 쇼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는 문화가 있었다.

어느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린 모여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띠리링-하는 소리와 함께 로봇 청소기가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이상함을 느꼈다. 왜냐면 청소기 타이머를 항상 오후 12시 점심 쯤으로 맞춰뒀기 때문이다. 헌데 청소기에 오류가 생겼는지 갑자기 밤에 혼자 작동하기 시작했다. 더욱 이상한 점은 평소에 로봇 청소기엔 관심도 없던 모찌가 심하게 으르렁대며 발작하듯 청소기를 향해 짖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빠나 엄마나 나나 모든 가족이 그 날을 그 사건을 기억한다. 평소에는 가족이 모두 집을 비운 낮 시간에나 혼자 청소를 하고 청소가 끝나면 거실 구석 충전기에 물려 알아서 충전이나 했었기 때문이다.
그치만 우리 가족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강아지야 원래 자주 짖는 거고, 고작 청소 시간이 달라졌다는 것은 큰 사건이 아니었으니까.
우리는 드라마를 마저 보고 각자 방으로 가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다음 날은 월요일이었고 동생과 나는 학교에 가야 했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나는 방으로 와 침대에 누웠다. 로봇청소기는 여전히 거실 밖에서 윙윙 소리를 내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모찌도 처음에나 좀 짖었지 이내 흥미를 잃고 거실에서 잠을 자는 듯했다. 그날 따라 그 청소기의 소리가 너무 자장가처럼 들리는 듯했다.

[위잉-]

[위잉-]

규칙적인 소리는 오히려 소음이라기 보단 되려 사람을 잠에 빠뜨리게 한다. 그러고 나는 깊게 잠들었다.
다음 날 아침 거실에서 엄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악!"

나는 비명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고 급하게 거실로 나갔다. 엄마는 손을 벌벌 떨며 거실 바닥을 처다보고 있었다. 나도 무슨 일인가 엄마가 보는 곳을 확인하니 거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하고 갈색의 강아지털과 살점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더욱 기괴한 건 청소기 필터에 강아지 사체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로봇청소기는 그 시체가 마치 자신이 청소해야 한다는 듯 "푸르륵" 소리를 내며 걸쭉한 피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엄마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 나온 아빠도 그 처참한 광경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아빠는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나와 여동생과 엄마를 안방으로 보내고 거실 바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걸레질을 하는 도중 아빠의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아빠도 남자지만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듯 했다. 안방에 있던 나와 엄마와 여동생은 얼이 빠져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내 여동생이 울음을 터뜨렸고 엄마는 동생을 달래기 시작했다.

거실 청소를 마친 아빠는 우리를 다시 거실로 불러냈다. 거실에는 여전히 피 비린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귀여웠던 모찌의 모습이 이렇게 처참한 냄새로 변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빠는 나와 동생을 쳐다보며 혹시 모찌를 죽인 게 너희가 아닌가, 하는 듯한 의심스런 표정으로 우릴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포기한 듯 보였다. 여동생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려견을 그렇게 했을리는 없으니까. 거실에는 로봇청소기 하나 뿐이지만 저 자그마한 기계가 어떻게 강아지를 죽일 수 있을 것인가. 그거야 말로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도둑이 들어 강아지를 죽였을 경우도 생각해 봤지만 강아지만 죽이고 도망가는 도둑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날은 월요일이였고 동생과 나는 학교에 가야만 했다. 학교 가는 길에 나는 거의 얼이 빠진채 버스에 타고 버스에서 내리고 학교에 갔었던 거 같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턱을 괴고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마땅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 때 내 친구 미아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야 권혜은!"

"어?왜?"

"뭐하고 있어 왜이렇게 얼이 나가있어"

"아..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미아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설명할까 망설였지만 어느 누구라도 그런 일을 믿어줄리 없었고 미아는 또 입이 가벼운 친구였다.

"야 근데..너.. 엉덩이에 피 묻었는데..? 너 오늘 생리하는 날이야?"

"어 피가 묻었다고? 나 오늘 그날 아닌데"
나는 뒤를 돌아 와이셔츠 엉덩이 부분을 확인했다. 붉은 혈흔이 있었고 그건 모찌의 피인 듯했다.

"생리대 필요하면 말해 나 챙겨왔으니까"

"응 고마워 이따 필요하면 말할게~"

월요일 수업은 6교시였다. 모든 수업 시간 내내 나는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낮에는 경황이 없고 학교에 가야해서 제대로 확인을 못했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 미아가 같이 떡볶이를 먹자 했지만 붉은 색 음식은 당분간 입에 대고 싶지도 않았다.
아파트 근처에 도착하니 동생인 혜지가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야 권혜지 너 안 들어가고 뭐해?"

"어 언니 학교 끝났네... 그냥 지급 들어가면 집에 아무도 없잖아.. 무서워서 여기 있었어"

"그럼 연락을 하지 그랬어, 일로와 같이 들어가자"

집에 들어가니 피비린내는 여전히 집 안에 진동하고 있었다. 나는 거실과 발코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동생을 쇼파에 앉혔다. 그리고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어제 밤에 방에 들어가서 바로 잔 거야?"

"어.. 그냥 방에 들어가서 유튜브 좀 보다가.. 너무 졸려서 잠들었어.. 청소기 윙윙 하는 소리밖에 못 들었어"

"그래? 뭐 모찌가 짖거나 하는 것도 못 들은 거고?"

"응.. 나도 빨리 잠들어서.."

"그래 알겠어 일단 내 방에 같이 있자 너 무서워 하는 거 같으니까"

우리는 방에서 서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차마 무슨 애기를 해야할지 몰랐었다. 강아지가 그렇게 죽어버린 상황에서 하하호호 대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몇시간이 지나자 부모님이 퇴근하시고 집에 오셨다. 평소보다 일찍 오신 걸 보니 우리가 걱정됐던 모양이다.
아빠는 우리를 거실에 불러 모으고 이야기를 하셨다.

"모찌는 내가 오늘 화장터에 잘 맡기고 왔다. 내일 쯤 화장할 거 같고 납골당에 자리도 계약해 뒀다. 어제 일 자꾸 생각하지 말고. 모찌가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아빠가 잘 알아볼게"
"세상에는 가끔 말도 안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하는 거야. 물론 너희도 슬프겠지만 이런 상황일 수록 더 어깨 피고 당당해야돼 알겠지?"

"네.."
"네"

우리는 매일같이 모여서 보던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고 다들 경황이 없었으니까. 밤이 됐고 나는 방에 누워 예전에 찍어두었던 모찌의 영상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밤 11시쯤이 됐을까 다시 잠이 오기 시작했다. 잠에 들랑말랑 선잠에 빠졌을 때 갑자기 밖에서 [위잉-]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아침에 봤던 끔찍했던 일이 순간 떠올랐다.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청소기를 끄고 싶었지만 몸이 너무 무겁고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잠들었다.

새벽 3시 쯤일까,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깼다. 나는 방문을 열고 나가 거실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근데 저 어두운 거실 가운데에 한 사람 형체의 누군가가 보였다. 잠에서 덜 깬 상태라 시야가 좋지 않아 눈을 몇번 비비고 다시 자세히 살펴봤다. 거실에 있는 건 내 동생 헤지였다. 근데 이상한 점은 혜지가 등을 굽히고 무슨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야 권혜지 너 거기서 뭐해"

동생은 대답이 없었다.

"야 내 말 안 들려? 뭐하는 거야 거기서?"

동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무언가를 반복했다.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동생이 뭘 하고 있는 건지 자세히 확인했다. 동생은 붉은색 빗자루와 쓰레받이를 들고 거실 바닥을 연신 쓸고 있었다. 새벽에 왠 빗자루 질인가.. 아니 그나저나 우리 집에 원래 저런 빗자루가 있었던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찌의 죽음으로 동생이 충격을 받아 하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나는 화장실에 들렀다 다시 방에 누워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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