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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 해야할지... 날 용서하지 마라
게시물ID : sewol_153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치듯
추천 : 0
조회수 : 21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24 04:05:36

늦은 시각. 술 한 잔 했습니다. 

먹어도 취하지 않는 술입니다. 

그래도 명색이 술인지라 술힘을 빌어 이렇게 글 남깁니다. 

다소 감정적일 수도, 과도한 표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불편하시다면 미리 사과드리겠습니다.

못난 놈이 술먹고서 하소연하는 것으로 넘어가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서울에 올라와 많은 아이들을 봤어. 

근데 다 그렇더라. 시골깡촌 놈이라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너희들이 낯설었어. 

머리도 이상하고 하는 행동도 건방져보이고 치마올려 입는 것도 충격이었어. 

골목에서 담배를 피다니.... 내 어릴 적 내 고향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 

그래서 너희를 못난 놈으로 생각했어. 

'서울이라 그런가'란 생각도 해봤어. 

모든 10대들이 까져보였고 비행청소년처럼 보였어. 

으레 술자리에서 너희들 얘기가 나올 때면 욕을 했엇찌. 싸가지 없다고... 


하지만 난 너희들을 알아. 

아주 조금 말야... 

나도 너희 같은 시절이 있었꼬 방황했고 탈선을 흉내내기도 실제로 탈선하기도 했지. 

그래서 맘 깊은 곳어서 너희를 욕할 수는 없었어. 

너희들의 그 시절. 10대의 시절. 사춘기를 나도 겪어는 봤거든. 많이 다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연민과 안쓰러움 그리고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믿어주길 바래... 믿어줘.

나 그럿게 나쁜 놈 아니야.







그래서 더욱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런 배에 태워서 미안하다. 

이런 사회에서 자라나게 해서 미안하다.

아직... 아직도 꺼내주지 못해서 미안해........................................................................................................................








왜 미안하냐고...
난 너희들이 욕해도 되는 사람이야. 마구 마구 욕하고 때려도 되는 사람이야...

너희들이 사고를 당한 이유가 
언론에서는 과물의 과다적재와 부실적재, 무리한 증축과 개조, 항해사의 미숙함(?). 진도브이티에스인가 무너가란 놈들의 직무유기,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인가 뭔가란 놈들의 부실운영과 허울뿐인 감독체계라고 하더라. 

그뿐인가.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직무유기. 아니 직무유기까지 갈 필요도 없어. 
일말의 책임감도 도덕적 의무조차도 모른 사람들이었으니까. 

오늘 아니 어제 뉴스에는 실질적 선주의 종교단체까지 거론되며 또한 해외부동산 규모까지 거론되더라. 

사고 이후 구조작업은 차마 말로 표현하지도 못할 정도야... 그 책임은 정부가 져야함은 물론이고 그 정부의 뒤에는 유권자가 있음은 또한 당연하겠지.

근데 왜 내갸 미안해하냐고?








난 그래도 싸. 욕먹어도 싸.

부끄럽지만 내 죄를 고백할께. 

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갔어. 

일병 좀 넘으니까 아주 중요한 거라고 고참들이 알려준게 가라사인이야. 

실탄과 총기 반출 대장에 가라사인, 가짜사인하는 법을 알려주더라. 친절하게도 오류났을때 메꾸는 방법까지도.

행정병을 가니까 문서작성하는데 얼추 30-40프로가 가라더라. 가짜. 짜가. 위조. 변조. 허위. 거짓.

군수품 빵꾸나니가 간부가 가라로 메꾸면서 내 능력이 이 정도다 하면서 자랑스럽게 거들먹거렸지. 내 앞에서... 

모든게 관습, 관례, 원래 해온던 것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었고 난 거기에 순응했어. 


제대하고 해외에 잠깐 나갔어. 

알바나 죽어라 했지. 나가고 싶어서 오직 나가고 싶어서, 아무 것도 ㄷ없이 나가서 일만 했어. 

근데 돈이 남더라. 누군가 얘기하거군. 어디 가면 송금해준다고... 수수료없이.

망설임 따윈 없었어. 이게 어떻게 가능ㅎ한지 자문하기보다는 돈이 덜 든다는 말이 내겐 아주 중요했거든. 

한국에 들어오고 살아보니 내가 했던 송금이 불법송금이란 걸 알았어. 

세금을 덜 내기 위한 불법말이야. 

쪽팔렸어. 

근데 말야. 어느 순간 술에 취해 서울 술집에서 술계산을 하는데 

주인이 카드말고 현금으로 하면 싸게 해준다는 말에 난 따랐어. 

흥정까지했어. 그깟 5천원에 말야. 

동대문가서 옷을 살때도 마찬가지야. 젋은 20-30대 직원, 사장과 흥정을 했지. 현금으로 계산할 테니 더 빼달라고 말야.

아버지가 평생 회사원이셨어. 평생 유리지갑이셨는데 그 유리지갑을 지켜주지는 못할 망정
아들이란 놈이 그깟 5천원 만원 때문에 불법을 저지르자는 술집주인, 옷집사장의 유혹에 꼴랑 넘어간거야. 아니 스스로 넘어갔지. 

난 그런 놈이야.

뿐만 아니야. 내 주위에 기술사자격증 때문에 고민하던 친구에게 거리낌없이 빨리 따서 불법으로 빌려주고 돈 받아먹으면서
다른일 하라고 부추기기까지 했지. 친구란 놈이 불법을 충고하다니........ㅎ. 나 가관이지??

친구 회사 오너가 불법으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될때 전직우너에게 보너스를 주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술김에 부럽다고까지 했어.

친구가 관공서 입찰할 때 말도 안되는 사업이었는데 사업파트너가 시의원을 데려와서 어거지로 접수시켰따는 말을 듣곤 
역시 빽이 최고라고 말했어..................ㅇ 이해해줘 술김에 한말이었어 정말이야.


돌이켜보니 한둘이 아니다. 

너무 많고 너무 많고 너무 많아.... 내가 외면한 것들이.

그래서 미안해...


너희들을 죽음으로 몰고간 사고가 나랑 상관없을 수도 있어. 있지 아무렴...
하지만 말야. 내가 멍청한건지 몰라도 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아.
적어도 난.



나 올해 37이야. 
너희들 사고에 책임이 사회 누구에게 있냐고 묻는다면, 
범주는 다르겠지만 넓게 본다면 나도 그 안에 있는 거 같아.
 미안하다.

내가 만들지는 않았따고 변명하고 싶지만 
내가 거기에 순응하고 일조한 것은 사실인거 같아. 

학교다닐때 교수님이 그러더라.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자본주의가 안착했지만 그것은 천민자본주의였다고...
난 천민이었어.................................................................................................................................................................

그깟 얼마에 내 양심을 팔고 편법, 위법, 불법을 눈감고 순응했어. 
선장과 선원들. 법적의무는 커녕 도적적 책무도 저버릭 인류애도 외면한 그들과 나는 ...... 도대체 얼마나 다른 것일까.

너희들과 무슨 상관이냐고???
너희는 말이 없지만........ 난 작고 힘없지만 고백해야겠어. 
너희를 이리 힘없이 아무것도 못해보고 보내는 책임은, 정체도 모르는 저 멀리 어딘가에 있ㄴㄴ 괴물이 아니라 바로 나한테 있따고. 

만약 괴물이 있다면................. 
미안해 내가 만들었어.
만들지 않았따고 해도 침묵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자유로울 수 없을 거 같아.
나비효과. 그래 나비효과일 수도 있겠따. 

그래도 너희를 볼 면목이 없다. 



세계경제대국 몇위. 쥐디피 얼마. 한류가 어떻고 케팝이 어떻고 
이게 무슨 소용이야.



너흴 지키지도 못했는데...

아직 너흴 따뜻하게도 못해주는데 ...
애끊는 심정으로 너희를 기다리는 부모님께 손잡아 이끌어주지도 못하는......................우릴.......어른들을................ 날 용서마렴.



뒤늦은 말.
말뿐일지도 모르겠지만...

내 죽을때까지 이런 일 안 일어나도록 할께. 
미약하겠지만 발악이라도 할께. 
혼자 발버둥이라도 칠께. 

그러니 
용서하지는 못하더라도
미워는 하더라도
못난 이 어른을............

증오는 하지 말아다오.

언젠가 다시 만날때 무릎꿇고 사과하는 나를
외면하지는 말아줘. 

염치없지만 
.....................................부탁할께. 


한 번 살아볼께. 너희를 잊지 않으며...

약해빠지고 악아빠진 이 어른을,
너희를 보내고 뒤늦게 후회하는 이 어른을,
한 번만 용서해다오.















미안하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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