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에 입학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아파트를 처음 봤다
학교서도 집에서도 수돗물을 마시고 비나 눈이 내리면 입 벌리며 서 있기도 했다
언젠가 비 몹시 내리던 날 학교 입구서 가방 멘 채 애태우던 아이들 하나둘 차를 타고 운동장을 빠져나갔다
비 맞으며 걷는 하굣길엔 불어난 저수지서 황소개구리 울고 아까시나무 꽃잎 젖어 떨어져 허옇게 땅에 곳곳 번져나갔다
슬리퍼와 발 사이 빗물이 차게 흐르다 작은 돌멩이 발가락에 몇 번 끼기도 하면 오르막길 옆 슈퍼에서 손가락이 여섯 개인 아저씨가 우산을 쥐여주기도 했다
그렇게 도착한 집 문은 잠겨 있고 마당 신발장 아빠 구두 안에 있어야 할 열쇠가 없으면 별이 뜰 때까지 처마 밑에 앉아 무릎을 안은 채 잠이 들었다 멀리 개가 짖고 비에선 비린내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