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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빨갱이라고?
게시물ID : sisa_1535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군인은안습
추천 : 7/6
조회수 : 46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12/24 13:41:22

[정치] 그럼 나도 빨갱이냐. 잡아가지 왜.


2009.7.21.화요일

먼저 문제 하나 내자.

문) 아래 문장이 가리키는 정치인은 누구인가?

1960년대 사회주의 좌익연맹을 통해 정치에 뛰어들어 1971년 사회당을 결성하고 72년 공산당과 공동 강령을 실현, 74년 좌익 단일후보가 된 후 81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14년간 집권한 인물은?

1. 소련의 고르바초프
2. 북한의 김일성
3. 중국의 모택동
4. 우간다의 이디 아민

... 내 글을 많이 읽어 온 분이라면 한 5년쯤 전에 유럽 이야기를 통해 위와 똑 같은 문제를 낸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마 원체 쓴 글이 많아서 간혹 과거의 것들을 인용하거나 일부 재탕하게 되는데, 세상이 그때보다 하나도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증거라는 차원에서 이해하시라.

각설하고, 이미 뉴스를 통해 아시겠지만 지난 15일에 한나라당의 허태열 최고의원이라는 자가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한나라당 부산시당 국정보고 대회에서 한바탕 사자후(박희태 표현)를 토해 냈다고 한다. 참고로 이 사람은 2000년 대선에서 지역주의 철폐를 외치며 부산에서 출마한 노무현을 이기고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다.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
왜 이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런 인상이냐?

문제의 사자후 혹은 개소리의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우리가 싸워나가야 할 일은 좌파들의 끈질긴 저항이다'

'요즘은 좌파라고 하지만 좌파는 빨갱이다'

'거기에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게 민주당이다. 좌파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똑똑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빨갱이일 뿐이다.'

민주당이 이 이야기로 발끈했다고 하는데, 그 문제는 그 양반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고 나는 좌파 = 빨갱이 부분에 대해 이여기를 좀 해야 쓰겠다.

처음 이 내용을 읽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분노도 뭣도 아닌 그저 허탈감이었다. 이렇게 무식하고 동시에 비열한 사람이 지금도 집권당의 최고의원을 하고 있고(심지어 노무현을 이긴 적도 있고), 그럼에도 창피한 줄도 모르고 함부로 떠들어 대고 있으며, 거기 더해 여당의 대표라는 자가 이를 열렬 치하하고 나서는 저 가공할 연쇄 고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무식과 막되 먹음의 뫼비우스의 띠 속에서 지금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허탈감 말이다.

일단 위의 문제에 대한 답부터 말씀 드리고 이야기 계속 하자.

답 :

5.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여러분의 상상과는 달리 저 '무시무시한' 경력을 가진 사람은 바로 에펠탑으로 우리에게도 너무 친숙한 나라 프랑스의 미테랑 전 대통령이다.

경력상 이 사람은 확실한 좌파니 허태열의 논리에 따르면 당근 빨갱이임이 분명한 일. 그렇다면 아마도 소련 KGB의 스파이로 선진국 프랑스의 대통령까지 올라 자기 나라 망치고 나아가 UN 혁명을 통한 세계 적화의 야욕을 불태웠을 게 분명하다. 속으로는 김일성을 숭배하는 주사파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좌파는 빨갱이고 보나마나 친북일 테니.

그럼 이런 자가 1993년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왜 우리는 그리도 환대하고 영접하고 고이 돌려 보냈던가. 공항에서부터 안기부 이문동 분실로 끌고 가야 마땅한 일 아니냐. 세계 빨갱이의 거두를 인질로 잡았으면 써먹을 일이 얼마나 많았겠냐. 게다가 당시 정권은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잡고 있었다. '잃어버린 10년'의 좌파 빨갱이 정권 시절 아니었단 말씀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물론 벌어지지 않았다. 허태열이 당시 의원은 아니었으나 만약 미테랑과 인사할 일이 있었다면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프랑스 대통령에게 진심 어린 존경과 선망의 염을 가득 담아 고개 숙였을 것으로 확신해 마지 않는다. 빨갱이일 뿐인 좌파인데도.


좌빨 마두 미테랑과 대한민국 대통령 김영삼의 즐거운 한때.
이념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발칙한 한 컷이다.

이제 이런 이념적 이중성에 대해 허태열과 박희태 및 그 일당은 머라고 대답할 건가... 라는 의문을 던질 것 같지만 사실 질문도 대답도 필요 없다.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일 뿐이니까.

여하튼 이렇게 좌파는 세상에 널려 있고, 오래 전부터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소위 선진 자유국가의 대통령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허태열/박희태의 저런 태도나 발언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며 모순적인 것인지는 더 이야기해봐야 입 아프다.

미테랑만이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좌파 성향의 노동당이 집권한 영국에서 살았었다. 울나라가 선진국으로 존경하는 영국의 집권 노동당의 근본에는 마르크스주의의 사상이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어느 정도냐 하면, 70년대까지만 해도 영국 노동당에는 오직 노동조합원만 입당이 가능했다. 말 그대로 노동자들의 당이었고 울나라 민주노동당보다 더 했던 거다. 그래서 토니 블레어 조차 입당하고는 운수 노조원으로 가입해야 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영국은 보수당 집권 때나 노동당 집권 때나 공산국가인 적이 없고, 노동당도 예나 지금이나 공산당과는 다르다. 만약 울 나라라면 토니 블레어는 노동당 출신이라는 것만으로 '볼셰비키'로 불렸을 게 뻔하다. 노무현이 그랬듯이 말이다.

그리고 스웨덴 등 북유럽과 서유럽 국가들의 상당수가 채택하고 있는 이른바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는 교조적인 막스레닌 주의나 현실 공산주의 사회와는 많이 다르지만 근본적인 바탕은 막시즘을 빼놓고 이야기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나라들을 빨갱이가 지배하는 국가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박정희나 이승만, 전두환은 물론 지금의 이명박 역시 그런 이유로 이 나라들을 적대시하거나 경계하지 않는다.

단언하건대 우리의 조갑제나 김동길 옹 역시 이 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감도 없을 것이다. 동시에 유럽에서 어떻게 좌파적 가치관들이 사회를 풍성하고도 더욱 자유로우면서도 평등하게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 일체의 지식이나 이해도 없음은 물론이다.

심지어 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도 실은 좌파 성향이 강한 사람이다. 이 양반은 변호사이자 사회 운동가, 빈민 운동가 출신으로 어떤 점에서는 노무현과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서민을 위한 감세, 분배 위주의 경제 정책, 의료보험 및 사회 보장 확대 등 각종 간판 정책도 분명히 좌파적이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나라 우익과 모든 면에서 성격이 유사한 미국 중남부 쪽 우파들은 오바마를 대놓고 공산주의자로 규정하고 또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를 공산주의자에 빗댄 수많은 포스터 중 하나.
구글에서 obama communist 를 검색하면 558만개의 글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오리지날 우파도 검증한 이런 빨갱이에 대해, 미 대선 직후 청와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와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 철학이 같다'

머라... 이렇게 되면 지극히 단순한 삼단 논법에 의해 이명박도 빨갱이가 되고 마는데 이 일을 어떡하면 좋으냐. 김영삼과 미테랑은 악수나 하고 회담이나 한 정도지만 이명박은 아예 정치 철학이 같다고까지 선언하고 있지 않나.

과연 이렇게 한반도는 빨갱이 천하가 되는 것이며 북한이 그토록 원하던 적화통일이 멀지 않은 것인가. 실용중도를 외치며 이데올로기 배격을 선언하던 명박이 알고 보니 김정일의 간첩이었단 말이냐.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그저 정체를 감추기 위한 쇼에 불과했던 건가...


이처럼, 허태열 류의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금방 자체 모순에 빠지게 된다. 몇 다리 안 건너서 과거 미테랑과 교류한 신한국당, 또 그 후예인 한나라당, 현직 대통령 이명박, 그리고 그 당연한 결과로서 한나라당 의원인 허태열 본인까지도 빨갱이의 덫에 걸려 들고 마는 거다. 물론 비약이지만, 이보다 더 비약적인 논리들이 과거에도 지금도 반대파를 옭아매기 위해 그들 자신에 의해 사용되어 왔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할 말 없는 거다.

이념이란 이렇게 모호한 것이며, 또 그 이념을 함부로 적용하고 재단하는 것은 이토록 위험한 일이다. 따라서 모름지기 지성인이라면 이런 부분에 대해 기본적인 식견과 자세 정도는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인이자 한 나라의 입법을 책임지는 국회의원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태열 류의 발언이 이어지고 또 찬미되는 이런 기막히고도 망신스러운 상황은 우리 사회의 정신적 미성숙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일례다. 울 나라는 어려서 받은 정신적 상처로 인해 어른 구실 못하고 방황하는 신경증 환자 같은 상태를 아직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좌파라고 하면 그저 6.25 때 인민군만 떠 오르고, 이어 마치 중세의 마녀처럼 두려워하면서 또 어떻게든 제거하려 드는 거다.

혼자 사는 못생긴 노파는 무조건 마녀, 고양이하고 친하면 마녀, 나이 들어 결혼 안하고 자유롭게 사는 여자도 마녀, 너무 똑똑해도 마녀, 옆집 사람이 마녀라고 꼬발르면 그냥 마녀.... 그렇게 해서 중세 유럽에서는 수십만 명이 마녀로 몰려 고문당하고 화형대에 올려졌다. 50년대 미국의 매카시 광풍에서 보듯 아직도 이런 수준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한 게 우리 인간들인데, 거기 더해 그런 사람들이 정부입네, 국민 주권의 대리인입네 하며 힘을 행사하며 살고 있는 게 2009년 대한민국이다.

 
이 순진한 아가씨는 이제 잠시 후 수감되고, 고문당하고,
집단 강간당하고 이어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
해명할 기회나 정식 재판 절차도 없이.
이런 류의 사악하고 저열한 정신이 아직도 이 사회의
중심에서 떠돌고 있다는 것은 단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인간성에 대한 죄악이다.

고백하마. 나 역시 따지고 보면 좌파다. 힘과 부는 가능한 한 분배되어야 한다고 믿고, 한쪽에 지나친 권력이 집중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투기나 지나친 돈놀이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믿고, 의료 혜택은 모든 국민이 돈 걱정 없이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그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부정하지 않지만 문제도 많다고 보고, 막시즘을 추종하지 않지만 그 속에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암튼 그렇게 '언젠가는' 모두가 다 행복하게 잘 사는, 지나친 빈부 격차 없고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 없고 돈 없어서 굶거나 차별 받는 사람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중도 좌파의 범주에 속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이 규정하는 빨갱이와는 전혀 다르다. 왜. 위와 같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숙청으로 반대파를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으며, 당 독재나 계급 독재와 같은 현실 공산주의의 방법론에도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일성, 김정일로 대변되는 1인 독재나 숭배는 특히 적극 반대한다.

 
여기엔 어떤 경우에도 찬성할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이 사람들과는 아무 대화도 할 수 없다거나
다 때려 죽여야 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머 이렇게 이야기하면 마치 울나라에 진짜 빨갱이라는 무서운 집단이 따로 있고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라고 차별화 하는 것 같은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단지 좌파와 빨갱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구별하기 위해 하는 말일 뿐이다.

위에서 빨갱이의 예로 든 모습이 바로 허태열 같은 자들이 말하는 빨갱이, 혹은 6.25의 기억 속에 남은 빨갱이의 전형이다. 결국은 폭력 혁명을 통한 정부의 전복과 공산 정권의 수립인 건데, 2009년 대한민국에 그런 걸 추구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아는 한 울나라의 진지한 좌파들은 계급 혁명이나 적화 통일은 찬성하지도 추구하지도 않는 민주주의자들이다.

설사 유별난 넘들이 좀 있다 하더라도(나는 만나본 적 없지만) 정치 세력화 될 수 있는 수준의 인원이나 힘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사회에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그런 사람은 세상 어디에나 있는 거고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놔 둬도 아무 위협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내공이 만들어져 있다.

그럼에도 그 내적인 국민 역량을 오히려 정 반대의 무엇인 양 호도하는 자들, 그 결과 민주당의 뒤에, 촛불의 뒤에, 심지어 노무현 조문객의 배후에 빨갱이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은, 건전한 상식과 지성을 좇아 살아온 국민들의 진정성을 호도하는 못된 짓일 뿐이다.

와중에 가관인 것은 민주당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허태열이 했다는 아래와 같은 사과 발언이다.

"민주당 자체가 빨갱이라는 것이 아니라 현정부에 저항하고 있는 일부 강경반대세력들의 선전선동을 민주당이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피력하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결국 민주당은 아니더라도 나 포함해서 본지 독자 대부분과 우리와 생각이 비슷한 수많은 국민들은 몽땅 다 빨갱이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걸 빨갱이 발언에 대한 사과라고 카피를 뽑았던데, 이게 무슨 얼어 죽을 사과냐. 이건 그저 같잖은 소리로 동업자 정치인들한테만 고개 숙이고 빠져나가는 조잡한 정치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국민들이 우리 스스로 뽑은 국회의원에게서 이런 모욕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는 거다.

아니냐.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파토 너 역시 극우(수구) 꼴통이라는 표현을 별 부담 없이 쓰지 않냐? 그거나 저쪽에서 말하는 좌파 빨갱이(좌빨)나 다를 게 머냐?

얼핏 그렇지 않나 싶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런 게 아니다. 만약 이 나라에 조갑제 김동길 허태열 등등에 대응하는 극좌 세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다른 말을 만들어 쓰는 것까지 말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빨갱이는 안 된다.

왜냐고?

그 이유는 이 단어 속에 너무도 많은 정치적 오남용의 피냄새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빨갱이라는 말에는 그 명목으로 반대파를 마음대로 죽이고 숙청하고 잡아들인 대한민국 60년 오욕의 역사가 고스란히 함축되어 있다. 그래서 앞의 마녀의 경우처럼 '죽여도 되는 넘', '고문해도 상관없는 넘' 같은 의미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일단 빨갱이로 찍히면 그 담에는 변명도 해명도 법도 필요 없던, 불과 얼마 전 그 시대의 이미지 말이다.


여기는 비록 인민군이 그려져 있지만 누구라도 이 자리에 대신 설 수 있었다.
공산당의 얼굴과 손이 빨갛게 칠해져 있는 것에 주목.

허태열이 "좌파는 (실은) 빨갱이일 ''" 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그 해묵은 심리에 부응한 거다. 빨갱이는 단어가 가진 힘을 알고, 그것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고 청중을 선동하기 위해 써먹은 것이다.

이런 짓은 기본적으로 흑인을 니그로라고 부르고 장애인을 병신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심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상대를 평범한 인간 이하의 무엇으로 격하시키고, 이어 그에 대한 자신의 우월감이나 적대감, 공격적인 행위 등을 이를 통해 합리화 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는 용인되어서는 안 되는 비인간적이고 비열한 행위가 바로 이런 것들이다.

그러나 내가 진짜로 개탄스러운 것은 허태열 같은 사람은 이런 것을 모두 이해하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 조차도 아니라는 점이다. 유색인종에 대해 무한 적개심을 보이는 KKK 단이나 마찬가지로, 이들은 실제로 내심 빨갱이는 제거해도 무방한 대상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단지 세상이 바뀌어서 그러지 못할 뿐, 사회가 박정희 시절로 돌아간다면 이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시 그 선봉에 설 것이다.

그 단어의 절대적 권위 앞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조봉암이나 인혁당 같은 정치인 계열부터 시작해서 5.18 광주, 4.3 제주 등 합쳐서 얼마나 많은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재평가가 또다시 역전되려는 조짐을 보이는 요즘, 마냥 거꾸로 가는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머잖아 이들이 다시 행동에 나서고 그런 비극들이 재현되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빨갱이란 이름 하에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한은 누구도 영원히 풀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그 단어를 다시 입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극우 꼴통이라는 말은 이와는 전혀 다른 경우다. 그 말에는 비아냥과 다소의 경멸은 있을지 몰라도 피와 죽음의 냄새나 인권 유린의 그림자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꼴통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는 '고집쟁이'나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는 의미로 정의되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 말은 간혹 친구들끼리도 쓰지 않던가.

그렇기에 극우 꼴통에는 빨갱이와 같은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 '효과'가 없다. 극우 꼴통이 이 사회에서 죽음, 고문, 강간을 당한 실례도 없고, 인간 이하의 말살해야 할 존재로 규정된 바도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빨갱이에 상응하는 역사성을 체득한 적이 없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그 소리를 듣는 본인들도 빨갱이라는 말을 들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지는 않는다. 머 일종의 욕이니까 다소 기분이야 나쁘고 불쾌하겠지만 그저 그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원한다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도 그만인.

이래서 우꼴과 좌빨은 정치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와 무게를 갖는 것이며, 양 진영을 평등하게 지칭하는 용어가 될 수 없는 거다. 이거, 열라 중요한 거다.




정리하자.

이제 오늘 부로 허태열과 박희태 등이 알아야 할 것은, 21세기 한국에서 좌와 우는 더 이상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나누는 표현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좌우는 그보다 훨씬 크고 포괄적이며, 이데올로기 그 자체라기 보다는 삶의 양식과 가치관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옛날처럼 더 이상 일도양단으로 구별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어떤 점에서는 우파일 지도 모르고, 이명박도 어떤 부분에서는 나보다도 더 좌파일 수도 있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 이제라도 좀 대국적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면 그들 스스로 결국은 극우 꼴통으로서 민주주의와 나라의 위신을 퇴보시키고 나아가 국민과 역사에 누를 끼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나이들도 드셨으니 빨리 정신차리지 않으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지 않을까 우려된다.

심지어 이명박이 탈이념과 실용을 매일 같이 외쳐대는 가운데, 허태열과 박희태는 그 뜻을 거스르고 오히려 이념 갈등을 적극 조장하고 있으니 이건 심지어 자기들이 옹립한 대통령마저 무시하고 욕 뵈는 짓거리다. 그런 천박한 행위는 사회는 물론 니들 자신에게도 결국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래 사진의 경우처럼 말이다.

 
본지의 엽기질은 아직 멀었다...

말 나왔으니 말이지만, 사실 탈이념이나 실용도 이념을 아예 모르거나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념을 알고 그 한계를 초월할 때 만이 실현 가능한 거다.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사실상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정치적인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가 사는 삶의 모습 속에서 이는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이데올로기 자체가 일차적으로 인간의 가치관과 행동을 해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념을 초월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본질과 한계를 이해하고, 이어 장점을 받아 들이고 단점을 극복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말로 실용을 한다고 실용이 되는 게 아니고, 온 나라에 삽질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한다고 이념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런 슬로건으로서의 실용이나 탈이념, 중도는 그저 인문적, 사회적, 역사적, 인간적 무지의 소치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와중에 극좌도 아닌 중도 좌파, 심지어 중도 좌파도 아닌 걍 중도마저도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빨갱이라고 낙인 찍고 코너로 몰아넣으려는, 치사하고 졸렬한 자들의 손에서는 절대 그런 초월과 극복은 일어날 수 없을 터. 

그래서, 예의상 빨리 정신 차리라고 말은 했지만 이거 아무래도 해결 안되지 싶다.
하지만 마, 괜찮다. 3년 반 후에 우리 손으로 끝내면 되는 거니까.

딴지 논설위원 파토([email protected])
             트위터 : pato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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