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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장편,브금] '손' [XII]
게시물ID : panic_136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Dream
추천 : 3
조회수 : 13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4/01 09:38:35
“이봐. 이봐. 정신 좀 차려. 이봐.” 무거워진 눈꺼풀이 좀처럼 들려지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만이 스테레오처럼 들려온다. “어서 일어나! 나가야한다고 우리!” 머리맡이 뜨겁다. 마치 뜨거운 난로불이 머리를 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누군가 소리칠 때마다, 느껴지는 뜨거움의 정도도 점점 커진다. “이봐 일어나라고!!” 다시 한 번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박히는 순간, “으아아아아아악!!” 머리에 불이 붙은 느낌이 들어 깜짝 놀라 상체를 벌떡 일으킨다. 머리 곳곳에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화장실 문이 불에 타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치 장작을 태우는 것처럼 ‘타닥 타닥’ 소리가 들려왔다. “정신 차려 이 사람아! 시간 없어!” 이젠 누가 그렇게 시끄럽게 소리를 쳤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조장. 아... 꿈이었구나. 꿈...” 말을 마친 나는 황급하게 얼굴을 더듬어 본다. 눈, 코, 입술, 그리고 뺨까지. 손가락에 붉은 피는 묻어 나왔지만 얼굴이 찌그러지거나 하진 않은 것 같았다. ‘손’이 내 얼굴을 쥐어짤 듯 붙잡았던 건 아무래도 꿈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끔찍한 일이었다. 시커먼 하수구에서 ‘손’이 튀어나오고, 얼굴을 붙잡혀 죽음을 당하다니. 그리고 도와달라는 말만 반복했던 그 팔 없는 여자는 대체 뭐였을까? “무슨 꿈을 꾼 진 몰라도, 일어났으면 마누라도 어서 깨우라고. 난 다리 때문에 거기까진 못 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신이 번쩍 든다. ‘손 들’에게 양 다리를 붙잡힌 체 찢어져 죽기 직전이었던 것도 떠올랐다. 아마 정신을 잃었던 것도 그 때였을 것이다. 생각이 정리 되자 가랑이 사이에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큰 아픔은 아니었지만, 욱신욱신 거슬리는 통증이었다. 그 때, 아내에게, 너 만이라도 살라고 외치며 라이터를 던졌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내 아내!!! 아내는 어디에 있나요!?” 나는 조장에게 왈칵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움에 깜짝 놀랐는지 조장은 잠시 동안 눈만 껌뻑 거린다. “아, 아, 아이쿠 깜짝이야! 아내라면 오른 쪽에 있잖아.” 조장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황급히 고개를 돌린다. 오른쪽 벽 구석에 등을 기대고 앉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몸, 이 곳 저 곳에 시커먼 그을음이 보였고, 무릎과 팔꿈치 등에 가벼운 타박상도 보였다. 그리고 오른 손에는 시커멓게 탄 장갑을 끼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발목에 찍혀있는 손자국이었다. “주, 주희야!! 김주희!! 으으윽.” 벌떡 일어났지만 온 몸에 찌릿 하는 통증과 함께 이내 자리로 주저앉고 만다. “조장! 제 아내한테 무슨 일 있었어요?” 조장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 말없이 눈짓으로 변기 쪽을 가리킨다. -화르륵. 화륵. 변기 주위에도 불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변기 오른 쪽 바닥에는, 시커멓게 탄 ‘손’이 흰 연기를 뿜으며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아마도 윤철의 배에서 나왔던 ‘손’인 것 같다. 그리고 변기 안쪽으로는, 제법 불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최초로 발견한 ‘손’은 보이지 않았다. “볼에 뽀뽀라도 해 주라고. 당신 마누라 작품이니까 허허.” 멍하니 변기 쪽을 쳐다보고 있는 내게 조장이 말했다. 나는 잠시 동안 아내와 변기 쪽을 번갈아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저기... 아내가 저를 구한건가요?” “당연하지! 그럼 내가 구했을까? 하하”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한 쪽 다리가 녹아내려 서지도 못 하는 조장이 나를 구할 리는 만무했다. 자기 몸 가누기도 힘들어 보였던 아내가, 나를 위해 저 지옥 같은 변기 앞으로 뛰어 든 게 확실했다. 안구에 조금씩 습기가 서리는 것 같아 나는 다급히 눈을 비볐다. “사실 나는 말렸어. 고작 ‘손’ 하나 때문에 우리 얘들이 셋이나 죽었는데, 하물며 둘이나 되는 ‘손’을 어떻 게 상대할 수 있겠냐고 말이지.” 조장은 그 말을 하고 잠시 그 때 생각이 났는지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잠자코 오일을 문에다 뿌릴 때 까지는 아 포기했나보구나 생각했었지. 그렇게 한, 반 정도를 뿌렸을까. 대뜸 내 손에서 라이터를 뺏어 문에다 불을 붙이고는, 허리를 숙여 뭔가 주섬주섬 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변기로 달려가더라고. 뭐 잡을 생각도 못했지. 꼴도 이 꼴이고 말이야.” “그래서 ‘손’들하고 싸웠나요. 제 아내가?” 아까보다 통증이 덜 해, 몸을 일으키며 내가 말했다. “싸우다마다. 아 그러고 보니 허리를 숙였을 때 장갑을 꼈었구나. 그 죽은 경비가 끼고 있던 장갑 말이 야.” 그 말을 듣자, 경비가 내 말을 못 믿고‘손’을 만져보기 위해 장갑을 끼던 모습이 생각났다. “장갑 두 개를 오른 손에만 끼 길래 왜 그러나 했더니, 갑자기 손에다 오일을 붓더라고.” 아까 봤던 시커멓게 탄 장갑. 그렇다면 혹시. “손에 불을 붙일 때는 정말 깜짝 놀랐었지.” “이런 제기랄! 주희야!!” 조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로 아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나는 잠시 아내의 몸을 살핀 다음, 거의 재만 남은 장갑을 조심히 벗겨보았다. 그러자 울퉁불퉁 흉측하게 부어올라 시뻘겋게 변색 된 손이 드러난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주희가...” “이봐. 이봐!” 한탄하고 있을 때 조장의 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장난해? 사람이 넷이나 죽었어. 게다가 나는 한 쪽 다리를 잃었고, 당신은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 었지. 그까짓 화상이 대순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울컥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사람은 임신까지 한 몸이라고요! 이 손으로 어떻게 애를 키웁니까!” “나도 집에 아내와 자식이 있어!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 “그렇지만..” “지금 슬퍼할 겨를이 있다는 게 놀랍다!” 반박할 수 없었다. 아니, 설득 당했다고 해야지. 여기서 나간다면 가장 힘든 삶을 살 사람은 아마도 조장일 테니까. 잠시, 조장과 나는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켰다. “으..으음.”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아내였다. “정..정신이 들어? 주희야!” “어..음.. 자.. 자기 일어났구나. 하.. 다행이다 정말.” 빙긋 웃고 있지만, 몹시 힘들어 보였다. “그, 그래. 고마워 정말. 너 아니었으면, 너 아니었으면...” 쪽팔리게 울음이 나오려는 것 같아, 침을 여러 번 삼키며 억지로 참아냈다. 하지만 아내가 눈치 챘는지 망가진 오른 손을 들어 내 얼굴을 쓰다듬는다. “나가자 우리.” 아내의 짧은 한마디. 나는 아내를 바라보며 수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문이 많이 약해졌을 것 같아. 한 번 열어 보자구.” 잠자코 있던 조장이 말했다. 문을 보니 정말로 불길이 아까보다 많이 약해져 있었다. 이젠 거의 문이라기보다는 시꺼먼 재 덩이에 가까웠다. 반면 변기 쪽에 타오르던 불길은 오히려 더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 ‘손’과 싸우기 위해 변기 주위에 오일을 흩뿌렸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화장실 문만 열면 그만이었다. 나머지는 나가서 생각해도 충분하다는 생각 뿐. “발로 한 번 차면 부숴 질 것 같네요.” 내가 몸을 일으키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내가 나를 바라보았다. “자기 괜찮겠어? 내가 해도 되는데...” “아냐. 가랑이가 아직 아프긴 하지만 이 정도는 할 수 있어. 걱정마” 허세를 부려봤지만 아내의 표정은 여전히 심각하기만 하다. 나는 문 앞에서, 발로 차기 전에 잠시 심호흡을 했다. 다리가 아파서가 아니었다. 밖에 나가서 뭐부터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미 한참을 지각한 회사를 가야할지. 경찰서를 가서 믿어주지 않을 얘기를 오랫동안 하고 와야 할 지. 아니면, “조장. 여기 나가면 우리 다른 거는 나중에 생각하고 맥주나 한 잔 하죠.” “허허허. 그거 좋지. 시원하게 생맥주 한 잔에 오징어나 한 마리 뜯자고.” “어쭈 대낮부터 술 마시려고? 그랬단 봐라.” 온 사방이 피로 물들고, 우리 모두는 심한 상처를 입었다. 이 모두가, 대체 누구에게서 나온 지 모르는 수수께끼의 ‘손’ 하나 때문이었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오른 쪽 발을 돌리며 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간 허리를 틀어 문을 향한 발길질을 준비한다. 그리고, “합!” -쾅, 콰지직 예상외로 한 번에 부숴 지진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발을 찬다. -콰직, 콰지직 문이 약해져 있는 건 확실했다. 다만 발로 찬 곳만 움푹 파이기만 한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힘을 모아 한 번에 차는 것 보다는, 여러 번 연속으로 밟는 게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손으로 벽을 짚은 체 연속으로 빠르게 문을 밟았다. -쿵, 쿵, 쿵 콰직 콰지직 콰지지직 -쿠웅! 이곳저곳 구멍이 뚫려 나가는 가 싶더니, 굉음과 함께 드디어 문이 열렸다. “아..” 숨죽이고 쳐다보던 조장과, 아내도 문이 열리자 나지막한 탄성을 질렀다. 그래, 이제 밖으로 나가면 다 끝이다. 모든 게 끝이야. 아내에게 혼나더라도 맥주는 마시고 말테다. ..... 그런데, “자기야. 뭐 해. 어서 나가! 문 열렸잖아.” 아내의 말을 들었지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자...잠깐만. 우리 조금만 더 여기 있어야 할 것 같아.” 보고 있던 조장이 답답했는지 문 쪽까지 양 팔로 기어왔다. “그냥 나가면 되는거지 뭐야 대...체...어...?” 조장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이 사라졌다. 어느새 다가온 아내도 입을 벌린 체 바보처럼 서 있다.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꿈틀 문 밖에는, 거실의 벽과 천장 등, 온 사방을 뚫고 나온 무수히 많은 ‘손’들이, 마치 우리를 환영하기라도 하듯 손가락을 꿈틀 거리고 있었다. 출처 :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건방진똥덩어리'님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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