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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허무한 발악, 송근유
게시물ID : humordata_19913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7
조회수 : 15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3/06/27 21: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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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를 자르면 거기서 송진(松津)이라 불리는 진액이 흘러나옵니다. 이 송진을 가공한 기름이 송근유(松根油)인데,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송근유에 태평양전쟁 무렵, 석유를 구하기 어렵게 된 제국주의 일본이 눈독을 들였습니다.


  왜냐하면 1941년 12월 7일 일본 해군의 진주만 폭격으로 벌어진 태평양전쟁 직전까지 일본은 국가 전체에서 사용되는 석유의 80%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었는데, 전쟁으로 인해 더 이상 미국에서 석유를 수입할 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 군부는 진주만 폭격을 끝내자 곧바로 석유가 풍부하게 매장된 동남아 지역을 공격하여 점령했지만, 1943년부터 미국 해군의 잠수함과 전함들이 동남아에서 일본으로 가는 해상 보급 선단을 모조리 격침시키면서 일본이 애써 동남아에서 채굴한 석유도 일본 본토로 가지 못하는 바람에 일본은 석유 부족 사태에 시달렸습니다.


  그러자 일본 군부는 모자라는 석유를 어떻게 해서든 보충하려고 고심을 한 끝에, 일본 본토와 조선에서 자체적으로 석유를 대신할 기름을 생산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바로 송근유였습니다. 


송근유의 원료인 소나무의 사진 일제는 전쟁 막바지에 기름이 부족하자 소나무의 뿌리를 마구 뽑아 기름을 추출했다.jpg


  송근유는 크게 두 가지 과정을 거쳐서 생산되는데, 소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고 거기서 떨어지는 송진을 받아내어 모아서 화학적인 가공 작업을 거쳐 추출해내거나 아니면 커다란 솥 같은 틀에 소나무의 뿌리를 집어넣고 뜨겁게 가열을 하여 추출해냅니다.  


  원래 송근유는 페인트나 비누 등에 들어가는 기름이었지만, 이것이 기계를 돌리는 데에도 쓸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일본 군부는 송근유를 군사용으로 사용하려 들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지배를 받았던 식민지 조선에서는 조선총독부가 미리 할당량을 정해두고, 각 학교의 학생들을 강제로 동원해서 산마다 올라가 송진을 채취하도록 시켰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을 살았던 김용직 서울대 명예교수의 회고에 의하면 매주 하루를 근로봉사일로 정해서 낫이나 손도끼를 들고서 마치 군대처럼 나팔소리에 맞춰서 소나무가 있는 산으로 몰려갔다고 했습니다. 


  또한 전 문화부 장관인 이어령의 증언에 의하면 조선총독부는 조선인 학생들한테 “200그루 소나무면 비행기가 한 시간을 난다.”라는 구호를 외치게 하면서 수업도 멈추고 송진을 따러 소나무 뿌리를 캐러 산으로 올라갔는데, 무거운 소나무 뿌리를 캐어서 산을 내려와야 하는 아무런 이익도 없고 힘들기만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일제가 만든 송근유 포스터.jpg

  

  그런데 정작 황당한 사실은 그렇게 사람들을 강제로 동원해서 수탈하고 착취해낸 송근유는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원래 일본 군부가 세운 계획에 의하면 송근유 20만 킬로리터(kL)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실제로 생산된 송근유는 1945년 5월 14일 일본 도쿠야마에서 만든 500 킬로리터(kL)가 고작이었습니다. 


  또한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나서 미군의 계산에 의하면 송근유 1.5리터를 만들려면 하루에 125만 명이 1명 당 2천 킬로리터의 기름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계산대로라면 1만 톤의 소나무 뿌리가 있어야 했습니다. 


  헌데 당시 일본 본토 전체의 소나무 뿌리를 다 합해봐야 770만 톤이었는데,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일본 전체의 소나무는 다 뽑혀서 씨가 마를 지경이었습니다. 

 

  게다가 그토록 힘들게 만들어낸 송근유는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미국 등의 연합국에게 항복하면서 사용되어 보지도 못하고 버려졌습니다. 


  정작 더욱 황당한 점은 태평양전쟁에서 승리하고 나서 일본에 주둔한 미군이 송근유 일부를 지프차에 넣고 운전을 해보았는데, 며칠 후에 차의 엔진이 고장이 나서 차가 다닐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본 군부가 일본과 조선의 소나무들을 모두 뽑아내서 송근유를 만들어 보았자 얼마 못가 기계들이 죄다 고장이 나버릴 것이었으니, 결국 일제의 패망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날까지 한국과 일본의 산속에는 껍질이 벗겨진 채로 흉측한 몰골이 되어 남아있는 소나무들이 많은데, 송근유를 얻기 위해서 껍질이 벗겨졌던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흔적들입니다. 

출처 50가지 기름 이야기/ 도현신 지음/ 시대의창/ 96~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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