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헤어졌을 그땐, 정말 죽을 것 같았어.
정말 힘든 시기였고, 이별까지 겹치니 진짜 사람 꼴이 말이 아니게 되더라.
내가 잘 되는게 너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하고
정말 이 악물고 열심히 했어.
덕분에 결과는 좋았던 것 같아.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고,
운도 따랐는지, 그때부턴 모든게 잘 풀렸던 것 같네.
근데, 자리를 잡은 후에도 너에게 연락할 수는 없었어.
너는 나와 헤어지고 바로 새 연인이 생겼으니까.
허한 마음은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았어.
술만 마시면 니 생각이 났고, SNS을 통해 너의 흔적을 뒤적거려 봤어.
모 철학자의 말처럼, 20대 초반의 연애는 몸에 대한 기억이 더 강하다는 그 말 때문에
다른 여자도 만나봤고, 쉽게 잠자리도 가져봤어.
그래도 후회만 남고, 니 기억은 전혀 잊혀지지 않았어.
시간은 계속 흐르더라.
점점 나도 더 일 때문에 바빠졌고, 자연스레 니 생각을 하는 빈도가 줄었던 것 같애.
그냥 외롭기는 해도 니 생각은 크게 안나기 시작하더라.
헤어질 때는 너를 저주하고 욕했었지만, 그게 모두 내 잘못 때문이었단 걸 깨닫게 되었어.
너는 내가 다시는 만나기 힘들 좋은 여자였지만, 내 미숙함으로 너를 잃었었다는 걸 알았어.
그러다 우연히 한 여자를 소개받았는데, 정말 좋은 사람인거 같아.
이번엔 너와의 연애할 때의 내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기대길 좋아했던 나를 고치고, 애정표현도 잘 못했던 나를 고치는 중이야.
그리고, 너에게 못해줬던 걸 이 여자에게는 놓치지 않고 해주고 있어.
새로운 연인을 바래다주고 오면서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돌아오는데,
최근의 설렘과 행복함 덕분에 잠시 잊고 있었던 니가 오늘 갑자기 문득 생각이 났어.
내 미숙했던 20대 초반을 지켜줬던 너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떠올랐어.
너도 나와의 나빴던 기억은 다 잊고, 나보다 훨씬 좋은 그 남자와 계속 잘 지내길 바라.
이젠 너의 소식을 자주 찾아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