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매한 투수교체 타이밍 2. 믿음직하지 못한 불펜 3. 부실한 방망이 4. 게다가 팀배팅 능력마저 저조 5. 3번타자감의 부재 6. 8안타 6볼넷 2득점이라는 최악의 득점생산능력 (그리고 패배를 부르는 저주받은 응원 고래사냥)
오늘 삼성과의 개막전은 그야말로 "기아타이거즈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려주는 경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마치 작년 패넌트레이스를 단 한경기로 압축시켜 놓은듯한 갑갑함을 주는 경기네요.
작년의 부진과 팀에 미친 악영향을 올해 꼭 만회하겠다는 듯 선발투수 윤석민의 피칭은 매우 좋았습니다. 7.1이닝 8피안타 3실점 8삼진이라는 기록에서 보듯 곽정철선수가 승계주자를 홈런으로 일소하는 바람에 자책점이 2점이 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QS+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피안타수가 아주 적은건 아니지만 그 중에 먹힌 타구가 운이 좋아 안타가 된 경우도 많았구요. 팀의 에이스다운 멋진 피칭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7회까지는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7회까지 윤석민선수는 95개 정도의 공을 던진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7이닝 무실점에 95개의 투구수라면 감독의 성향에 따라 남은 2이닝을 불펜으로 마무리지을수도 있고 혹은 선발투수를 믿고 완투를 맡겨볼수도 있겠죠.
제가 불만인점은 이겁니다. 작년에 끊임없이 선발진의 승리를 말아먹고 불을 지른 것을 보면 알수있듯 기아의 불펜은 위기상황에서 등판시 너무나도 무력합니다. 이런 상황이면 약간 투수교체가 빠르다고 느끼더라도 이닝시작전에 투수를 교체해 부담이 적은 상황에서 한이닝 한이닝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한 원포인트도 철벽 소방수도 없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잘나서 선발을 질질 끌다가 주자를 쌓아놓고 내려오면 불펜은 주자에 쫄아서 비실비실 거리다가 여지없이 두드려맞아 역전을 허용하니 이게 솔직히 한두번도 아니고 10시즌 내내 이지랄하며 블론을 쌓아가더니 개막전에서마저 똑같은 모습으로 무등야구장을 가득메운 팬들을 엿먹이는 겁니까.
또 선발을 믿는다면 차라리 위기상황에도 선발투수를 계속 믿고 결과가 어떻게 되는 이닝을 마무리하게 하던가요. 이건 뭐 투수교체에 어떤 철학도 없고 그냥 잘던지면 계속 냅두다가 위기되면 교체하고 이게 뭡니까. 위기상황 이전에 투수를 교체하고, 위기가 온다면 확실한 카드로 틀어막는게 투수교체 아닙니까. 냅두다가 위기는 위기대로 부르고, 또 그 상황에는 최악의 카드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고. 왜 하필 한점만줘도 동점인 그상황에서 왜 하필 박한이, 채태인이라는 좌타자들을 상대로 우완을, 그중에서도 승계주자실점률이 기아 불펜중 최악인 곽정철을 올리는 겁니까.
선발이 무너지면 애초에 답이 없고, 선발이 잘던져줘봐야 타선이 침묵, 기적적으로 선발의 실점보다 팀의 득점이 높더라도 이어지는 불펜의 어김없는 블론. 정말 돌아버리겠네요.
오늘 타선도 참 무기력하긴 했지만 그래도 시범경기 부진했던 최희섭, 김상현선수의 타격감이 좋았고, 무사 12루 병살타와 무사1루 번트실패라는 매우 안좋은 상황에서도 김선빈, 이종범선수가 집중력을 발휘하여 점수를 낸 점은 매우 좋은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래 타력이 떨어지는 팀이니만큼 욕심을 부리지 말고 확실한 작전수행으로 찬스를 만들어내고 적시타는 못치더라도 팀배팅으로 진루, 점수를 뽑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는것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쓰고보니 참 원론적인 이야기긴 하네요.
고질적인 3번타자의 부재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쓸만한 3번타자를 키우는것도, 영입하는 것도 그렇게 쉬운일은 아니죠. 이범호선수를 영입하긴 했지만, 컨택보단 장타로 승부하는 선수이니 3번의 자리에 어울리는 선수는 아닙니다. 3번의 대체자를 찾고 이범호선수는 6번을 치는게 좋을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선수가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참 어려운 일이네요.
마지막으로 고래사냥에 대하여. 저는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문제가 있는 응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응원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기분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고, 타 팀의 팬들이 기분나빠하는 응원이라면 하지 않는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때문에 작년 직관갔다가 같이 응원하는 기아팬들이랑 대판 말싸움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이것때문에 욕을 먹으니 더 싫어지게 되더군요.
이젠 이 응원을 하지말아야할 이유가 더 생긴것 같습니다. 보통 이 응원을 하는 시점이 경기 막바지에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시에 나오는데 언제부턴가 이 응원을 하고 나면 바로 적시타, 장타, 홈런이 가리지않고 터져나와 역전패를 당하더군요. 오늘도 8회 역전의 빌미가 된 파울라인 바로 옆에 떨어지는 안타가 나오기 직전에 이 응원가가 흘러나오더군요. 이 응원을 싫어하는 상대팀 팬, 선수들의 원망이 노래에 깃들어 저주를 받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욕은 욕대로 먹고, 경기는 경기대로 패하게하는 이 응원을 계속 해야할 이유가 있는건지 모르겠네요.
겨울동안 프로야구 개막을 기다려왔던 야구팬으로써 참 기대한 개막전 이었는데 패배로, 그것도 작년 한해동안 팀을 괴롭혔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며 패배하는걸 보니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써봤습니다. 정말 이런 꼴을 보면 정이 떨어져서 야구 끊어야지 X같은 야구 다시는 안본다 생각을 하지만 결국 다시 보게 되는게 야구죠. 내일은 카도쿠라vs트레비스 인데 작년 김광현선수만큼 기아타자들을 농락했던 (그나마 김광현선수는 한번 털기라도 했는데) 카도쿠라 선수가 상대라니 갑갑하긴 하지만 내일은 좀 힘을내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