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에서 작은 협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회원수가 동네 동호회 정도보다는 많아서 이년마다 하는 큰 행사에 직접 참가자만 1500명, 그 참가자 가족 외 봉사자들 모두 합쳐 2500에서 3000 명 가량이 참석하는데 제가 협회에서 가진 직위 때문에 행사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협회에서 일한 지난 십이년간 코로나가 성행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벌써 6번의 큰 행사를 치뤘는데요, 행사를 준비할 때마다 항상 가장 중요하게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은 많은 수의 참가자를 정해진 공간 안에서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원활하게 통제하는 부분입니다. 저희 협회가 재단이라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행사를 치루는 편이라 꼭 전문성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여러가지 일을 맡기긴 하지만 경호와 인원 통제만큼은 아무래도 대규모 인원을 통제하고 통솔해봤던 전현직 경찰관 출신의 봉사자들의 자원을 받아 안전과 경호를 챙기고 있습니다. 물론 안전 을 담당하는 팀(Security Committee)의 팀장은 전직 FBI경호쪽에서 은퇴한 사람이라 인원통제와 관련된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어디나 큰 행사에는 참가자들이 몰리는 장소와 시간대가 있기때문에 그 시간과 장소를 예상하고 사람들이 사고 없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의 확보와, 그 공간확보와 통행을 저해하는 참가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안전요원들이 주의를 환기시키고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안전의 최 우선 수칙으로 여겨집니다. 누구나 사람이 몰리고 자리가 비좁으면 사고의 위험은 인지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경호/안전 요원의 복장을 입은 사람들의 안내와 경고는 군중들에게 최소한의 이성적인 행동을 하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것이 안전한 행사진행을 위한 최 우선 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안전 요원의 확보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며 행사장 곳곳에 적절한 수의 안전 요원을 배치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행사 준비의 한부분이었습니다.
상술한 것처럼 조희가 치루는 행사는 1500명의 짓덥 참가자와 1000-150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 참가자 가족 친구 등이 이틀에 걸쳐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기 때문에 적어도 40명, 많은 해에는 55명까지 안전 요원을 확보해서 행사를 항상 치뤄왔습니다.
어제 이태원에서 200명의 경찰인력이 동원됐다는 기사를 접하고 제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3000명이 이틀레 걸쳐 있는 행사에도 40-50명의 안전요원을 준비하고도 항상 인원 통제에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는데, 10만이 운집한 행사에 200명의 경찰 인력만이 동원 됐더니요.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단순하게 계산을 해도 저희 행사의 30여배 이상의 인원이 운집한 상황에서 30배는 못될 지언정 20배 정도 되는 인력이 와서 통제를 해도 800명에서 1000명의 경찰 통제 인력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200명이라니요.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왜 한국에서 미국 문화인 핼러윈을 이렇게 소란스럽게 보내다가 사고가 났냐는 생각을 먼저 문득 했는데, 동원된 경찰인력의 숫자를 듣고는, 이건 핼러윈의 문제보다 그 행사가 있을 것을 미리 알고도 대비를 하지 못한 서울시와 행안부의 절대적인 인재라고 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사람이 큰 규모의 군중으로 모이게 되면 개인으로서의 행동양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그런 돌발 상황과 사고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고 그 것을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안전의 기본인데, 행안부 장관이라는 작자가 사고 후 나와서 한다는 이야기가 서울 광화문쪽에 시위하는 사람을 통제하려다보니 경찰인력이 분산돼서 이태원에 보낼 인력이 적었다는 말같지도 않은 변명을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귀한 자식과 가족, 그리고 연인을 잃은 사람들 앞에다 두고도 과연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욕이 저절로 터져나오더군요.
어떤 기사에는 사고 직전애 어떤 bj가 나타났느니 라는 사고 후 많은 사람들이 사망케된 진짜 원인과는 상관없는 마녀 사냥식의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이 상황에도 기레기의 클래스는 어디가지 않는다는 씁쓸함, 게다가 이 상황을 수습하는데 굳이 설자리가 있어보이지 않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작자가 나와서 혀를 놀리는 꼴은 정말 이 나라가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돼간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하더군요. 국민의 안전을 방기한 자들에 대한 책임을 뭍는 수사를 한다면 인정하겠지만, 한동훈같은 인간이 유럽에 놀러갔던 오세훈이나 나오자 마자 헛소리로 국민들을 분노케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압수수색하고 기소하도록 할리는 만무해보이거든요.
꽃다운 나이에 운명을 달리한 사람들께 명복을 빌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고 여부를 떠나 핼러윈이 왜 이렇게 큰 일이 돼서 이런 사고가 났냐는 비판에는 개인적으로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 질문에 매몰되어, 진짜 이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의 책임을 뭍는 일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바뀌지요. 군중의 행동양식은 바뀔 수 없지만, 이를 잘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고요, 국민의 녹을 먹고 있는 자들은 그 부분까지도 챙기고 대비해야 함이 마땅합니다. 그러라고 표를 던져 뽑아준거지 정쟁하고 변명하라고 뽑은 건 아니니까요.
5년전 20만명이 모였던 똑같은 행사에 길을 따라 폴리스라인이 쳐지고 통제하는 경찰이 길게 서있던 한장의 사진을 보며 도대체 올 해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불안하게 다가오네요. 해외에 나온지도 벌써 16년차인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2021년은 가고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후진적인 사고들과 정치인들의 참사스러운 일거지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런 상황에 나라를 걱정하고 분노하시는 분들께 멀리서나마 위로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기전 뉴스를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안타까워 긴 글을 휴대전화 터치키보드로 써 나가다 보니 잘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써 놓은 긴 글을 읽으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도 드네요.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