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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죽는 꿈
게시물ID : dream_15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룩이상
추천 : 1
조회수 : 241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02 13:47:33

 내게 언니가 한명 있었다.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주위의 사랑을 독차지했고, 그만큼 예쁘고 당당하게 자라났기 때문에. 내게는 늘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다.

 그렇다고 언니가 내게 나쁘게 굴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상냥하고 고운 성격이었기 때문에 내게도 한없이 잘해주었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언니가 점점 싫어졌다.

 어느 날 새벽이었다. 언니와 나는 주말이었기 때문에 새벽까지 깨어있었다. 우리는 점점 출출해지고 있었다.


"언니, 편의점 좀 다녀와. 뭐 좀 사와서 먹자."

"지금 이시간에? 밤길이라 위험할텐데."

"아, 그냥 빨리 갔다 와. 가로등 켜져있어서 하나도 안 위험해."


 나는 망설이는 언니를 강제로 문밖으로 내밀었다.

 시간은 새벽 3시쯤이었고, 편의점은 집에서 30분이나 걸어 나가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니를 보내버렸다.

 밤길을 홀로 걷는 언니는 무서웠던건지, 계속해서 톡을 보내왔다.


[그래도 생각보단 어둡지 않아.]

[길에 이렇게 사람이 없으니까, 좀 신기하다.]

[이제 곧 편의점 도착ㅎㅎ]

[사진]

[이렇게만 사가면 되지?]


 나는 졸음도 왔고, 귀찮은 마음에 언니의 톡에 설렁설렁 대답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언니의 연락은 뚝 끊겨버렸다.

 돌아와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언니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뭐야. 왜이렇게 안와."


 언니에 대한 걱정보다는, 언니가 사올 간식이 늦는다는 게 더 짜증났다.


"골탕 좀 먹어보라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에 보조잠금장치를 잠궜다.

 어차피 시간은 5시가 넘었고, 곧 부모님이 문을 열테니. 그 때까지 추위에 떨어나보라는 심산이었다.

 새벽에 나갔다고 혼난다면 더 좋은 일이고.


"난 자야겠다."


 길게 하품을 하며 침대위에 누웠다.


 다음날 언니는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언니의 시점으로 바뀐 과거가 재생되었다.


 어두운 밤길을 걷고있었다.

 음산한 분위기를 애써 잊으려, 동생에게 자꾸만 톡을 보냈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보니, 금새 편의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편의점 안은 낮처럼 환하게 밝았고, 안에는 몇몇의 손님들도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놓였다.

 바구니를 들어 평소 동생이 좋아하던 과자를 듬뿍 담았다.

 요즘 들어 투정이 잦아진 것은, 학교생활이 힘든 탓이리라.

 어린 여동생의 마음을 달래줄 과자에 음료수에 젤리까지, 바구니가 미어 터질듯이 밀어넣었다.


'과자 고르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네.'


 서두르는 마음으로 편의점을 나오려는데, 편의점 구석에 서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노숙자처럼 때가 타있는 옷에다가 덥수룩한 수염, 사나운 인상.

 그 남자는 한참 전부터 나를 쳐다보고 있었던 건지, 나와 마주친 눈을 피하려 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들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야 겠다고 생각했다.

 계산을 마친 과자들을 봉지에 밀어넣어, 문밖을 나섰다.

 편의 점을 나와 몇걸음을 때고 있는데, 뒤로는 또다시 편의점의 종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편의점을 나왔다.

 그리곤 내 뒤를 따라걷고있다.

 그 사실을 깨닫자 심장이 쿵 내려앉은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움직인 다리는, 뛰기 시작했다.

 뒤를 살짝 돌아보려 했을 때, 무언가가 날아와 머리를 타격했다.

 묵직한 타격에, 균형을 잃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내게 날아온 것은 벽돌이었다.

 어지로운 시야로는, 깨져버린 휴대폰과 붉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남자는 히죽거리는 얼굴로 쓰러진 나를 향해 걸어왔다.

 순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자봉지를 남자에게 던지고, 다시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남자를 따돌리기 위해 집과는 먼 방향으로 빙빙 돌기도 했지만, 남자는 꾸준히도 날 따라왔다.

 피를 많이 흘린 것인지 머리는 점점 어지러워졌다.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마지막 힘을 다해  집방향으로 뛰어갔다.

 여동생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집으로는 가지 않으려 했었지만. 더이상은 방법이 없었다.


 '집에 들어가면, 당장 경찰을 부르자.'


 마비된 머리로는 그 생각밖에 하지 못했다.


[삑- 삑-]


 남자보다 먼저 달려, 현관문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손은 덜덜 떨렸기 때문에, 도어락을 여는데 몇번이나 실수했다.


[띠리리-]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났다.

 맑게 울리는 그 소리에, 구원이라도 받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기쁜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으며, 힘차게 현관문의 손잡이를 당겼다.


[철컥-]


 문은 열리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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