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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 안첼로티 자서전 "평범한 천재의 아름다운 게임", 16,21장 中
게시물ID : soccer_153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uxFerre.
추천 : 13
조회수 : 1537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12/27 19: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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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 년 연말에 출간된 안첼로티 자서전 중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16장 "몬테로와 아넬리, 지단에 미친 남자 둘" 

- 유벤투스의 라커룸은 때때로 법정 같았다. 선수들 모두 변호사였다. 모두가 지단의 
변호를 맡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이자 꿈과 같았던 지단이 무슨일을 하건 모두가 
지단의 편에 섰다. 심지어 지아니 아넬리 오너 부터 지단의 광팬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몬테로 녀석 조차도 지단의 광팬이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지단은 천상의 
빛이었다. 사거리에서 항상 초록불이 들어온 신호등이었다. 지단님을 위해서라면 
무조건 직진이었다. 

하루는 원정 경기를 떠나기 위해서 팀 소집을 했던 상태였다. 하지만 지단이 나타나질 
않았다. 핸드폰도 꺼져있었다. 원정 경기를 위한 팀 버스의 출발은 이미 늦었다. 
하지만 지단은 없었다. "출발하자" 라고 말했다. 갑자기 몬테로가 버스 뒤에서 달려왔다. 
"지단은 어떻게 와요? 우리랑 안가면 어떻게 옵니까?" "그건 그 친구 문제지." 
"안됩니다. 지단이 없으면 우리 못떠납니다. 그 누구도 여길 못 벗어납니다." 

갑자기 고민이 되었다. 여기 이 미친놈이랑 내가 싸우면 누가 손해일까. 이놈은 
공을 노리면 사람 다리를 차고 사람 다리를 노리면 사람 다리를 차는 놈인데. 관두자. 
"그래 파올로, 그냥 기다려볼까?" 결국 지단은 10분 뒤 나타났다. 사과를 하곤 버스에
함께 타고 이동했다. 

오해하지는 말라. 지단은 내가 이제껏 감독했던 선수 중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이며
유일하게 내가 스스로 사람이 아니라고 인정한 선수다. 홈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면
지아니 아넬리 스스로 라커룸에 와서 지단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야 델 피에로를
찾았다. 아넬리는 사랑에 빠진 사람같았다. 항상 라커룸에서 지단을 구석으로 데리고 
가서 얘기를 나눴다. 그런 광경을 수십회는 봤다. 존 그리고 라포 엘칸도 함께 올때가 
많았다. 그러면 아이들은 쪼르르 지단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나면 마피아 트리오인 모지, 지라우도 그리고 베테가의 차례였다. 
"지단 어딨어?" 모지가 말하고 지단을 찾는다. 지단과 모지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줄줄이 지라우도 그릭고 베테가의 차례였다. 그럴땐 쓸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 지단만 찾는구나.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파나시나이코스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졸전을 
치르고 토리노의 카셀레 공항으로 입국했던 참이었다. 그때 질이 아주 좋지 않은 
울트라 팬 몇몇이 지단을 살짝 밀치면서 졸전에 대해 욕을 했다. 그 작은 손짓하나로 
이 친구들의 운명에 변화가 생겼다. 생과 사의 갈림길 까진 아니었지만 확실한 
응징이 바로 날아들었다. 몬테로는 안경을 벗으며 달려와 이들을 패기 시작했다. 
정말 멋지게 팼다.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가 막히게 팼다. 갑자기 다니엘 폰세카도
달려와서 난투극에 뛰어들었다. 머릿속에서 무전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라이트 훅, 레프트 훅, 스트레이트. 상대 제압. 지단은 무사하다. 반복한다 지단은 무사하다." 

로마 원정을 떠났을때의 일이었다. 하프타임을 맞은 올림피코 경기장 선수 통로가 
시끄러웠다. 갑자기 몬테로가 소리르 질렀다. "지단은 어디있어?" 그리고 두리번 거리더니
통로에서 시끄러운 로마 선수들을 향해 달려갔다. 죽일 기세로 달려가던 몬테로를 말렸다.
로마 선수들 끼리 시비가 붙은거였는데 몬테로는 지단이 괴롭힘을 당하는줄 알고 
죽일 기세로 달려간 거였다. 

지단은 그야 말로 초월적인 존재였다. 그의 매 순간은 이 세상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겸손함 또한 상상 이상이었다. 지네딘 지단은 내 축구 인생을 통틀어서 
내게 가장 많은 소름끼침, 경이로움 그리고 축구의 순수한 즐거움을 선사한 사람이며 
매일 내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쇼를 펼쳐준 선수다. 호세 알타피니가 지단을 두고 한 말이
지단을 가장 잘 설명한다. "그가 발을 쓰는 광경을 보면 빵에 부드럽게 버터를 바르는 것
은 느낌이야." 

훈련장에서 지단은 절대적인 축구 마스터였다. 그가 해내는 것을 보면 우리 모두 
입을 벌리고 쳐다보기 바빴다. 나는 그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 일이었기 때문에
지켜봤지만 함께 뛰던 선수들은 예술가의 움직임에 넋을 놓고 있었다. -


-----------------


21장 "아무도 몰랐던 지구상 최고의 선수 카카" 

2003년 여름, 나는 경주마 중에 최상급의 명마를 선물 받은 기분을 느꼈다. 
명마 보다는 화성인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게 바로 카카였다. 이 얘기한 번 들어봐. 
이사회와 스태프로부터 팀에 재능 넘치는 젊은 브라질 선수 하나가 합류한다는 얘기를 들었지. 
문제는 내가 이 친구 이름만 들었다는데 있었다. 히카르두 이젝슨 도스 산투스 레이테. 
당시 클럽인 이 친구를 상 파울로에서 경험을 더 쌓게 할지 아니면 바로 데려올지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고 결국에는 이 친구를 바로 훈련에 합류 시키기로 했다. 

그때 나도 속으로 그래 어떤 선수인지 지켜 볼까? 라는 생각만 했다. 당시 우리는 그야말로 
눈을 감고 구매를 한 셈이었기 때문에 확신이 전혀 없었다. 다들 얘가 공을 잘 찬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말은 하는데 나는 모르니까. 본적 없으니까. 카카가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떨어졌을 때 
그 놈 모습을 보고 내 머리를 쥐어뜯고 싶었다. 나는 프로축구 선수를 기대했는데 
얘는 모범생 안경을 끼고 머리는 빗어 넘긴 모습의 완전 모범생 그 자체였다. 도시락이랑 책가방을 
하나 주고 싶었다. 오 주여, 대체 우린 뭘 사온 거지? 전공 선택도 못할 것 같은 아이가 하나 왔잖아! 
교환학생이지? 이탈리아에 온걸 환영해. 그런데 드리블이랑 킥도 할 줄 아니?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건 브라질 축구 선수가 아니라 밀라노 공업 단지 밖을 서성이는 여호와의 증인이었다. 
내가 모두에게 물으면 답은 같았다. “쟤 공 잘 차. 잠재성이 있어. 하지만 이탈리아 무대의 
좁은 공간에서 큰 활약을 못하겠지” 와 같은 답들이었다. 나한테 누가 그런 얘기들을 했는지 
이름을 불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모지가 시비를 거는 것이다. “이름이 카카라고?” “똥 아니야?” “똥이잖아!” “
유벤투스는 귀한 돈을 주고 똥을 사진 않지” 와 같은 발언들이 연일 미디어에 나왔다. 
그때 감이 왔다. 루치아노가 저런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거다. 그리고 루치아노가 선수 보는 눈은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자회견 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이었다. 새로운 영입의 장점을 말해달라는 데 
내가 얘 공을 차는걸 본적이었어야 답을 할 것 아닌가. 기자들은 그냥 대략적인 정보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새로운 선수의 취향, 성격 그리고 일화를 물어본다. 할말이 없었다. 그냥 “이 친구는 프로 
축구 선수이며 뛰어난 재능을 지닌 미드필더이고 또 공격적인 위치에서 공격 작업을 진행한다. 
성격도 좋다. 지금까지 봐온바 토니누 세레조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다” 라고 말했다. 신기한 
사실이 있다면 기자회견 장에서 그 어떤 헛소리를 해도 기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심하지 않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 순간만큼은 ‘아 그런가보다’ 한다. 

그리고 카카의 훈련 첫날이 드디어 도래했다. ‘이 놈 자기 엄마와 아빠가 길을 가르쳐줘야 여길 
찾아올 것 같은데’ 이런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시차극복도 못해서 피곤해 보이는 소년이 
주춤거리며 필드에 들어갔다. 그러고 천국의 광경이 하모니가 울리면서 펼쳐졌다. 
오! 주여! 감사합니다! 주여! 감사합니다. 

공을 받으면 카카는 믿기 힘든 일들을 해냈다. 이놈은 그냥 우월한 놈이었다. 
밀란의 레귤러였던 가투소가 카카를 막았다. 일부러 세게 몸싸움을 걸었지만 
카카는 공을 지켜냈다. 그리고 가투소의 욕설 한 마디가 카카의 클래스를 인증했다. 
“어쭈 이것 봐라 X발새끼가?” 일순간 카카는 공을 치고 나가더니 네스타를 향해 
달리다가 골대 밖 30미터에서 그대로 슛을 때렸고 공은 네트에 꽂혔다. 네스타의 얼굴에는 
좌절이 가득했다. 

세상을 되돌릴 수 있는 리모컨이 있다면 나는 그때 장면을 돌려볼 것이다. 
그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는 장면이었다. 이보슈 모지씨. 이름이 어쨌건 간에 
나는 카카를 사랑합니다. 모범생 카카말고. 안경을 벗고 축구 반바지를 입으면 카카는 
월드-클래스 선수가 된다. 원래 나는 팀 훈련이 끝나고 갈리아니에게 훈련장 분위기 등을 전하며 
통화를 자주하는 편이었다. 카카가 처음으로 밀라넬로에서 훈련한 날도 어김없이 통화를 했다. 

“갈리아니 양반. 전할 소식이 있다네” 
“좋은 소식이야 나쁜 소식이야?” 
“아주 좋은 소식이지. 굉장한 소식이야” 
“오 카를로 드디어 때려치려고?” 
갈리아니는 항상 유쾌한 농담을 하는걸 좋아했다. 

“불행하지만 내가 지금 그만 두는 일은 없어. 
그리고 내가 그만 두지 않을 이유가 있다면 말이야. 
이봐, 우리 방금 축구 천재를 하나 얻었어” 

지단의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카카는 분명 지단에 근접한 클래스의 선수였다. 
내가 지도한 선수 중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선수였다. 카카는 굉장히 지능적이고 한번 
무언가를 깨달으면 바로 그걸 해낸다. 남들 보다 두 배 정도는 머리회전이 빠르고 
공을 받기 전에 이미 자신의 플레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마쳤다. 첫 훈련처럼 
나머지 훈련들도 이어졌다. 매 훈련이 멋진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카카에게 굉장한 감명을 받았다. 심지어 말디니도 카카의 위대함을 인정했다. 말디니가 상대했던 
그리고 함께 뛰었던 선수들의 수준을 생각하면 카카의 클래스가 드러나지 않나. 
말디니는 반 바스텐과 함께 뛴 선수다. 그 반 바스텐 말이다. 

카카와 가투소는 금방 친해졌다. 카카가 “촌놈” 이라고 놀리고 가투소에게 구타를 
당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가투소에게 잡히면 뒤통수를 있는 힘껏 후린다. 카카의 
뒤통수는 풀 스윙으로 수 천회는 강타당했다. 카카에 대해선 내가 놀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이 놀라왔다. 오 주여! 이런 축구 선수를 이 땅에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우 800만 달러의 돈으로 이런 선수가 나타나다니! 

03-04 스쿠데토를 따고 나서였다. 카카가 내게 왔다. “그런데 감독님. 기자회견 때 기억나시는지. 
제가 세레조와 비슷하다고 했잖아요. 대체 그때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 거에요?” 

*토니누 세레조는 브라질 리그 출신의 터프한 수비형 미드였다*
출처 http://www.serieamania.com/xe/?mid=calcioboard&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trequatista&document_srl=26491594

http://www.serieamania.com/xe/?mid=calcioboard&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trequatista&document_srl=2651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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