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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 '손' [VIII]
게시물ID : panic_136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154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01 09:30:02
-스르륵 쿵 아주 조금씩이었지만 확실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다가오는 것 보다는 옮겨진다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았다. 경비는 엎드려 죽은 모습 그대로, 머리를 약간 들면서 몸을 스륵하고 전진 한 후에, 다시 머리를 바닥에 내렸는데, 그 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이 모습이 계속 반복 되면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인 것은, 움직이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데 비해, 다가오는 거리는 아주 짧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조금씩이지만 다가오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현재 우리는 여기서 나갈 수가 없는 신세니까. “민혁이 정말로 죽은거야!? 그리고 방금 무슨 소리야. 무슨 일 있어?” 아직도 눈을 못 뜨고 있는 조장이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어서 정신 차리세요 제발.” 말이 끝나자, -찌지지직 찌직 꿈틀 찌지지직 이번에는 윤철의 배에서 나는 소리가 귀에 박혀온다. 아까 전에 종이 찢어지는 소리와는 비교가 안 되는 소리였다. 그야말로 동물의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이제 조금씩 괜찮아진다. 조금만 기다려보라구!” 조장이 약간 들 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야 조금 나아지는 모양이다. “예. 아 그리고 눈 뜨자마자 기절 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시고요.” 농담 섞인 말투였지만 진담 쪽에 훨씬 가까웠다. 일단, 방금 전 민혁이 뿜은 피로 온 사방이 피투성이인 데다가, 변기 앞에서는 죽은 경비가 머리를 땅에 박아가며 조금씩 앞으로 오고 있었다. 모두 조장의 눈이 안 보일 때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장 무서운 것은 역시 ‘손’이었지만. -찌지직 투둑 투두둑 푸욱!! 과격한 소리에 앞을 바라본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윤철의 배에서 아까보다 더 심한 소리가 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푸욱’하고 구멍이 하나 뚫려버린 것이다. 그리고 길죽한 무언가가 올라왔는데, 다름 아닌 손가락이었다. -투툭 푸욱! 투투툭 푸욱! 하나의 구멍이 뚫리자, 곧 있어 연달아 두 개째, 세 개째도 뚫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손가락이 나왔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들이 윤철의 배를 뚫고 나와 꿈틀 거리기 시작했다. 피로 범벅 된 바닥에는 경비가 움직이고, 죽어있는 윤철의 배에서는 ‘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걸 제 정신으로 보고 있는 스스로가 신기했다. 나는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초조하게 발만 동동 구르며 실내의 이 곳 저 곳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세면대 위쪽 선반에는 수건들과 각 종 세면 용품이 가득했다. 쓸모없었다. 변기 바로 오른 편에는 휴지가 반 쯤 채워진 휴지통과, 변기를 뚫는 압축기가 보인다. 압축기를 보면서 조금 고민했지만, 역시 쓸모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엔 고개를 돌려 왼 쪽 바닥을 바라보았다. 구석 모퉁이에 욕실용 세제들이 널려있었다. 천천히 그것들을 살펴보는 중, 빨간 작은 통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장. 잠깐 옆으로 비켜 보세요.”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조장을 옆으로 밀쳤다. 조장은 이제 약간 실눈 정도는 뜰 수 있었는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거기 뭐라도 있어?” 나는 대답 없이 그 통을 집었다. 역시 예상대로 염산이었다. 급박한 상황에 그나마 쓸모 있는 물건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나갈 방법은 여전히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계속해서 주변을 살펴보지만 헛수고였다. “어억!! 뭐야 이건!!!!” 조장의 깜짝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야 눈이 보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으아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네. 여기 왜 이래! 그리고 저건 또 뭐고!” 정확히 내 예상대로였다. 온통 피 칠갑이 된 공간에, 어떤 시체는 움직이고, 어떤 시체는 배에서 손이 튀어나오고. 그래도 기절은 안 했으니 다행이었다. “이제 좀 눈이 보여요? 설명 길게 못 드릴 것 같아요. 우리 어서 여기를 나가야 합니다. 당신은 119대원이 니까 쓸 만한 물건 좀 있나 찾아보세요.” 조장이 힘겹게 눈을 껌뻑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찾아는 보겠는데, 내가 맥가이버는 아니니까 그렇게 기대는 말라구.” 그런 힘 빠지는 농담을 하다니. 나는 대답은 생략하고 쓰러진 아내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언제까지고 정신을 잃은 채 둘 수는 없었다. “여보! 자기야! 자기야!” 아내가 눈을 떴을 때, 처참한 광경에 또 다시 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얼굴을 품 안에 꼭 껴안았다. -툭툭툭 “자기! 일어나. 어서! 김주희! 야 김주희!!” 등을 두드리면서 아내의 이름을 불러본다. “으.....” 아내의 나지막한 신음소리. 조금씩 정신이 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김주희! 일어나! 어서 일어나!!” 아내의 눈꺼풀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간다. 나는 아내의 얼굴을 더 꽉 껴안았다. “으...으음..음...어.. 자기..야?” 아내는 잠시 신음을 내뱉는가 싶더니 드디어 말을 꺼냈다. “주희야. 주희야. 내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지?” 여전히 품 안에 아내의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무슨...일이야? 숨 쉬기 힘든데 이것 좀 놓고 말 하면 안 될까?” “그래 그래. 지금 놓을 거야. 있잖아. 상황이 많이 안 좋거든? 많이 놀랄 수 있으니까 마음에 준비를 좀 하라고.” 어쩌면, 피로 온 몸을 샤워한 내 모습만 보고도 기절할지 모른다. 품 안에서 아내의 숨 고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응... 안 놀랄게. 그러니까 손 놔도 돼 이제.” 아내의 말에 나는 잠시 머뭇했지만 서서히 손을 풀기 시작했다. “내 얼굴 봐도 놀라지 않기다?” “알았어. 그런데 여기 왜 이렇게 비린내가...” 아내는 나와 얼굴이 마주치자 갑자기 하던 말을 중단한다. 적잖게 놀란 표정이었고, 입술이 떨리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자기야!!! 얼굴이 왜 그래!! 어쩌다가 이렇게 다쳤어!!” 갑자기 아내가 소리치는 바람에 깜짝 놀랐다. 나 뿐 아니라 조장도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어이쿠 목청이 참 크시네요. 여기 생각보다 아늑하니까 걱정 마세요 허허허” 조장이 어색하게 웃으며 아내를 위로하지만, 여전히 힘 빠지는 농담일 뿐이었다. “나 다친 거 아냐. 지금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러니까 잘 들어. 하나만 알면 돼.” 진지한 나의 모습에 놀랐는지 아내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거린다. “지금 저 변기 위에 솟은 ‘손’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고, 우리는 지금 이 곳에서 나갈 수가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나름대로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략하고 알기 쉽게 말 했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침을 한 번 삼키고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저 ‘손’이 사람을 죽인다고. 여기서 나가야 돼!” 아내는 더욱더 아리송한 표정을 짓더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경악에 가득 찬 표정을 짓기 시작한다. 입술이 조금씩 움직이는 걸로 보아 소리를 지를 모양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역시. 고개를 돌리는 족족 처참한 광경이니, 아내는 그저 소리만 지를 뿐이었다. 계속 소리를 지르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다리를 휘청하기 시작했다. 저대로 두면 분명히 다시 정신을 잃을 게 뻔했다. 나는 손을 뻗어 아내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주희야. 내 말 들어. 주희야! 지금 너가 또 정신을 잃으면 우리 정말 큰일 나는 거야. 참기 힘들겠지만 조금만 기운 내! 니 서방이 옆에 있잖아!” 아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소리를 질렀다. 아내는 정신이 번쩍 든 표정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다. “정신이 좀 들어? 우리 지금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희야!” 아내는 여전히 거친 숨이었지만, 조금씩 호흡을 가다듬고 있었다. “나, 나, 지, 지금 꿈꾸는 거 아, 아니지?” 아내가 여전히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움직이며 말했다. “꿈 일거야. 꿈이라고 생각하자 주희야. 그리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정신을 잃지는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한 쪽 팔로 아내의 어깨를 감싼 후 조장을 바라보았다. 조장은 바닥에서 세제 통들을 살피고 있었다. “뭐 좀 쓸 만한 게 있나요?” 조장은 락스 통 하나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본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을 꺼낸다. “음.. 이런 걸로는 안 되겠는데. 이 집은 오일 같은 거 안 쓰나?” “오일이요? 기름 말씀하시는 거예요? 화장실에 그런게 있을 리가...” “베이비오일이라면 있어요. 그것도 괜찮나요?” 내 말이 체 끝나기 전에 아내가 입을 열었다. 아직 몸을 떨고 있었지만, 아까보다는 진정이 조금 된 것 같았다. 조장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곧 대답을 했다. “음... 괜찮겠네요. 베이비오일도. 어디 있나요?” “자기야 잠깐만 손 좀 놔줘.” 아내가 내게 말했다. 나는 아내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아내는 조금 비틀거리면서 문 오른편 구석으로 다가갔다. 그 곳에는 샴푸나 린스 등이 놓여져 있었다. 아내는 쪼그려 앉아 이리 저리 통 들을 헤치더니, 푸른색으로 투명한 얇은 통을 하나 꺼내들었다. 안에는 투명한 액체가 반 쯤 차 있었다. “자 받아. 그리고 나, 이제 괜찮으니까 조금 상황을 설명해 주면 안 돼?” 아내가 내게 오일 통을 건네며 말했다. 나는 그 오일 통을 받아 조장에게 전해주며 아내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니까 일단 변기에서 ‘손’이 나왔는데 내가.....어?...어어!?”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자기야??”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내 눈앞에 ... “뒤.. 뒤로 최대한 붙어!!” 경비의 입 밖으로, ‘손’이 손목까지 튀어나와서는, 손가락으로 바닥을 디디며,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건방진똥덩어리'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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