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방금 안민석 의원께 감사 이메일 한 통 작성했습니다.
먼저 내용 이해를 위해 기사 2 건 및 요약 내용 알려드립니다.
관련 기사
1.與 안민석, 항일 의병장 '벽산 김도현' 기념관 추진
https://v.daum.net/v/20210907094817639
*주요 내용 : 작년 기사인데.. 늘 감사한 마음 갖고 있었고요,
언젠가 가능한 루트가 있다면 인사 좀 드리고 싶었던 내용이 좀 있습니다.
> 안민석 의원, 영덕시장 화재 현장 방문해 복구 약속
> 같은 날 영덕군 소재 '벽산 김도현 의병장' 도해 순국(물에 빠져 자진) 현장 돌아보고 '벽산 기념관' 건립 추진 협의
2.기시다 총리, '욱일기' 이즈모함서 관함식 사열...한국해군 경례
https://www.yna.co.kr/view/AKR20221106025200073?input=1179m
*본 건에 대해서는 따로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다들 아시는 내용이고, 설명해봐야 화만 나는 내용이니...
다만 해당 건으로 어떤 감사 표현에 대한 욕구가 다시금 생겨났다는 점은 알려드립니다.
더 미룰 수가 없겠더군요.
사적인 내용이 포함돼있으나 문맥 이해가 가능한 선에서 일부 내용은 가리고 아래와 같이 발신한 이메일 내용을 공유합니다.
-이하 이메일 전문-
벽산의 고손자가 보내는 감사의 편지 - 벽산 김도현 의병장 추모와 아울러
안녕하세요, 안민석 의원님.
저는 수원 호매실에 사는 XXX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고향인 영양군을 방문했다가
아버지로부터 의원님께서 제 고조부이신 벽산 김도현 의병장의 순국 장소인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도해단 일원을 방문하시고,
해당 장소에 대한 정비 사업 계획을 협의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많이 놀랐습니다.
정말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희 고조부님께서는 1852년, 지금으로부터 170년 전에 태생하시어
1914년 도해 순국하실 때까지 일본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 항거하셨던 의병장이십니다.
그간 별다른 국민적 관심을 받아오지는 못하셨으나,
2014년, 순국 100주년을 맞아 국가보훈처에서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조명받으신 적이 있고
도해단 주변으로 묘역을 대신한 추모 공간이 작게나마 있다는 것만으로도
후손된 입장으로, 또 그 분의 충정으로 광복한 이 나라 국민으로도 감사해오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 곳을 더 좋은 숭모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안민석 의원님께서 제안하신 '벽산기념관 설립 계획'에 대해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일의 진행 여부를 떠나 지역구도 아닌 곳에 직접 방문하시어 민생 현안을 챙기셨다는 점,
그리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인 경북 지역의 위인을 추모하는 혜안을 보여주신 점에 대하여
같은 당원 동지로써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이 때에 이 편지를 쓰게 된 몇 가지 계기를 알려드립니다.
첫째, 얼마 전 있었던 일본 관함식에서 욱일기를 향해 한국 해군이 경례를 한 것이 잘못되었기 때문.
둘째, '벽산기념관 설립 계획'에 대한 후손의 생각을 전달드리고자 함.
셋째, '벽산의 유언'이 민주당과 연결되는 부분이 조금 있어 소개하고자 함.
첫째 계기인 일본 관함식 건입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줄임)"
여기에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부분은
한국이 국권을 침탈당했다가 회복했음을 알려줍니다.
하필이면 대한민국 헌법 맨 처음에 이 문장이 적힌 이유는
이제 다시는 우리 나라라는 체제가 다른 어떤 외부 세력에 침탈될 수 없으며,
그러한 슬픈 역사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대한민국의 이름을 달고 행해지는 어떤 행위도 제국주의적일 수 없으며,
독립된 국가의 행위이고, 자립한 나라의 행위이고
또한 그런 침탈의 역사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법 조문을 몇 줄 내려가보면 헌법 제 5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제5조 ①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
②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하며, 그 정치적 중립성은 준수된다.
네, 우리 헌법은 침략적 전쟁을 부인합니다.
그러므로 그러한 제국주의적 전쟁을 한 나라도 옹호할 수 없으며,
옹호를 넘어 존경과 군의 격조를 대표하는 경례는 더더욱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 제국주의를 행했던 국가는 많지요.
영국이 그러했고, 스페인이 그러했고,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가 그러했으며
러시아와 미국 역시 그들의 창대하고 화려한 역사의 이면에
추악한 학살과 폭압적 정치 행위가 있었음을 우리는 모두 압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일본 자위대에 경례를 하느냐는 것이며,
왜 하필이면 욱일기를 게양한 배에 경례를 하느냐는 것입니다.
헌법에서 이미 기술하고 있는 바와 같이 우리는 일제 제국주의에 항거한
3/1운동과 그로하여 설립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는데
대체 왜 욱일기를 향해 경례했느냐는 것입니다.
위 사항에 대해 생각해볼 때,
한때 우리 나라를 제멋대로 수탈하고 망쳐놓은 국가의 군대의 상징인 욱일기에 경례하기 위해
대한민국 해군에서 가장 큰 함정인 소양함이 수천 킬로미터의 망망대해를 건넜다는 사실은
그저 기도 안 차는 일입니다.
이는 제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어서 더 크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잘못된 일입니다.
집권세력에게 철저한 책임을 물을 일입니다.
사건이 발생한지 고작 2주가 지났으나 당 내외의 여러 사정으로
어젠다 세팅에서 후순위임을 알고 있으나,
이 점에 대한 제 뜻을 꼭 피력하고 싶어 이와 같이 말씀드려 봅니다.
둘째로 '벽산기념관'에 대한 후손의 생각을 말씀 드립니다.
저는 어떤 형식으로든 사업이 진행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벽산 선생은 어찌보면 참 슬픈 사람입니다.
세가 약했고, 그의 조상(백촌 김문기)과 달리 군사적 전문성이 높았던 사람도 아니고
외로웠고, 잃은 것이 많은 사람입니다.
역사적 평가 역시 상세한 참전 기록과 자발적 참여 정신 등에 치중하여 해석되는 인물입니다.
동시에 기록을 살펴보면 매우, 정말로 인간적인 분입니다.
몇 년 전에 영양군에서 고조부님과 관련된 연극을 제작하여 무대에 올린 적이 있는데,
이 때 각본 역시도 이런 부분에 치중해 고증이 이뤄진 것으로 들었습니다.
학술적으로 별다른 특징이 없기에 역사적 연구가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의원님의 관심만으로도 그저 감사드릴 뿐이며 속도가 조금 붙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뿐입니다.
셋째로 고조부님의 유언 중 일부가 민주당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지금 이후부터는 마땅히 말을 유순하고 온화하게 하여
남을 거슬리지 말고 자취를 감추며
시속時俗에 따라 같이 행하고,
어리석으며, 아래인 것으로 처신하고,
겁이 많고 약한 것으로 하여 지키고,
다른 사람보다 특이함을 드러내지 말고,
세상에 기대어 짐이 되지 말고,
빛을 감추고 칼날을 거두고,
마음을 굳게 하여 뜻을 기르며,
책을 읽고 도리를 강구해서 대업을 이루어야 한다.
(중략)
몸을 삼가고 처신을 잘하면
피해를 멀리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으며,
아울러 억누르며 인내하고
시세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최상이다. ……"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얼마나 서럽고 슬펐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서거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16대 대통령 민주당후보 국민경선 출마 연설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꾸어 보지 못했고, 비록 그 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 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 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숙이고 외면했어요.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고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정의'를 말하는 듯 했다가 이내 '빈정거림'의 사회로 변화했습니다.
10여 년 전 갑자기 일간베스트 형 인간 형성이 시작되며
익명성을 두르고 터져나온 온갖 비문들과 욕설만도 못한 언사들이
이제는 젊은 세대 일부를 둘러안은 하나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통탄할 일입니다.
그야말로 협잡에 의해 반사이익을 얻는 소수 권력자를 제외하면
그로 인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분열과 대 혐오의 기조가 이 때 이미 배태되었습니다.
'정의'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한 것인가,
모멸과 빈정거림의 대상일 뿐인가.
우리는 이제 각자도생의 끄트머리에서
급기야 상호혐오의 시대로 나아가기까지 한 것인가.
과연 이것이 제 고조부님이,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바라던 세상인가.
고개를 털며 '아무리 그래도 옳은 것이 옳은 것이다'라고 믿고 살려고 해보지만,
너무나 벅찬 현실입니다.
언제 우리가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올바름을 올바름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지,
어느 현명한 어른이 있다면 꼭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마땅히 찾아뵙고 감사함을 전하는 것이 옳으나, 시국도 그렇고
공사로 바쁘심을 알기에 감히 청하지 않는 점 헤아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허나 불러주신다면야 언제든 감사한 마음으로 응하겠습니다.
새벽이 깊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며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XXX 드림-
-이상 이메일 내용-
뭔가 쓰고 나니 헛헛하기도 하고, 제대로 쓴 건가 싶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답장 같은 건 바랄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왔으면 좋겠네요..ㅎㅎ
이제 자러 가야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