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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을 뺀 고조선에 관한 잡설 (1)
게시물ID : history_153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uphony
추천 : 8/11
조회수 : 203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4/17 18:02:24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단군왕검에 의하여 건국되었으며 농경과 청동기를 기반으로 군장사회에서 가장 먼저 국가로 발전하였다."


위 구절은 정규교과과정의 국사 역사파트 첫장에서 볼 수 있는 구절이다. 교과서에 의하면 고조선은 기원전 24세기에 건국되었으며, 청동기와 농업문화를 영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황허와 인더스 문명이 기원전 2500년경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병기해 놓으며, 고조선 문명이 중국과 인도와 비슷한 길이의 역사를 지닌 문명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한다.

하지만 이 글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필자는 이를 허황된 거짓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그의 근거를 하나씩 제시해 보도록 하겠다.



* 건국연도 : 기원전 2333년?

우선 학창시절에 국사공부를 하며 누구나 한번쯤은 외워봤을 연도이다. 여기서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이 연도가 어디서 왔는지 의문을 가질 법하다.


- 고조선의 형성/건국연대를 기록한 사서들

고조선이 최초로 기록된 사서는 춘추전국시대의 '관자'이다. 관자에 의하면 고조선이 최소 BC 7세기 이전에는 성립된 것으로 여겨지나 이 사서에는 고조선의 정확한 형성연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고조선의 연대를 대강이나마 기록한 최초의 사서는 삼국지 위서이다. 삼국지 위서에 고조선이 위서가 집필된 시점으로부터 2000년 전에 건국되었다고 한다. 즉 기원전 18세기경이다. 한국 교과서의 정론인 BC 2333년과 약간의 갭이 존재한다.

BC 2333년과의 연도 갭을 크게 줄이는 데 일조하는 최초의 사서는 통일신라시대의 사서인 '고기'인데, 이는 김춘추가 '삼국사기'를 집필할때 참조한 서적이기도 하다. '고기'에 의하면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한 연대는 요임금 즉위 50년, 즉 기원전 2284년이다. 일연의 '삼국유사'는 위의 '위서'와 '고기'를 모두 참조한 서적인데, 아무래도 후자가 더 땡겼는지 '고기'와 마찬가지로 요임금 즉위 50년에 고조선이 건국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BC 2333년은 조선시대에 와서야 등장하는 고조선의 건국연대인데, '동국통감'이 그 연대를 최초로 기록한 서적이다. 즉, 동국통감에 의하면 요임금 즉위년 = 단군 즉위년 이다.


정리하자면
관사 = BC 7세기 이전
삼국지 위서 = BC 18세기경
고기, 삼국유사 = BC 2284년
동국통감 및 기타 조선시대 사서들 = BC 2333년


보다시피 사서별로 제각각으로 기록해 놓고 있다. 게다가 더 후대시대의 기록물로 갈수록 고조선의 연대가 더 고대로 잡혀지는 경향이 존재하는데 여기서부터 이미 BC 2333년이라는 연대에 의문이 가게 된다.



- 유물

사실 한 문명이나 국가의 연대를 측정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주효한 지표는 바로 해당 유물들이며 즉 고고학적 측정이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측정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국가의 형성에는 청동기 문화와 이로 인한 잉여생산물 축적이 필수이며, 상기의 국사교과서에 설명되어 있는 고조선도 청동기문화를 기반으로 건국되었다고 한다.


그럼 현재까지 발굴된 고조선의 청동기유물의 최고연대는 얼마나 될까?

유물 이전에 우선 관련지도를 보자. 다음은 기원전 2000년의 동아시아 문화권 지도이다.
BC 2000.png

보는 방법은 주황색 배경이 부족국가사회, 초록색 배경이 원시농업사회, 노랑색 배경이 수렵채집사회이며, 빨간선으로 둘러쌓인 지역은 청동기 문화권이다. 여기서 한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무렵 요령과 한반도에 청동기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


다음은 기원전 1000년의 동아시아 문화권 지도이다.
BC 1000.png

보라색 선 안의 지역이 청동기 문화권이며, 배경색 기준 분류는 위와 동일하나, 새로이 보이는 보라색 지역은 국가사회에 진입한 지역이다. 일본열도는 여전히 수렵과 채집민 사회로 남아있으며, 다른 지역또한 중원과 저장성 주변에 부족사회를 형성한 오(吳) 지방을 제외하면 초보적인 농업사회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황하 유역의 광범위한 지역에 주(周) 왕조가 형성되었는데 이는 중화제국의 시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조선의 대표적인 청동기는 흔히 알다시피 비파형 동검이다. 방사선 측정을 통해 나온 현재까지 발굴된 비파형 동검의 가장 오래된 연대는 BC 9세기의 그것이다. 요령과 한반도 북부에 청동기 문화는 BC 12 ~ 10세기경에 전파된 것으로 보이나 청동기 문화가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국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도 없을 뿐더러 비파형 동검이 출토되는 광범위한 지역 내의 문화도 비파형 동검 이외의 유물로 봤을 때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때문에 근래에는 고조선의 형성연대를 가장 우호적으로 잡아도 BC 10세기경에 형성된 것으로 보며, 대개 BC 9 ~ 5세기경에 고조선 부족이 부족사회를 이룬것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뿐이고 흔히 생각하는 광활한 영토를 가진 대국 고조선은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듯 하다.


그럼 우리 교과서에 그려진 크고 아름다운 그 고조선은 대체 뭐란 말인가?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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