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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터가 맺어준 사랑
게시물ID : lovestory_203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ut&그리움
추천 : 12
조회수 : 1021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06/04/01 21:16:07

    * 라이터가 맺어준 사랑 *



    있지
    선을 볼 때마다 퇴짜를 맞는 총각이 있었어.

    그 총각은 너무나도 착하고 성실했지만
    여자들은 그 총각의 착한 내면을 알지 못 했던 거야

    화려하지 않은
    아니 조금은 부족한 듯한 겉모습에 모두들 돌아서 버렸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총각에게 선자리가 들어온 거야

    내심 ‘이번에도 안 될 걸 나가지 말까 ? ’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매번 자리를 마련해 주는 아주머니께 미안한 맘이 들어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다란 각오로 선을 보러 나갔어.

    그런데

    혹시나 했던 맞선이
    역시나 되어버렸어

    여자는 몇 마디 나누지 않은 채
    약속이 있다며 나가 버린 거야

    남자는

    돌아서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모님과 자신의 절룩거리는 다리를 원망하기 시작했지

    어릴 적 빠른 치료만 있었더라도
    완치될 수 있었던 자신의 다리
    그 다리가 그리 미울 수가 없었어.

    쓸쓸히 커피숍 밖으로 나온 총각은
    잎을 다 떨어뜨린 나뭇가지를 보며
    어쩜 초라한 나의 모습과 이리도 같나 싶어
    나무 기둥에 기대서서 담배를 꺼내 물었는데

    한 번

    두 번

    세 번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이려 해도
    불어오는 바람에 자꾸만 꺼져버리는 거야

    총각은 이제 라이터 불마저 자신을 무시하는 구나 싶어
    라이터를 힘껏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버렸지

    그런데 그때 ...

    때구루루
    그 라이터가 지나가던 한 여자의 발 아래로 굴러간 거야

    여자는

    자신의 발아래에 굴러 온 라이터를 한번 보고
    총각을 한번 보고

    라이터를 한번 보고
    총각을 한번 보고

    총각은

    자신과 라이터를 번갈아가며 보는 여자에게
    갑자기 미안한 맘이 들었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냥 그 여자의 눈빛이 그런 미안한 맘을 가지게 했다나...

    남자는 미안하다는 뜻으로
    가벼운 목례를 하고 돌아서서 가려는데
    여자가 남자를 불렀어.

    ‘ 저기 이거 ’

    여자의 고운 손에 쥐여진 것은
    꽤 비싸 보이는 라이터였어.

    ‘ 이건 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을거에요 ’

    남자는 이게 꿈인가 싶었지
    늘 여자에게 차이기만 했던 자신에게
    여자가 선물이라며 라이터를 건네니 말이야

    ‘ 괜찮습니다 ’

    남자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 고맙습니다 ’ 가 아닌
    어찌 보면 쌀쌀 맞을 수 있는 ‘ 괜찮습니다 ’

    괜찮다는 말에 여자는 남자에게 천천히 다가가
    재킷 주머니에 라이터를 넣어주며 말했어.

    ‘ 이 라이터 제게 정말 소중한 거예요
    필요하실 거 같아서 ..
    받아주세요 ‘

    여자는 가을 햇살처럼 싱그런 미소를 남기고
    그렇게 가버렸어 ~

    남자는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주머니 속에 라이터를 넣어준
    그 여자가 머릿속에서 뱅뱅 돌아 다녔지

    ‘ 소중한 라이터라는데 ...
    난 일회용 라이터면 되는데 ... ‘

    남자는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다 주머니 속에서 꺼내보았어
    그런데 라이터에
    조그마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져 있었어.

    ‘ 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 딸 미정 - ’

    순간

    여자의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거라는 말과 함께
    라이터를 돌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발길을 돌려 아무리 여자를 찾아도 여자는 없었지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여자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어.

    떨어진 낙엽은 쌓여가고
    바람은 더욱 차가워지고

    그리고 겨울

    남자는 여자를 만날 길이 없었어.
    오직 아는 건 여자의 이름 뿐 ...

    오늘도 남자는 라이터를 보면서 기원을 하지 ...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길 ...
    꿈속에 서라도 만날 수 있길 말이야

    (계 속 ..)

    - but&그리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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