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는 어릴 때 엄마가 돌아가셨음
편의상 엄마의 엄마를 외할머니라 할게
5남매 중에 울 엄만 막내였는데, 엄마를 낳고 얼마 안되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음.
그래서 외할머니한테 우리 엄마는 진짜 아픈 새끼손가락이었고
우리 엄마한테 외할머니는 외사랑이지만 너무나 큰 사랑을 준 존재였음.
그러다 엄마가 12살이 되던 해 외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음.
장례를 치뤄야 하는데 우리 엄마는 그 장례식 3일 내내 기절해서 쓰러져있었음..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충격에.
친척들도 언니오빠들도 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외할머니가 얘를 데려가려고 하는구나 싶었다고 함.
쨌든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인데
엄마가 그렇게 쓰러지고 나서 계속 꿈을 꿨다고 함
울 엄마는 외할머니가 보고싶으니까 꿈속에있는 집에서 외할머니를 찾고, 부르고..
매번 별 내용없이 보고싶어하는 내용의 꿈만 꾸다가 어느 날부터 좀 다른 꿈을 꿨다고 함.
또 꿈속에서 외할머니를 보러 집에 갔더니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진수성찬이 차려져있었다는거야.
엄마는 그 날 평소와 좀 다른 외할머니를 보면서 결국 음식을 먹지는 않고 꿈에서 깼음
꿈에서 깨고난 뒤에 찝찝함과 드디어 엄마가 나한테 뭔가 모션을 취해줬다는 기쁜 마음에 그걸 친척 어르신들한테 말했는데
친척 어르신들이 기함을 하면서 설마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고 안먹었다고 하니까
엄마가 아무리 반가워도 절대로 그 밥 먹으면 안된다고 그러셨대.
그러면서 니가 장례식 때도 그러더니 느그 엄마가 진짜 니를 데려갈라고 그러는갑다 하면서...
쨌든 다행이도 그 뒤로 엄마는 외할머니를 계속 그리워는 했지만 한동안 외할머니 꿈을 꾸진 않았음.
근데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당시 학교다니는 언니오빠들 뒤치다꺼리 해준다고
어린 나이에도 집안일하랴 학교 다니랴 엄청 힘들었었대.
그래서 더 외할머니가 보고싶은 마음이 사무치고 사무치다보니 또 꿈을 꿨다고 함....
이제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걸 꿈속에서도 인식해서 집으로 가는 꿈이 아니라 무덤으로 찾아가는 꿈을 계속 꿨대.
희안한게 외할머니가 본인 무덤 위에 꼿꼿이 서있었다고 함. 마치 절을 하라는 듯이..
그래서 엄마는 외할머니 무덤에 서서 절을 두 번 하고 서서히 고개를 들었는데
꼿꼿이 서있던 외할머니의 목이 칼로 댕강 잘린 것처럼 몸과 분리 되었다고 함...
그 뒤로도 엄마가 보고싶을 때 마다 이런 끔찍한 꿈들을 수도 없이 꿨대.
처음엔 너무 괴롭고 대체 보고싶은 마음인데 왜 그런 꿈을 꾸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주변 어른들이 말하시기를 정 떼려 그런거라고 하더라....
너무나도 보고싶은 사람을 볼 수 없을 때, 특히 부모들이 자식들한테 정 떼려고
꿈에 나와서 그렇게 끔찍한 모습을 보여주는거라고.
그래서 이렇게 꿈에 계속 나오는게 망자한테도 산사람한테도 좋지 않대.
망자도 마음 편히 가지 못하고, 산 사람도 그만큼 괴로우니까
오히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꿈에 나오지 않는게 잘 가신거라고..
오랜만에 고향 갔는데 엄마가 술마시고 이 이야기 해주셔서 글 써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