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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베오베 도깨비 이야기 보고 그대로 글로 옮겨봤습니다
게시물ID : readers_153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찰리킴
추천 : 7
조회수 : 42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9/03 00:05:16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bestofbest&no=176579&s_no=19972&kind=ouscrap&page=1&mn=253846&ouscrap_no=ouscrap_253000





씹덕사당하고 부랴부랴 써봄


가로등의 주황색 불빛만이 길을 걷는 사람에게 속삭여주는 조용한 골목.

그 골목을 따라 오래된 집들을 지나 올라가면 도깨비가 산다는 작고 예쁜 뒷산이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도깨비. 약간 나이가 있는 아저씨들에게 들을 수 있는 술을 같이 마시다 아침이면 사라지는 글을 잘 아는 젊고 잘생긴 남자 이야기.

그리고 아직도 들려오는 도깨비불의 목격담들.


서울에 상경한지 6년이 된 혜진은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친구의 연인자랑에 쓴 술만 잔뜩 넘기고 왔다. 

태어난 이래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 한 모태솔로인 혜진에게 친구의 자랑과 불평은 점순이의 '늬 집엔 감자 없지?'만 생각나게 할 뿐이었다.

술자리부터부터 애인자랑을 들어 속이 타던 혜진은 어제 시키고 남은 치킨과 함께 먹을 요량으로 맥주를 두어캔 샀다.


골목 끝에서 오른쪽으로 두 번째에 있는 산 밑의 3층짜리 연립주택, 그리고 꼭대기의 옥탑방.


불이 켜져있었다.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혜진의 심장이 쿵쾅댔다. 

문을 벌컥열었다. 

"누...누구야! 나와! 경찰부를거야!" 혜진이 크게, 하지만 옆집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를 조절하며 집안에 소리쳤다.


"읍..." 

안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다기보다는 무언가 입에 들어있는 목소리였다.


"읍? 어...어?" 

혜진이 설마 하는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얼핏 보기에도 건장하고 잘 생긴 남자. 그 남자가 혜진의 방 바닥에서 치킨을 먹고있었다.


"아 여기가 애기씨 집이야? 하하 집 예쁘네?" 

남자는 자신이 거기 있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식은 닭다리를 쥔 채 웃으며 뒤를 돌아보곤 말했다.


"으아아아아악! 뭐야 이 변태새끼!!!!"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혜진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던졌다. 

맥주, 가방, 주걱, 국자, 쿠션, 사탕에 이어 냄비까지.


맥주부터 냄비까지 모두 맞췄지만 정작 그걸 앉아서 얼굴로 받은 남자는 혜진을 멍하게 바라보며 볼을 붉힐 뿐이었다.


"어... 애기씨? 음 잠깐 목소리좀 낮추고 이 남자좀 볼래?"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180은 돼보이는 큰 키였다.


"으악! 뭔데!!! 움직이지 마! 뭔진 몰라도 싫...!" 


"쉿"

혜진의 입을 식은 기름으로 번들번들 해진 검지손가락으로 막은 다음, 남자는 방구석에 있던 무언가를 끌어냈다. 

너무 놀라 처음엔 가방인 줄 알았지만 사람이었다. 검은 모자와 검은 점퍼를 입은, 얼굴이 떡이 된 사람이었다.

그리고 곧 그 사람의 품 속에서 혜진은 자신의 노트북과 통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월급을 꼬박꼬박 모은 통장, 첫 월급의 감동을 함께 한 그 통장이었다.


"애기씨 거 맞지? 도둑이었나봐, 문단속 좀 잘 하고 다니지. 예쁜 처자가 말이야 조신하게 다니지않고"

허허 웃으며 남자는 손가락에 묻은 기름을 빨며 말을 마저 이었다.


"어...내꺼 맞는데...어...고마워...요? 근데 당신은 누구야...세요?"

작아진 목소리로, 약간 우물쭈물하며 혜진이 물었다.


"음...이름?이랄건 딱히 없는데? 그냥 김씨라고 불러도 돼"


"그게 뭐야...예요 빨리 이름 말해요. 진짜 신고한다?"


"그럼 찰스는 어떨까. 김찰스, 음 그대로 부르긴 뭐하니까 찰리라고 불러"

남자가 뜸을 들이다 말했다.


"방금 지어낸거죠?"


"응"


"이름 안 말하면 도둑잡은거랑은 쌤쌤이야. 그런데 우리집엔 왜 왔어요? 도둑을 잡았다고는 해도 댁도 아직 수상하긴 마찬가지거든? 솔직히 말해요, 다음번엔 냄비 대신 도마를 던질지도 몰라"

혜진이 소리를 올려, 하지만 처음보단 부드러운 톤으로 물었다.


"음... 오랜만에 집을 찾아 왔는데 집이 사라져있었어. 이 근처였거든. 근처에 오니까 집에 왔다는 느낌은 느껴졌는데 집이 없어서 좀 당황스럽더라구. 기억따라 느낌따라 걷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됐네 하하"

밝은 목소리로 남자가 말을 이었다. 


"아 그거보다 목이 좀 마른데 마실거 없나? 배도 아직 좀 고픈 것 같고... 메밀묵이랑 막걸리같은거 있으면 최곤데!"


"지금 배고프고 목마르다는 얘기가 나올때야?...예요? 난 그쪽이 아직도 무섭다고 그리고 저 남자는 어떻게할건데!"


"흠. 저기 골목 끝에 버려두고 오지. 앞으로 이쪽엔 내가 무서워서라도 못 올거야"


외투를 벗고 도둑을 들쳐 멘 다음 남자는 유유히 걸어나갔다. 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다시 문 소리가 났다.

'아주 짧은 길은 아닌데... 발이 빠른가' 혜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남자가 후다닥 오는 것을 옥상에서 쳐다보니 살짝 웃음이 났다.

처음 보는 사람이 분명한데 몇년을 알고 지낸 친구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근데 애기씨. 여기 되게 느낌 좋다. 나 하루만 재워주면 안돼?"

맥주를 들이키며 남자가 물었다.


"풉 뭐래 미쳤나봐"


"어 난 진지하게 말하는건데? 이 집에서 하루만 자고가면 안되나? 보니까 저기 작은 방도 하나 있던데"


"아직도 난 댁이 뭐하는 사람인지 못 들었거든! 도둑도 안 무서워 하는 것 같고, 뭐하는 사람인지 더 궁금해지는데? 도둑 보면 막 엄청 무서워야 정상 아니야?"


"도둑? 하나도 안무섭던데"


"그럼 댁은 뭐가 무서운데?"

'살짝 골려줘볼까' 생각을 하며 혜진은 남자를 슬쩍 떠봤다.


"난 말이 제일 무서워. 말이랑 팥이랑"

남자가 남은 맥주를 들이키며 마저 말했다.


"말? 타는 말? 히히힝?"


"응"


"오호...말이란 말이지...알았어 그 방 써도 돼. 대신 내일 아침에 나가는거야. 집이 사라졌대서 재워주는거니까! 딴 생각 하면 도마로 패버릴거야"

혜진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군. 방 한 번 봐도 될까?"


"그러시던지"

혜진이 서랍에 보관하고 있던 말이 그려진 2014년 달력을 꺼내며 말을 맺었다.


"음 그리고 잠 잘 오도록 이거 방문에 걸어두고 갈게. 잘 자!"

쾅!

몸으로 방문을 막은 혜진은 남자의 절규를 들으며 낄낄댔다. 


그리고 늦은 새벽, 혜진은 자기 전에 몰래 남자가 자고 있는 작은 방의 달력을 뗐다.


혜진은 볼에 밝고 따뜻한 무언가가 와서 닿는 기분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아침이나 같이 먹을까 하며 남자를 깨우러 작은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작은 방은 누가 있기나 했냐는 듯이 깨끗이 비어있었고 집 안에서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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