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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이제 죽지 아니하고 평범한 사람의 힘을 아득히 뛰어넘으며, 설령 너희들이 원한다 해도 이 힘을 누구에게도 양도할 수 없을 것이다.”
외계인 혹은 신인지 모를 존재가 5명의 사람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 모습이 전 세계 모든 사람의 눈앞에 홀로그램처럼 보였다고 한다.
“우리 이제 불사신이 된 거야?”
그들 중 영생을 손에 얻어 기뻐하는 자도 있었고,
“죽지 않는 게 과연 좋은 걸까요?”
앞으로의 영생을 걱정하는 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우연히 얻게 된 그 능력을 버릴 수 없었기에 받아들였다.
“왜 저 녀석들이 영생을 갖는 건데!”
5명을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그들에게는 별 상관없었다.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까.
“우리 이제 뭐 하지? 지구의 영웅 놀이는 이미 해봤고, 악당은 저번 세기까지 해봤잖아.”
“모든 게 부질없지 않아? 우린 영원히 죽지 않아. 안 해본 게 있으면 그건 너무 오래전에 해서 잊어버린 걸 거야.”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영생에도 조건이 있을 거라고는.
“너희들은 여태까지 죽지 안 않았지만, 만약 인간성을 실격한 자가 있다면 그자는 죽게 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또다시 하늘에서 울려 퍼진 그 말은 그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럼 우리 다 죽는 거 아냐? 우리가 여태까지 한 걸 생각해봐.”
“그러니까! 근데 그 녀석은?”
그들은 여태까지 자신들의 인간이 할 짓이 아닌 일들을 회상하는데,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걔는 아무것도 안 했잖아!”
‘걔’는 바로 5명 중 유일하게 영생을 얻고 나서도 별일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김하연이었는데, 영생을 얻고 난 뒤, 늘 변함없이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야, 그럼 걔만 사는 거잖아.”
그들은 자신들만 죽어야 하는 걸 인정할 수 없었다.
“아냐, 지금이라도 인간성이란 걸 회복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한 걸 봐! 누가 이런 걸 하겠어!”
“애초에 인간성이란 게 뭔데!”
그들 중 누구도 인간성이 뭔지 정의 내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취미로 사람들을 죽이고, 그러면서 사람을 구해 명예를 얻으려 했던 자신들의 행동이 인간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건 알았다.
“우리만 죽긴 억울해!”
“그래, 걔도 죽었으면 좋겠어.”
그들은 가만히 살고 있는 김하연을 질투했다.
“죽여, 죽여. 죽이라고.”
그들은 김하연 앞에 죽어가는 사람을 내려놓기도 하고,
“저 많은 사람을 봐. 전부 너를 신으로 모시고 있어.”
신적인 존재로 만들거나 명예를 주기도 했고,
“자, 우리를 죽여 봐.”
죽지 않는 자신들을 죽이도록 손에 칼을 쥐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하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는 일에도 흥미가 없었고, 명예 같은 거에도 신경 쓰지 않았으며 죽지 않는 사람을 찌르는 취미도 없었다.
“이것들은 전부 안 해본 거잖아! 해보고 싶지 않아?”
“무슨 말이야? 나도 했잖아. 한 1000년 전이었나?”
“너가 했었다고?”
그들은 기뻤다. 김하연 또한 자신들과 똑같은 처지라는 거에, 그 동질감에 기뻐 10년을 웃으며 지냈다.
“이것도 너가 했었다고?”
“어. 이것도, 저것도. 다.”
김하연은 망각한 게 없었다. 자신이 한 역사를 되풀이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지나간 일을 후회하는 일도 없었다.
“아, 웃겨. 결국 김하연도. 우리랑 같은 존재였잖아.”
“그래, 그냥 걔만 다 기억하고 있는 것뿐이었어.”
그들이 김하연과 함께 돌아다니며 안 한 게 있는가 찾는 동안에도 김하연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재미없어. 따분해. 전부 같은 일이야.”
김하연은 그들을 한심하게 보았다. 왜 영생이라는 거에 집착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김하연은 이제 산다는 것에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이제 우리 다 죽을 운명이네.”
“마지막으로 내가 만나는 여자랑 결혼 한 번만 더 해볼까?”
“난 지구의 왕 노릇 한 번만 더 해볼까?”
“나는 사신으로 한 번 더 살아볼래.”
“명예? 돈? 사랑?”
김하연은 이제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김하연은 이제 ‘명예’, ‘돈’,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다. 김하연은 여태까지 했던 일을 망각하지 못했고, 잘못을 되풀이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인간성을 상실한 자는 지금 죽게 될 것이다.”
세상을 뒤덮은 큰 목소리가 지나가고, 모여서 마지막 수다를 떨던 그들은 서로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잘 가, 친구들.”
그들은 눈을 감았다. 이번 생도 재밌었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사후의 세계를 꿈꾸며 그들은 눈을 감았다.
“어?”
"얘, 어디 갔어?"
그러나 그들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사후의 세계를 꿈꾸지 않았던 사람만이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