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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고양이가 조용해지는 12시 1분
게시물ID : humorbest_15318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팥고물진한개
추천 : 21
조회수 : 2348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2/08 22:17:26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2/08 0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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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1시 30분, 나는 지금 목을 매기 위한 준비를 끝마치고 있었다.
자정 12시가 되면, 나는 지금 손에 잡혀있는 밧줄로 목을 매고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핸드폰은 이미 무음모드로 만들었다. 요금이나 세금도 밀리지 않고 납부했다.
이 날을 위해 옷을 드라이클리닝 해놨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도 먹었다.
티비는 꺼뒀고, 방은 남이 발견한다해도 더럽다 느끼지 않을 만큼 청소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의견을 적어둔 유서를 책상 정중앙에 눈에 띄기 쉽게 올려놓았다.

이제 나는 11시 55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12시가 되는 순간 의자를 차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래 이정도면 나도 계획대로, 정각에 죽을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생각은 했지만 언제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지금 우리집 현관문 앞에서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나는 고양이를 기르지 않는다. 물론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나에게, 예측할수 없는 생물을 기를거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그런 짓을 한다면 오늘 있을 계획에 엄청난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나는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고양이는 문이 열린 것을 보고, 나를 향해 엄청나게 큰 소리로 울어대고 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자 이미 동네 주민들이 나와서 이쪽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아마 이대로 있다가는 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해서 나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아 집안으로 들였다.
들여보내다가 손에 상처가 생길뻔했지만 운이 좋게도 상처는 생기지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죽은 내몸에 상처가 남아 있을 생각을 하니 소름이 돋는다.

나는 고양이를 바닥에 둔 다음, 서랍에서 쓰레기봉투를 찾아왔다.
고양이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것일까, 나에게서 도망쳐 거실로 달려갔다.
나는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11시 33분, 이제 슬슬 방해되는 것을 치울 시간이다.

거실로 들어온 나는 곧장 쓰레기봉투와 함께 찾은 장갑을 꼈다.
장갑 낀 손으로 고양이를 잡자, 고양이는 아까 밖에서 울었던 것 보다 크게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는 고양이를 잡아 얼굴을 후려쳤다.

몇번이나 얼굴을 후려쳤는데도 고양이는 발버둥치며 울기 시작했다.
 조용히만 있어준다면 잠시 후에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었는데 아쉽다.
그래서 계속 때렸다.

몇분이 지났을까, 지금쯤 울음을 그쳐도 되겠건만 아직도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다.
이제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아 바닥에 내던진다. 세게 던지는데도 아직 건강해 보인다.

이제는 11시 41분, 이제 계획에 차질이 생길수 있는 시간이다.
고양이의 목을 잡아 꺾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목에 손이 가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고양이를 화장실에 넣어둔뒤, 나는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는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옆집 아저씨가 있었다.
아마도 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러워서 온거겠지.
 
그와 이야기를 하느라 7분이 지났다.
 
11시 48분, 이제 진짜 아슬아슬한 시간.
나는 아저씨를 돌려보내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에는 샴푸통과 린스통이 넘어져있어서 엉망이었다.
 
다시 장갑을 끼고, 고양이를 잡아 목을 잡는다.
자기가 무슨 일을 당할 것을 알기라도 하는지 엄청 발버둥친다.
고양이를 잡는데 5분이나 걸렸다.
 
11시 53분, 빨리 고양이를 죽이고 적어도 5분에는 의자 위에 올라가야한다.
나는 고양이의 목에 힘을 주고있다.
고양이는 점점 발버둥친다.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울음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컸던 것 때문인가, 초인종이 다시 울리고 있다.
목을 꺾어버리자, 이제는 울음소리가 작아졌다.
 
다시 현관문을 열어 초인종을 누른 이웃에게 큰소리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여기서 다시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는데 3분.
 
11시 56분, 나는 빨리 봉투를 열어 고양이를 담는다.
그리고 넘어진 샴푸통과 린스통을 세워둔다.
 
11시 58분 문제가 생겼다. 고양이가 완전히 죽지 않았다.
봉투에서 발버둥 치느라 봉투가 찢어져버렸다.
찢어진 봉투는 계획에 없다. 다시 새로운 봉투를 준비한다.
 
고양이를 봉투에서 꺼내 바닥에 몇번 내려친다.
이제는 완전히 죽었을 것이다. 새로운 봉투에 집어넣는다.
그리고는 거실로 들어가 창문을 연다.
 
거실쪽 창문 밑에는 주차장과 쓰레기장이 보인다.
쓰레기를 버리고 오기에는 너무 늦었다.
나는 봉투를 크게 흔들어 밖으로 던진다.
아마 제대로 버려졌을 것이다.
 
시간을 확인하자, 12시 1분.
시발
12시 '1분'이라니
내 계획에 커다란 금이 갔다.
정확히 12시에 죽으려는 내 계획이 망해버렸다.
 
시발 이게 다 그 고양이 때문이다.
그 고양이 때문에 또 하루를 살게 되었다.
망할 고양이, 이래서 난 고양이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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