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계획 일환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의료 관련 기관들에서 수십명 단위의 인력 감축이 추진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난을 호소하는 공공의료기관에 큰 부담이 될 뿐더러 '필수의료 확대' 공약과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와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확인을 종합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정원 3947명 중 43명을 줄이겠다는 '혁신 계획'을 최근 정부에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비핵심 기능 폐지‧이관‧축소 등으로 68명, 정원과 현재 인원 간 격차 조정으로 54명 등 모두 122명을 확보해 이중 79명을 국정과제 등 신규 사업에 재배치하고 남은 43명을 조직에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직‧인력을 효율화하여 슬림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비핵심 기능으로 분류된 코로나19 손실보상 기능이 폐지되고 의료급여 장기입원 퇴원지원 및 의료급여사례관리단 운영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된다. 비급여의 급여화 기능도 축소된다. 심평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종료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확보된 79명은 각각 △공공정책수가실(37명) △의약품 의료기기 지출보고 관리(11명) △보장성 강화 항목 사후관리(12명) △혁신의료기술 등재관리(11명) △초고가 의약품 급여관리(8명) 등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조직에 배치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예산도 삭감키로 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인건비, 부서운영비, 업무추진비 등 고정비용을 뜻하는 경상비용은 올해 약 381억원이었지만 3% 감축해 내년도 예산에는 369억원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국내 암 연구 핵심기관인 국립암센터 또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CBS가 확보한 국립암센터 혁신계획에 따르면 국립암센터는 최근 "기관 특수성을 고려할 경우 기능 감축 등을 통한 정원 감축은 어렵다"며 대신 기존 인력을 최대한 재배치해 증원소요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다.
이미 재배치를 통해 본래 증원하려 했던 수요 34명을 감축한 상태며 코로나가 종식될 경우 긴급 투입 대응 인력 등을 재배치하여 가급적 기존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내용도 정부에 보고했다.
실제로 국정과제인 국가암데이터센터 지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전담인력 모두 7명의 충원이 필요했지만 '전담인력의 증원소요를 최소화'를 이유로 기존 인력 재배치로 메꾼 상태다. 경상경비 또한, 심평원과 마찬가지 올해 738억 가량에서 내년도에는 715억으로 3% 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상시적인 인력난을 겪는 이러한 의료 관련 공공기관의 인원과 예산이 이처럼 축소되는 것은 공공성 강화와 전면 배치되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 확대와도 정면 충돌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정애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후퇴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과 달리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명목 하에 담당 인력을 축소하는 등 실질적인 작업에 착수한 것이 문서로 나타났다"며 "희귀질환과 치매 환자, 장애인, 임산부를 위한 지원사업도 축소할 계획임이 드러나 '취약계층에 더 두터운 지원을 하겠다'던 약속도 말 뿐 이었던 것으로 판명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출관리·재원확대는 '핵심사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재정부를 통해 혁신안이 알려지지 않도록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혁신계획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