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최근 ‘부처 약칭을 여성부 대신 여가부라 불러달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여가부’라 하면 여가(餘暇)의 의미로 혼동될 가능성이 있어 망설였지만, 가족정책 업무를 하는 부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약칭을 그처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름은 당사자가 불러 달라는 대로 부르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뉘앙스가 부드럽지 않은 이름까지 지으면서 강조하고자 하는 가족정책 업무가 뒤틀려 있다.
지난 2일 여가부는 ‘자녀 중 93.5%는 지난 한달간 아버지와 영화도 한번 안 봤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자료를 본 많은 남자 기자들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보도자료 속에 묘사된 아버지가 자신을 지칭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부끄러움은 얼마 후 여가부에 대한 ‘분노’로 바뀌었다. 자료가 의도적으로 왜곡돼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아버지’와 영화를 안 보는 게 아니라 ‘부모’와 영화를 안 본다고 답했는데 ‘부모’를 ‘아버지’로 바꾼 결론이었다.
자료에는 또 자녀와 놀아주는 아버지가 7.7%에 불과하다고 돼 있으나 이 역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놀아준다’는 응답을 빼고 계산한 수치였다. 기자는 “왜 보도자료의 수치가 실제 조사 결과와 이렇게 다르냐”고 물었다. 이에 여가부 관계자는 “아버지의 소홀함을 부각시켜야 가정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아버지의 기’를 죽여야 가족정책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지만, 그처럼 ‘인위적 왜곡’을 한 조사 자료를 버젓이 사실인 양 국민 앞에 내놓는 그 배짱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성평등을 최고 목표로 삼는 여성부가 ‘아빠’를 ‘못된 사람’, ‘엄마’를 ‘당하는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여성부가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 홈페이지 ‘평등어린이 세상’(http://kids.moge.go.kr)의 ‘성역할과 성차이’코너에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성차별의 수십가지 사례들을 자세히 나열하고 있다.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차별 사례’에는 엄마는 아빠에 비해 차별 받고 있다고 단정지은 뒤 ▶ 엄마가 돈을 많이 벌어도 우리집 재산은 대부분 아빠 이름으로 한다 ▶ 아빠는 외할머니 집에 잘 안가는데 엄마는 친할머니 집에 자주 가야 한다 ▶ 아빠는 명절에 놀기만 하는데 엄마는 명절 내내 할머니 집에서 일만 한다 등 수십가지의 사례를 적어 놓고 있다.
이밖에도 이 페이지에는 부모님의 아들·딸 차별, 여자는 결혼하면, 여자아이에게 하는 결혼과 관련된 말들 등의 항목에서 성차별 사례를 올려놓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에 대해 어린아이들에게 남성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매니안닷컴의 ‘구민규’ 네티즌은 여성부의 이런 항목을 소개한 뒤 “연간 6000억의 예산을 사용하는 국가기관에서 수많은 아빠들과 아빠가 될 남성들에게 모욕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생각할까 걱정스럽다”고 고발했다.
이에 ‘송기섭’ 회원은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대우를 받는 아빠와 엄마를 기술한 것 같은데. 정당해 보이지 않다”고 적었으며 ‘이주원’ 네티즌도 “내용이 현실과 다른 점이 많다”고 호응했다.
‘이동희’ 네티즌도 “여성부가 사고력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은 아이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위 논리대로라면 남자는 누구나 군대를 가는데 여자는 일부 지원자만 간다는 내용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지나치게 선동적이다”, “삐라 수준이다” 등으로 여성부를 질타하는 글이 연달아 올랐다.
반면 현실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내용이라는 반론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보편적인 기준에서 볼 때 나열된 사례들이 거의 사실 아니냐”며 “여성부가 필요한 내용만 추려놓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을 세뇌시킨다고 표현하기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