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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병으로서 많은 환자 본 썰.
게시물ID : military_15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눈팅만한게이
추천 : 2
조회수 : 317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7/22 12:38:37

본인은 09년 군번으로 강원도 화천에 있는 모 부대 포병대대 의무대 소속으로 11년 제대한 사람임.

눈팅만 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의무병은 맨날 꿀만 빤다는 그런 생각을 아직도 갖고 있는 듯 해서 글을 적어보기로 함.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포병이나 직속대대 등에 있는 의무병들은 대대 소속임.

일반 보병 부대의 경우는 연대 내 의무중대에 소속되어 있고 대대급으로 파견가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아저씨이지만, 우리는 애초에 대대 본부중대 혹은 본부포대(포병이니까) 소속임.

 

본인은 병원급이나 사단 의무대급이 아닌 일반 대대급에 있는 의무병 중에선

환자를 많이 본 편이라고 자부함.

그냥 평범하게 40도 넘고 그래서 수액 놓고 어디 다치고 찢어지고 이런 평범한 거는 기억도 잘 안남. 많이 있음.

 

자대온지 1주일도 안되서 총맞은 환자 발생.

이병 때 맘편히 쉬려고 응급대기 구경갔는데 돌아오려던 순간 손가락 잘린 간부 발생. 내가 직접 거즈로 지혈하며 후송감.

09년 겨울 신종플루 빵 터짐. 이 땐 정말 힘들었음. 나랑 동기랑 일병인데 막내. 맞선임이 9개월 차로 이미 상병. 더이상 말하지 않겠음.

 

내가 분대장 달기 전까지는 이정도.. 뭐 가볍게 일어난 환자들이었음.

상병 2호봉인가 3호봉인가 때 분대장 담.

내가 분대장 단 이후에 특히 환자들이 많아짐.

훈련을 갈 때마다 환자가 발생.

근데 분대장 달기 직전에 대대장이 우리 말고 후임 보낸다고 갈군적이 있다보니, 그 이후로는 무슨 일이 있던지 간에 무조건 내가 따라감.

한밤중에 환자가 생겨서 후송가더라도 병장때도 내가 일어나서 따라감. 모범적인 분대장이었음.

어쨋든,

 

작업하다 3~4m정도 되는 절벽에서 떨어진 애도 있었고,

여름에 행군하다가 쓰러져서 호흡을 멈췄던 대위도 있었음. 이 땐 정말 식겁함.

어느날은 자려다가 급한 발소리에 일어나보니 다른 부대 애들이 우리부대에서 훈련하고 있었는데 애가 쓰러져서 얼굴 근육이 다 굳은 상태로 실려옴.

유격 갔는데 두돈반 트럭에서 뒤로 떨어진 애도 있었음.

우리는 105mm 포였는데 그 포 옮기다 포에 다리가 깔린 애도 있었음.

 

근데 우리의 정말 큰 문제는 NP환자였음.

NP환자는 정신병 진료를 받는 환자였는데, 거의 매번 2~3명씩 이상은 있었음.

그 전에는 그냥 과거에 자살 시도 경험이 있고, 우울증이 있는 정도였는데 어느날 큰 환자 둘이 들어옴.

 

한 명은 과학고 출신에 K대 다니던 애였는데 우리 포대에 운전병으로 들어옴. 크게보면 후임이었음. K라고 하겠음.

누구나 아는 그 K대였는데, 애가 확실히 머리가 똑똑하긴 했음. 사단 골든벨 이런거 하길래 시켰는데 하루 공부하고 대대에서 일등함.

분명 똑똑한 애였는데 애가 적응을 못하고 굉장히 힘들어 함.

그래서 의무대에서 데리고 다니는데 항상 그 큰 키에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가만히 두지 못하고 눈을 계속 깜빡거리면서 고개를 왔다 갔다 하는 애였음. 그때 이미 난 병장이라 그냥 큰 문제 없이 데리고 있다 전역했는데 나 전역 이후

결국 적응 못하고 대대를 옮길 때 연대장 면담에서 연대장한테 이렇게 말했다 함.

 

"저희 대대는 10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K는 우리 부대의 전설 1로 남음. 이후에 대대에 무슨 사태가 벌어졌는지는 내가 말 안해도 누구나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됨.

 

전설 2는 이름 이니셜이 LKS였으니 S라고 하겠음. 이 친구는 아저씨였음. S는 이병인데 나이가 25살로 많은 편이었음.

얘는 너무나도 많은 전설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우리도 연기라고 의심했었는데,

저렇게 연기하느니 그냥 열심히 하는게 더 편하겠다 싶었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둠.

 

S가 처음 우리에게 온 것은 훈련 이후였음. 간부가 데려왔는데 한쪽 팔이 시퍼렇게 멍이 든 상태였음.

간부가 말하길 어디 부딪혔다길래 그냥 파스 발라줌.

근데 한 한두달 있다가 이번엔 혼자 내려왔는데 또 팔이 시퍼렇게 멍이 듬.

아무리 생각해도 팔 전체가 시퍼렇게 멍이 들었는데, 이게 부딪혀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음.

그래서 군의관에게 보고, 대대 전체에 일을 크게 일으켰는데 거기서 충격적인 사실들이 드러남.

 

S가 처음 우리에게 온 그 훈련때...

S는 안그래도 머리도 나쁘고 일도 못해서 욕을 계속 먹는 상태였는데, 훈련 중 너무 오줌이 마려운거임.

오줌이 마려운데 선임들한테 말도 못하고 혼자 고민고민을 하다가..

"아... 오줌 마렵다. 아... 오줌 마렵다... 아... 싼다... 싼다... 싼다..."

하다가 쌌음.

이건 그 부대에 있던 S의 선임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였음.

 

또 다른 이야기는

야간 근무를 나가는데 야상을 빨았던 이병 S가 야상이 없자 일병 선임의 야상을 그냥 입고 나감.

몰래 입었으면 몰래 갔다놓기라도 해야 안걸릴거 아님?

그런데 당당하게도 자기 관물대에 그냥 넣어 놓음.

그러다 걸려서 맞음.

그 이후 우리에게 옴. 그래서 일이 커짐.

 

사건이 커지자 인사과에서 S를 데리고 심문같은걸 해서 사건 경위를 파악하려고 햇는데,

인사과에 천사인데다가 일도 너무나도 잘 하는 안전관이 토요일에 나와 하루 왠종일 심문을 하고 나옴.

그리고 나서 나에게 온 안전관이 이야기를 함.

"아오. 나같아도 그냥 저 ㅅㄲ 한대 치고 영창가겠다."

말을 할 때마다 누가 왜 언제 어디서 때렸는지가 바뀐다고 함.

결국 S는 선임 물건 절도에 구타 유발, 거짓말 등등으로 영창을 가게 됨. 자길 때린 선임 둘 보다도 훨씬 길게.

 

이후 S의 아이큐를 검사했는데, 아이큐가 74가 나옴.

왠만하면 쟤가 천재여서 다 꾸민거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 의가사 하느니 그냥 일찍 전역하겠다 싶었음.

결국 의가사 전역함.

 

근데 무서운점은 내가 전역한 이후에 환자들이 많이 줄었다고 함.

 

내가 문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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