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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유리문에 걸러 놓은 작은 종이 내가 부동산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렸고 여사장은 문쪽을 보고는 인사 대신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참 어색했는데…여주인도 뭔가를 느꼈는지 바로 인사를 했다.
일전에 내가 양악산 일부를 샀던 사람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니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뻔한 대답을 했다.
싸구려 커피믹스를 뜯어 잔에 담고는 커피포트의 뜨거운을 부어 티스푼으로 휘휘저어 내어준다.
그다지 당기지는 않았지만 일단 받아들고는 홀짝이며 마셨다.
그리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도대체 그 산에 무슨일이 있는건지 물었다.
여사장은 내 이야기를 성의 있게 듣지는 않았지만, 내가 묻는 말에는 그래도 성의껏 대답하는 듯했다.
일단, 알아낸 정보는 내가 알던 내용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처음 계약하러 온 날도 그랬지만 왠지 더욱 차갑게 대하는 그녀의 분위기도 느꼈고 더 이상 알아낸
새로운 사실도 없기에 인사를 하고는 부동산을 나섰다.
시간은 2시를 지나 해가 한창 따가운 시간이었다.
평소 먹지 않았던 믹스커피를 먹어서 였는지 아니면 아까 아저씨와 나눠 마셨던 막걸리가 문제였는지…
갑자기 심한 현기증을 느꼈다.
일단, 보도즐럭과 도로가 마주한 한켠에 쭈구리고 앉아 담배를 한대 물어 불을 붙였다.
흰 연기를 내 뿜으며 새로울 것 없는 내 의문들을 생각하니 답답함이 느껴진다.
일단 내가 생각했던 가설들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누군가에게 이 의문점들을 풀어야 하나 생각했다.
일단, 마을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마을로 들어가서 어제 그 철호라는 사람.
나를 미행한 그 사람을 찾아 보리라 다짐했다.
아저씨에게 듣긴 했지만 왜 나를 끝까지 미행 했는지 부터 어제 왜 우리집 에서 그런 표정을 짓다가 도망갔는지를 확인해 보고 싶었다.
버스에 올랐다.
자리에 앉아 가만히 출발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어 보니 버스기사가 고개를 휙 돌리는걸 보았다.
아까 읍내로 나올 때 탔던 차량이었다.
어차피. 마을로 들어가는 마을버스는 얼마 없었기에 그 나물에 그 밥 식으로 그 차량에 그 기사였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버스가 농로를 한참 달리고 있을 때였다. 마을 초입쯤에 들어서는데 멀리 산 쪽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내가 찾던 그 철호라는 사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저 사람…산으로 가고 있잖아?’
버스에서 내려 산 쪽으로 걷고 있는데 갑자기 골목 모퉁이에서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하이고…잘 만났당게요.”
“예, 아주머니”
“바깥 양반이 한참 찾았당게요”
“예?”
“뭐 번호를 알아야 전화라도 할 거인디…서로 그런것도 안했다요?”
“예…”
아웃 사이더의 버릇처럼 난 아저씨와 전번 교환을 따로 하진 않았었다. 일단 나를 급히 찾는다는 말에 산 쪽으로 가는걸 포기하고 아저씨 댁으로 갔다. 그 집에 들어서니 아저씨가 마당에서 기다리다가 내 손을 끌어 잡고 방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내가…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서…”
“생각이요?”
“어제 철호 놈이랑 올라갈 때 말이요….”:
“예…”
“그 놈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았어…”
“다른 목적이요?”
“응…그게 철호한테 이장이 자네집에서 뭔가 보이는가를 보고 오라고 한 것 같아.”
“그게…”
“응…덕소 귀신을 확인하라고 한 것 같아.”
“그래서…그 사람이 제 집으로,,,”
“응…자네한테 철호놈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그런데 왜 이장이 그런짓을 시켰는지…”
“저…산…덕소 아저씨라는 그분.,..뭔가 있는거죠?”
“나도 자세히는 모르네. 덕소 그 친구 입이 무거운 사람이고 속내를 잘 이야기 하지 않았제…”
“알겠습니다.”:
그렇게 아저씨와 짧은 대화를 마치고 그 집을 나서 집으로 돌와왔다.
불현듯 생각 나는 부분이 있어서 짐들 사이에 있는 캐리어를 열었다.
큰 서류봉투에서 계약서를 꺼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