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라 피해받으셨던 여성분글보고 저도 제 사이다 이야기 적어봅니다.
원랜 전에 글올리려 했는데 나중에 올려야지 하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잊고 있었네요.
(따지고 보면 고민글은 아닙니다. 그러나 익명으로 글을 쓰고싶어서, 양해좀 바랍니다. 불편하시다면 뒤로가기 하셔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학창 시절때 몸무게의 정점을 찍었었는데요.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선생님 드린다고 반전체 애들끼리 돈을 조금씩 모아서, 케이크와 치킨 피자등등 먹을것을 준비해두고
선생님을 기다렸었습니다. 마침 스승의 날 행사를 한다며 운동장에 전교아이들을 다 모으더군요.
카네이션 달아주고 스승의날 노래도 부르고 올라왔는데, 누가 들어왔었는지 치킨 다리하나가 허벅지까지 쭉 뜯어진채로 없어져 있었습니다.
그중에 한놈이 절 갑자기 범인으로 몰더군요.
솔직히, 의심갈수도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상대적으로 보통애들보다 먹는거 더 많이 먹고 먹을걸 좋아하고 그런 모습을 평소에 애들이
많이 봤으니 의심을 할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먼저 "XX야, 혹시라도 너가 먹은건 아니지?"하고 차라리 먼저 물어보기라도 했으면 오늘까지 수치로 기억되지 않았을 겁니다.
처음부터 내가 훔쳐먹었을거라고 가정을 하고
"니가 안 훔쳐 먹었으면 누가 훔쳐 먹겠냐? 훔쳐 먹을 만한 사람 너밖에 없다.
닭다리가 스스로 달려서 도망을 갔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나?
그냥 배가 고파서 먹었다.라고 사과만 하면 끝나는 일 이니냐? "
먹는걸 좋아하고 음식에 자제력이 부족한것도 맞습니다.
근데 무슨만화영화내용도 아니고 음식만 보면 이성을 잃고 음식에 달려들고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나중에 알게 됬는데 다들 운동장에 나가 있을때
그때 다른 애 한명이 조퇴를 하게 됬었고 가방챙기러 선생님과 같이 올라왔다가 선생님이 이거라도 먹으라고
닭다리 하나 찢어 주면서 조퇴시켰다고 들었습니다.
그놈은 결국 저한테 사과 한마디 안했고요.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동창회에서도 간간히 보였지만, 멀찍히서 인사를 하거나 그러진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올여름에 사내 협력업체에서 인원 지원이 나왔는데, 그중에 그놈이 있는겁니다.
처음엔 별로 신경 안썻습니다. 동창회에서 멀찍히서 안 마주치던것 처럼 그냥 있었지요.
근데 갑자기 절 보더니 엄~~~청 반가워 하는겁니다. 동창회에선 서로 쳐다도 안봤는데 말이지요.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거려 보이고 말았습니다.
이정도면 너랑 별로 말섞고 싶지 않다라는걸 알아먹을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몇일이 지나고
어느날 사무실에만 앉아 있다가 현장에 일이 생겨서 직접 작업품을 보러 현장에 한번 나갔었습니다.
마침 협력업체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잠시 벤치에 앉아 있는데 그놈이 음료수하나를 뽑아서 저한테 뛰어오는 겁니다.
그러더니 제 옆에 "읏~차"하고 앉더니만
"현장 덥지? 이거 하나 먹어라"하고 음료수를 주더군요. 사뿐히 거절하고 그냥 있는데, 갑자기 옛날일을 꺼내는겁니다.
그때 철이 없었다고 미안하다고.
개지랄이죠. 진짜 미안했다면 동창회때 봤을때 사과했었겠지요. 제가 자기 모가지 쥐고 있다고 생각이 드니까,
또 혹시나 정에 기대면 특혜라도 주지않을까, 그래서 괜히 와서 아부해보는 수작이지요.
차라리 사과같은거 없이 이놈이 기억을 못하는게 나았을거 같더라고요.
이놈이 사과를 하는데 갑자기 기분이 걷잡을수 없이 더러워지는겁니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기분은 더러워 졌지만 대꾸안하고 있으니까 또 갑자기 직장생활이야기 슬슬 꺼내면서 결혼해서 애가 있는데 많이 힘들다~
서로서로 도와주며 같이 직장생활하자~ 뭐 이런 이야기를 염치도 없이 꺼내더군요.
처음으로 한마디 해줬습니다.
"많이 힘들면 니가 열심히 해. 뭔데 지금 내옆에 와서 지금 뭘 부탁하는거냐? 니가 열심히 하면 아무문제 없는거 아니냐?
10년도 훨씬 지난일 가지고 와서 사과는 뭐하러 하냐. 그딴걸로 내가 사람 괴롭히고 갑질하고 그런 쓰레기로 보이냐?
거기다가 지금 옆에 쳐 앉아서 뭐하냐? 저기 니 회사 사람들 다 일하고 있는거 안보이냐?"
했더니 " 응? 어?...아..."하면서 쭈뼛쭈뼛 일어서 가는데 그 풀죽은 뒷모습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그리고 또 그후 몇일 지나서 그놈 회사에서 작은 문제가 생겨서 사무실에 찾아갔었습니다.
그놈이 뭔가 실수 하나를 했는데, 작업하고 난뒤에 장부에 기재를 해야하는데, 기재가 잘못되어 있어서 전체작업 순서가 어긋나 버린겁니다.
(그거 하나 기재하는거 안하는게 별큰일 아닌거 같지만, 여러 업체가 공정을 하나씩 맡아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엔 정보를 주고받는게
어긋난다는것은 정말 엄청 큰 문제가 됩니다.)
혹시나 했더니 그문제되는 장부 작성한 사람이 그놈이더군요. 회사에서 난리가 나니까 그놈도 막 패닉에 빠져가지고 자기가 안그랬다고 했다가
죄송하다고 했다가 기억안난다고 했다가, 횡설수설 하고 있는겁니다.
제 얼굴을 보더니 표정이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립니다.
여기서 진짜 사이다를 시전했습니다.
아 물론 갑질을 해서 그놈 회사생활을 고달프게 해주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그놈과 그놈주위 사람들에게 그냥 몇마디만 해줬습니다.
"이친구 오늘 일 그만 시키고 조퇴시키죠? 보니까 많이 놀래서 일도 못하겠네요.
너무 뭐라 그러지 맙시다. 자기가 안그랬다잖아요. 믿어줍시다. 사람이 사람을 믿어줘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야. 가서 세수하고 옷갈아 입고 와라. 애도 있는 놈이 짜긴. 다 해결될테니까 걱정말고."
그러고난뒤에 그놈어깨에 손 올리면서 한마디 더해줬습니다.
"확실한 이유도 없이 억울한 사람 만들면 안되는 거 아니겠냐? 그치?"
그때 그 굴욕적인 표정.
인생 살면서 그렇게나 통쾌했던 적이 없습니다.
한동안 진심으로 행복했었다고 말해두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