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펌][장편,브금] '손' [ II ]
게시물ID : panic_136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1
조회수 : 149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3/31 15:19:33
-딩동 딩동 “계십니까!” - 쿵쿵쿵쿵 “901호 아무도 안 계세요?” 나는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보았다. ‘손’은 여전히 움직임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저 안에 정말로 사람이 들어있다면, 그리고 죽은 채로 발견 된다면, 일생 최대의 끔찍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비실에서 왔습니다! 문 좀 열어 보세요” 119가 도착하기로 한 10분은 좀 이른가 싶었는데 역시나 다른 사람이었다. 벽에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현관까지 걸어간다. -딸칵, 끼이이익 “무슨 일 있어요? 소방서에서 연락이 왔네요. 901호에 문제 있는 것 같다고. 대원들 곧 온다는데 제가 일 단 먼저 왔습니다.” 야간 타임을 맡고 있는 경비다. 깊게 파인 이마 주름과, 눈가의 다크 서클이 야간 근무의 피곤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대기업 출신이라는데 주민들 사이에서 평가가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에겐 너무나 필요한 사람이었다. “아 아저씨. 정말 감사해요. 저 지금 너무 무서워서. 사람이 죽었을지도 몰라서. 아 정말.” 횡설수설 말이 나온다. 경비는 내 얼굴을 잠시 보더니, 몸 전체를 훑어보았다. 소변으로 범벅이 된 아랫도리 근처에서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는 것 같았다. “그 쪽 말로는 착란 증세가 있는 것 같다는데 병원부터 가실까요?” 착란 증세라니. 물론 술이 아직 덜 깬 것 같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절대 착란이 아니었다. 백문이 불어일견일 것 같아 나는 경비에게 말했다. “저. 일단 한 번 들어와 보시죠. 착란인지 아닌지.” 경비는 복잡한 표정으로 잠시 한숨을 쉬더니 허리를 굽혀 신발 끈을 풀기 시작한다. 여전히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자 들어왔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저랑 같이 화장실에 한 번 들어가 주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한 번 보죠.” 다리가 풀려 걸음이 느린 나를 두고, 경비는 먼저 성큼성큼 화장실로 향했다. -끼이이익 “응!?” 아직 화장실로 도착하지 못 한 나에게 경비의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눈 좀 떠 보세요! 아주머니!” 쓰러져 있는 아내를 발견한 모양이었다. “이봐요. 당신 아내랑 싸웠소? 지금 무슨 일이요 대체!” 이 양반이 변기는 안 쳐다보고 쓰러진 아내만 본 모양이다. 가까스로 화장실에 도달한 나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 말했다. “변기를 한 번 보세요.” 경비는 불신 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변기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변기에 대체 뭐가 있.....어억!?” 경비는 얼마나 놀랐는지 입을 벌린 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이로서 변기에서 ‘손’을 본 사람이 나를 포함 세 명이 되었다. 절대 고양이를 잘못 본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아저씨 119는 언제 오는 거예요. 이제 10분 정도 된 것 같은데. 저 안에 분명히 사람이 들어있다고요." 경비도 다리가 좀 풀렸는지 몸이 떨리는 것 같아 보였다. 가까스로 내게 고개를 돌린 그는 휘둥그레진 눈망울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어, 저...저기... 음... 사람이 있네요. 그.. 그렇죠. 음.. 아.. 곧 올 겁니다!” 나보다 더 횡설수설이다. 몇 분전에 나를 보던 눈빛을 떠 올리니 조금 고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경비는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여전히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저... 아저씨. 그런데 저기에 사람이 들어간다는 게 말이 될까요?” 경비는 내 말을 듣고 더욱 더 복잡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이마의 주름이 더욱 깊어진 느낌이 든다. “그...어... 상식적으로 말은 안 되지만 일단 지금은 들어가 있는 것 가...같네요.” 그렇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됐다. 팔 부위가 잘려져 있는 거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저 ‘손’이 움직이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생동감 있게 부르르 떨기 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움직임이 없지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경비가 그 점을 파고들었다. “팔만 잘려져 있는 거면 가능하겠네요!” 그 말을 마친 경비가 다시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기 시작한다. “아니에요. 아저씨가 오기 바로 전까지 저 ‘손’이 움직였다고요! 마치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처럼.” 경비는 이제 긴장이 좀 풀렸는지 실소까지 띄우고 말을 한다. “당신...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대놓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상식의 범위에서만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답답했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다. “지금, 뭔가 오해하시는 모양인데요. 저 '손' 잘려진 게 아니에요. 한 번 만져 보시던가요.” 뭔가 당황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자, 오히려 경비 쪽이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변기에서 '손'을 만져보면 간단하게 문제는 해결 될 것이지만, 시체의 토막을 만진다는 것은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경비는 우물쭈물 말이 없었지만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말을 했다. “흥. 그래 한 번 만져 보겠수다. 당신 나를 핫바리로 본 모양인데 사람 잘못 봤어.” 말을 마친 경비는 잠시 물끄러미 변기를 쳐다보다 주머니를 뒤적뒤적 찾기 시작한다. 뭘 찾고 있나 했더니 목장갑을 꺼낸다. 맨 손으로 만지기는 싫겠지. 화장실 변기 물로 흠뻑 젖었으니까. -짜악! 장갑을 착용한 경비는 잠시 심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박수를 크게 한 번 친다. 정말 결심하고 다가가려는 것 같았다. 바로 그 때, -딩동 딩동 “119에서 왔습니다! 들어가겠습니다!” 드디어 119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아! 아저씨 119 왔으니까 저 사람들한테 해결 해 달라고 하죠. 건드리지 마세요 그냥.” 말을 하고 화장실 밖으로 나가려는데 경비가 말을 한다. “저 사람들은 저 사람이고, 저는 일단 제가 할 일을 하겠습니다. 이 손이 토막인지 아닌지는 확인하겠어 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였다. 그래, 그렇게라도 의심이 풀린다면 말릴 이유는 없었다. “아휴... 그래요 그럼 확인해 보세요. 저는 밖에 사람들 데리고 올게요.” “그러시죠.” 말을 마치고 난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현관 앞에는 4명의 119대원들이 서 있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지니고 있는 도구가 간소했다. 적어도 변기를 뜯는 작업은 해야 할 텐데. “안녕하십니까. 문제 있으신 게 본인 맞으세요?” 대원 중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말 했다.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그 뒤로는 20대 후반정도의 젊은 사람들이었다. "정신 착란이 좀 있으시다던데...? 괜찮으신가요?" 나는 또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한 숨을 쉬었다. “일단 화장실로 들어가 보시죠. 백문이불어일견!” 안 그래도 뒤에 있는 대원 하나가 내 바지를 보면서 킥킥 거리는 것이 보였다. 사람이 많아서 충격은 덜 하겠지만, 잠시 후에 이 사람들도 나처럼 놀랄 것을 생각하니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했다. “어서 들어오세요. 생각보다 많이 시급합니다!” 내가 말을 마치자, 소방대원들은 조금 찝찝한 표정이었지만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화장실로 걸음을 옮겼고 내 뒤로 그 들이 따라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나는 문 앞을 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선생님 왜 갑자기 멈추십니까? 어... 선생님?"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변기근처에서, 그 경비가 죽어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건방진똥덩어리'님 作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