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스압 +_+
답답한 마음을 적다보니
이런저런 얘기 쓰게 되네요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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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하고 있어요.
운동하라고 하면 하루에 몇시간이고 할 수 있지만
도저히 식탐은 고칠수가 없었어요.
중학교 신체검사때
키 158에 몸무게 67이 나온것보고
정말 충격을 받아서
1년 조금 안되는 시간동안 10키로를 감량했어요.
(사실 친구랑 길 가는데, 친구 아는 남자애가 절 보더니
"와.. 얘는 왜 이렇게 뚱뚱해?" 라는 얘기에 충격받았어요)
그 후로는 57~58키로에서 왔다갔다 하는 몸무게 보면서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그 몸무게로 근 8년정도 유지했는데,
여자는 44사이즈 입어야 한다.
55사이즈는 통통한거고 66사이즈는 뚱뚱하다.
77사이즈는 아줌마들도 창피해한다..는 말을 들었네요.
그러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했고,
만삭때 75키로를 찍었어요.
아기낳고도 67키로에서 몸무게는 제자리 걸음..
6개월 지나고 모유수유를 끊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도 모유가 늘 부족했어요)
그때부터 다이어트를 해서
6개월만에 몸무게는 다시 57키로가 됐어요.
전 제 몸무게가 창피하지 않아서
누가 몸무게를 물으면 당당히 57키로라고 얘기했고,
돌아오는 답변은
"너 그렇게 안 보이는데? 많이 나가도 53키로밖에 안보여~"
"야 ㅋㅋ 너는 여자가 57키로가 뭐가 자랑이라고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냐~
요즘 여자 몸무게 50키로만 넘어도 뚱뚱하다고 해ㅋㅋㅋ"
음..
제 몸이 지방형이 아니라 근육형이라서
몸매만 좀 더 가다듬으면
50키로까지도 볼 수 있다는 헬스장 트레이너분의 얘기에
용기를 내서 PT를 시작했어요.
PT를 시작하고 두 번 받았어요.
그러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테스트기를 했는데 두줄.
제게 온 생명의 축복이 너무 행복했지만,
한편으로는 첫재때처럼 임신기간동안 살이 찌면 어쩌지..
하는 생각을 한 나쁜 엄마였어요.
가족들에게 얘기하고,
태교에만 신경을 썼는데
9주차에 유산으로 애를 보내야만 했어요.
충격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요.
일주일은 굶다시피 했고,
그 후로는 몸 추스리라는 신랑의 얘기에
먹고,쉬고,자는것만 반복했어요.
그러다보니 몸무게는 다시 불어서
65키로 까지 쪘어요.
신랑은 제가 살이 찔수록 더 좋아했어요.
본인이 너무 말라서 안쓰럽다는 얘기까지 듣는 정도인데,
그래도 저는 통통해서 너무 보기 좋다네요.
저만 괜찮다면 70키로까지만 찌우라고 할 정도였어요.
(헬스 개인PT 시작한건 제 고집에 시작했어요)
신랑의 얘기에 마음놓고 먹기 시작했어요.
그러다보니
중학교때 몸무게인 67키로가 생각나면서
너무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우리 애는 이제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는데,
요즘 애들은 엄마가 뚱뚱하면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한대요.
뚱뚱한 엄마가 있으면 애들이 그 엄마의 자식을 놀린대요
너네 엄마 돼지라고..
우리 애는 소중하고 정말 천사같고
내 목숨을 바칠정도로 너무 소중한 보물인데
단지 내 몸 때문에 애가 놀림받을까 걱정이 됐어요.
신랑에게 다이어트 하고 싶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반대를 했어요.
지금도 좋고, 살이 더 찌면 본인은 더 좋다고..
나는 살이 찌니까 여름에는 더위를 더 많이 타고,
옷도 전부 작아져서 너무 스트레스다.
예전에는 조금 끼여도 입을수는 있던 청바지가
이제는 답답해서 못 입겠다.
옷을 사면 늘 66~77 사이즈 옷을 파는 쇼핑몰만 찾게 되고,
뭣보다 전신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샤워하러 들어간 화장실에서 우는 날도 많았다..
결국 신랑도 제 고집에 다이어트를 하라고 했어요.
운동은 오래 해도 자신 있는데,
PT할때도 트레이너분이
혹시 집에서 따로 운동을 했냐고..
초반에 시작하는 분들은 힘들어서 난리인데
저는 하라는대로 다 따라온다고 놀랐었거든요.
식탐이 문제라서
내과에서 혈액검사 하고
식욕억제제 처방 받아서 먹었어요.
신기하게 밥은 보기도 싫어지고,
밥을 먹으면 내가 밥을 먹는건지
돌맹이를 씹는건지 알수가 없을 정도로 입맛이 없었어요.
운동을 같이 병행했더니
3주만에 6키로가 금방 빠지더라구요.
물론 몸에도 이상이 왔어요.
급격하게 살이 빠지니, 현기증이 심해졌고
원래 앉았다 일어나면 약간의 어지럼증이 있던 저는
그 증상이 더 심해져서,
앉았다 일어나면 눈앞이 순간적으로 까맣게 변하면서
휘청거리기까지 했어요.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단순포진까지 오게 됐으며,
매년 폭염이라고 해도 잘 버티던 제 몸이
더위먹고 쓰러져서 응급실 신세까지 지게 됐어요.
신랑은 화를 내며 당장 약 복용을 금지했고,
보름치를 받고
한달치를 더 받아서 먹고 있던 저는
그래, 내가 이런거에 의지하면 안되지.
스스로 노력해서 조절해서 살을 빼자. 다짐했어요.
근데요..
도저히 식욕은 줄어들지가 않았어요.
식욕억제제를 먹으면서 줄어들었던 위가,
식욕억제제를 끊고 나니
그동안 몸에서 부족하던 영양분을 원하는건지
전보다 더 심한 식욕이 생기더라구요.
2주만에 다시 3키로가 쪘어요.
65키로에서 57키로까지 빼는데 3주.
다시 3키로가 지는데는 2주.
제 몸은 다시 60키로의 몸으로 변했어요.
혼자서 많이 울었어요.
미친년 그 식욕을 못 참아서 그렇게 먹냐.
넌 평생 뚱뚱하게 살아라.
넌 죽어도 비키니는 못입어.
몸매 좋다는 얘기 절대로 못들을거야.
스스로 정말 많은 자책을 했어요.
그렇게 시간만 허비하다가
한달전부터는 독하게 마음 먹고,
그런 약 없어도 나는 할수있다고 마음 먹었어요.
매일 런닝머신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애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동안
집에서 계속 돌아다니고 움직였어요.
예전에는 애가 밥을 먹다가 남기면
버리는게 아까워서
저는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애가 남긴 밥을 다 먹었는데,
이제는 음식에 대한 욕심도 사라졌어요.
맛만볼게~ 라는 말을 이해 못하던 제가,
입에 음식이 들어가면
배가 터질때까지 먹던 제가,
이제는 정말 맛만보는게 가능해졌어요!!
밥을 먹어도 소량으로 먹고, 입 안에서 많이 씹고
평소에 물도 많이 마셨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오늘 아침 몸무게는 55.9키로가 체중계에 찍혔어요.
아침,저녁 몸무게를 재면서
뿌듯해 하는게 이제는 하루동안의 제 낙이 됐어요.
소량으로 먹고, 운동을 하고
집에서 입던 팬츠는
늘 꽉껴서 뱃살이 삐져나왔는데
이제는 헐렁하다는 느낌까지 들게 됐어요.
이제 나는 뚱뚱한 엄마가 아니야.
나도 자신감이 생겼어.
쇼핑몰도 늘 큰 사이즈의 옷만 파는 곳을 찾던 저는
이제는 일반 쇼핑몰에서 파는 M 사이즈 바지를 고민없이 구매하게 됐고,
청바지를 입으면
엉덩이와 허벅지가 창피해서
늘 긴 티셔츠나, 야상으로 가렸는데
이제는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만 입어도
창피하지 않게 됐어요.
저는 정말 지금 제 몸무게에 만족해요.
누가 들으면 56키로도 안된다. 더 빼야한다고 하겠지만,
이제는 자신있게 전신거울 앞에 서게 되고,
샤워하려고 들어간 화장실에서도
거울에 비친 제 몸을 보면서 만족해요.
더이상 몸무게를 줄이는것보다,
지방을 좀 더 없애고,
그 자리에 근육을 자리 잡게 하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정말 만족하고 있거든요.
근데 주위에서는 하나같이 하는 얘기가
(몸무게는 아직 얘기 안했어요)
"너 살 왜 그렇게 뺐어?"
"너 살이 빠지니까 애가 인상이 너무 날카로워보여"
"야 너는 살 쪘을때 애가 순해보였어"
"너 굶어서 뺐냐?"
저런 말은 그냥 웃고 넘겼는데,
제일 상처가 됐던 얘기가
"너 남자 생겼냐? 신랑 몰래 애인이라도 생겼어?
너네 신랑은 니가 살이 찌는게 더 좋다며.
근데 왜 그렇게 빼려고 해. 숨겨둔 애인이라도 있는거야?"
우리 신랑은 제가 살이 쪄도 살이 빠져도 좋아해요.
살이 찌면 몸이 육덕지고 섹시해서 좋아하고,
살이 빠지니까 품에 쏙 들어오니까
보호본능이 생겨서 설렌다고 그래요.
나는 남자가 생긴게 아닌데요..
그냥 내가 만족을 하기 위해서 살을 빼는거에요.
우리 신랑은요..
결혼한지 8년이 됐지만,
아직도 나만 보면 좋아 죽는 바보같은 남자고,
결혼한지 오래 됐으니 애정이 식고 정으로 산다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번은 사랑한다고 얘기해주는 남자에요.
회식을 가도 제가 애랑 있으면 심심할까봐
본인 스스로가 2차도 안가고 술도 안마시고 집으로 와요.
19금이지만 결혼하고 제 몸이 안좋거나,
본인이 정말정말 피곤한 날은 제외하고는
매일 밤마다 저 괴롭히는 남자에요.
우스갯 소리로,
피임 안하면 우리는 애가 다섯명이겠다 라는 얘기까지 했어요.
그냥.. 우리 신랑 눈빛에서는
아직도 나만 보면 초롱초롱 빛나는
연애시절의 그 사랑스러운 눈빛이 느껴져요.
저런 바보등신같이 나만 보는 신랑을 두고
애인이 생긴거냐는 황당한 질문을 왜 하는거죠..
다른 이유도 아니고
다이어트해서 살을 뺐다는 이유만으로요.
부러워서 그런거라고 하기엔
저는 쭉쭉빵빵이 아닌데요.
부러워서 한 얘기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그래도 해서는 안되는 얘기잖아요...
너무 충격 받아서 신랑에게 울면서 얘기했더니,
신랑이 불같이 화내면서
그 친구에게 전화해서 한바탕 뭐라고 했고,
그 친구의 신랑에게도 한소리 했어요..
사람이 해야 할 얘기가 있고, 안해야 할 얘기가 있는거라고..
당신 와이프가 무슨 뜻으로 한지 모르지만,
그냥 뱉어버린 말 한마디에,
내 와이프는 상처받아서 울기만 한다구요...
(신랑이 그 친구한테 전화할때, 걔가 신랑이랑 같이 있었는데
수화기너머로 큰 소리가 들리니까 받아본거였어요)
그리고 친구에게 사과받고,
친구의 신랑도 사과 했는데요..
(친구 신랑분은 무슨 죄..ㅠㅠ)
나는 바람 안피니까 다시 살 찌워야 돼요..?
내가 오해 안받으려면 다시 살을 찌울까요...
신랑은 지금처럼 쭉 운동하래요. 응원한대요.
내 와이프 이렇게 예쁘고 멋진 여자다~ 자랑하고 싶대요.
외출을 해도 꼭 무조건 저를 데리고 다니는데,
신랑은 저보고 더 노력해서 더 예뻐지래요.
그럼 저도 자신감이 더 생기고,
본인도 와이프 자랑 더 하고 다니는 팔불출이 되겠다네요.
(지금도 민망할만큼 팔불출이야..ㅠ_ㅠ)
신랑의 위로에 마음은 추스렀지만,
친구라고도 부리기 싫은 그 애의 얘기는
정말 너무 충격이고 상처네요.
나는 아줌마니까
늘어난 티셔츠에 고무줄 바지에
꾸미지도 않는 여자가 돼야하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