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의 기억이 바느질으로 덧대여진다 누군가가 그의 뭉특한 바늘로 내 기억의 은밀한 샘을 막아놓은 천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나는 눈치채버리기도 더 전에 급류가 되어버린 과거의 흐름 속에 허우적댔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그들은 나를 구원하려는 것임을 알았다 그들은 내가 눈물로 오염된 기억의 담수에 눈과 입과 코가 막혀 익사하지 않도록 바늘을 꺼내든 것이리라 나는 통증이 사라지니 않는 왼머리의 응급처치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멍청히 헛웃음을 흘렸다. . 고등학교 시작 중에서 그나마 잘 쓴 편에 속하는.... 대학 와서 얼마 안되어서 쓴 시 점변풍경 가로등만이 눈을 껌뻑이며 멀건 표정으로 서 있다 빈 소주병 두엇은 몰래 자리를 지켰고 해가 일어날 수 있도록 밤의 웃음소리들은 엉기적 자리를 뜬다 담배꽁초는 그들을 기리는 유적을 자처했으나 소주병도 담배꽁초도 빗자루를 쥔 손 앞에서는 같은 가운데 의자는 테이블에 기대 숨을 몰아쉬는 편의점변 슬슬 시 쓰기에 속도 붙이기 시작 대학에서 쓴 시들(차례로 시기순) 아직 삶이 나부끼지 않는 언덕이 저기 있다 자갈길 거칠었던 언덕을 내려서는 것만큼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없다 애먼 허리춤이나 호주머니를 더듬거리는 것도 물건을 잃었을 때 되돌아오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님을 너도 알 테지 청푸른 하늘에 쏟아지는 눈, 눈, 눈헤친다 한숨이 내뱉은 의외는 맞닥뜨린 파도에 더욱 거세진대도 눈 붙여 잠도 자고 밥도 한 숟갈 뜨고 다시 언덕을 오른다 펄럭이는 생(生)을꽂는다 올라선 언덕인 만큼 내려서야 함을 알기에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은 없다 괜스레 나를 더듬는 손이 말한다 아직 삶이 나부끼지 않는 언덕이 저기 있다 시지프스와 돌멩이 시지프스는완만한 산을 걷는다 오른손에는그의 얇아진 손에도 딱 들어맞는 둥근 돌멩이 왼손으로는풀숲을 헤치며 오르고 또 내려가며 그는나름 즐거운 삶을 보내고 있다 해없이 낮이 있고, 수풀 속에서 나는 새소리는 손을 대면 멎고, 온산을 맴도는 이름 모를 짐승의 발자국은 이따금 부는 휘파람에 같이 쓸려가고, 중턱에서 눈을 감고 쉴적마다 정상에 놓고 온 돌멩이를 물고 달아나는 들짐승을 쫓아 자신을 던져 내달리는 사람세상이 아닌 산을 거닐며 삶을벗어나거나, 잊거나, 잃거나. 시지포스는오른발로 돌멩이를 굴리며 산을 걸었다 삶을잊은 척 바위를 굴릴 때는 잃을 수 없었던 것들을 추억하며 나는 세월을 벗어난 당신을 희망한다 이곳은 내 언덕 시간이나 세월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내 심은 것이라면 잡초마저도 곧잘 쓸어가고는 한다 당신에게도 여지는 없었으니 지나는 바람에 같이 사라지는 삶이었구나, 하며 나는 손을 놓아야 하는 것일까 허나 그러면서도, 그래 애욕하면서 당신에게는 여지가 있기를 바랐다 ‘그 어느 누구보다’라고 뜻을 잊어버릴 정도로 되뇌듯 말하기를 바랐으니 나는 당신을 놓을 수 없다 당신을 쓸어가는 많은 것들 사이에서 나는 지푸라기여도 좋으니 그 손에 잡힐 테다 중얼거리며, 지푸라기 뿌리밖에 못 되면서도 희망한다 나는, 세월을 벗어난 당신을 희망한다 요때는 설렁설렁 하면서도 시 쓰는 것에 꽤 마음을 붙인 시기네요 훈련소에서 쓴 시 일부 11. 일요일에는항상 혼자서 밥을 먹는다 굼뜬 움직임으로 밥을 퍼내고 냉동실에 넣어놓은 사골국을 꺼낸다 가스레인지 위에 국을 올려놓은 다음 중불을 켜고 도마를꺼낸다 눅눅한 대파를 후들겨 썰어 구석에 몰아놓고 계란후라이를 한다 프라이팬에 눌러붙지 않도록 몇 번이고 뒤집다보면 가끔은 손등에 기름이 튀긴다그런 날에는 프라이팬의 불을 끄고 자리에 웅크려 앉는다 한참이나 손을 부여잡고 말을 잃으면 사골국 보글보글 끓을 즈음 텔레비전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좋은 아침입니다.' 14. 그려왔던 것은 나무 새소리도개미 발자국도 없는 적막한 냇가에 서서 나무를, 그늘 위에 그늘 덮어 서늘한 구릉 위의 고목을, 뒷산에 싸하니 바람 지나가면 길 트는 낙엽수들을, 앞뜰 새하얗게물들 적 꿩 한 마리 옹이에 앉아 고개만 푸드덕대는 그 밑 소나무를 그려왔던것은 어느 중턱에 걸터앉아 고개를 드는, 이위의 삶들이 흘렀다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이때는 필사적으로 시를 쓴 때라, 38일(102보충대 3일+신교대 35일)동안 22편의 무제 시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했죠. 아마 제 인생에서 최고로 공장처럼 시를 찍어낸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퀄리티는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게 함정) 히익, 게임 해야하는데 이거 쓰는데만 1시간이나 걸렸네요. 그래도 꽤 보람찬 작업이었습니다. 제가 쓴 글도 한번씩 돌아보고 말이죠. 책게에 올릴 수 있는 주제인가 조금 애매한 것 같기도 한데 책 뿐만이 아니라 글도 다루는 듯 해서 한번 올려봅니다. 왠지 글을 쓴 게 아니라 레포트 한 장 작성한 기분입니다......책게에서는 첫 글이에요. 이제부터는 가끔씩 눈팅하고, 가끔씩 글 올리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뭔가 잔뜩 얘기할 게 있었던 것 같은데, 나중에 차차 풀어나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