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고은>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이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미래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 뿐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다.
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있다.
길이 있다.
수많은 내일이
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