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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고, 저는 너무 멍청하고 한심한 딸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5435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웅치킹웅치킹
추천 : 17
조회수 : 1140회
댓글수 : 110개
등록시간 : 2015/11/03 00:13:25
17일에 돌아가셨으니까 이제 딱 보름됬네요. 아직 전화하면 받을것 같은데. .
저가 원래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솔직히 안믿기진 않아요 아 우리엄마 돌아가셨네 차라리 안믿겼음 좋겠다 싶어요

 너무 빨리 허망하게 갔어요. 엄마가 3월에 질암2기 선고받으셨는데
바보같이 돈없으니까 항암 방사선하면 오히려 사람이 죽으니까
자연치료 하겠다. 췌장 전이 됬을때도 수술할수 있댔는데 수술못한다고 거짓말 했어요.
근데 저는 아무것도 해줄수가 없었어요 너무 한심하고 멍청하고 못된딸이에요 저는

 엄마가 정말 여전히 밝고 씩씩하게 산에도 열심히 가고
운동하고 식이요법해서 얼굴도 좋아지고 해가지고..
 아 우리 엄마가 열심히 이겨내고 있구나 안심했어요  

진짜 멍청하죠 ㅋ 질암이 원래 분비물이 심하지만 엄청 심하지만
크게 고통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엄마도 이상하게 크게 아프진 않다고
그랬어요 췌장으로 전이되기 전까진... 췌장으로 전이되고 나서부턴
담즙이 배출이 되지않아 황달이 시작되었고 속이 너무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12일쯤 입원을 했어요.
 
그리고 제가 14일에 엄마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어요.  왠지 지금안가면
다시는 못볼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병원가고있는데 남자친구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엄마한테 전화왔었다고 저 잘좀 부탁한다고
전화왔었대요 뭔가 쌔하더라구요..

그리고 병원에 계속 같이 있었고 16일날은 ..
여기 병원밥이 진짜 맛이 없거든요?
 
엄마가 동치미 먹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병원앞에 시장가서 무랑 생강이랑 마늘 조금만
사오면 안되겠냐고 해서 집에서 소금가져오고 해가지고..

엄마가 입원병동 탕비실에서 저보고 막 망보라고 하고ㅋㅋ..
생강이랑 마늘까고 무썰어서 소금에 절이고..  통에 담아놨어요.

  그리고 저녁을 먹었는데요 엄마가 아침에도 하얀죽이 나오니
속도 편하고 너무 잘드셨거든요 그래서 저녁도 흰죽을
달라고 했는데 땅콩죽이 왔어요 반쯤 드시다가
너무 느끼하고 맛없다고 짜증을 내셨고
속이 너무 안좋다고 항의를 하셔서 다시 흰죽을 가져왔어요.

한두숫갈 드시다가 저보고 먹으라며 수저를 내미시더라구요
그래서 엄마 먹으라고 했더니 당신은 다먹었다며
죽을 한술떠서 반찬을 올려가지고 입에 떠먹여 주셨어요
그래가지고..  제가 또 한술뜨니 생선살을 잘발라서 죽위에
얹어주시고 국도 떠먹여주시고 그랬어요.

그렇게 받아먹다가 문득 엄마얼굴을 봤는데 너무 눈물이 나는거에요
단한번도 엄마 힘들까봐 앞에서 운적이 없었는데
마음이 너무 지릿하게 아팠고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어요
엄마얼굴 막 쓰다듬으면서 울었어요 우리엄마 예쁜우리엄마
고생만 하다가 아픈 우리엄마  불쌍한 우리엄마 그러면서 울었어요.
 
 밥다먹고...  진짜 멍청하고 못되쳐먹은 저는
쓰레기버리러갈겸 담배를 피고 왔어요.

그리고 냄새뺄겸 페브리즈 뿌리고 갑자기 라디의 엄마라는
노래가 생각나 벤치에 앉아서 흥얼거리다
갑자기 얼른가야겠단 생각이들어 뛰어갔더니 엄마가 막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계셨고
 
간호사선생님 의사선생님 급하게 불렀거든요 그리고 막 토도 하고..  
의사선생님이 급하게 최대한 빨리
MRI를 찍자고 해서 동의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엄마가 토하고나니 좀 편해진것 같다고 하시고 등기대고 누워있었어요
그리고 눈감고
계시다가 코고는소리도 들리기에 아 우리엄마 잠들었구나 다행이다
안심하고 쳐다보다가 폰만지다가..  엄마를 좀 깨워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우리엄마 잘때 건들이는거 정말 너무싫어하니까
그냥 안깨웠어요..
 
근데 한참뒤에 자다가 막 토를해서
다시 선생님들 불렀고 엄마를 깨웠는데 엄마가 안일어나네요

 잠드신게 아니라 의식이 없던거였어요 무식하고 멍청해서 자식새끼가
지 어미가 죽어가는데도 그것도 모르고 우리어매 잠들었다 좀 편해졌나보다 안심하고 좋아했어요..  
 
급하게 CT를 찍었는데
뇌까지 다 전이된상태. 그리고 전이된 상태에서 출혈이 와서
뇌압이 높아져 머리가 아프던거고 의식이 없어진거라고 하시더라구요

 수술도 너무 위험하고 성공한다고 해도 식물인간..

가족 다 부르고 제발 깨어나길 바랬어요 그리고 17일 아침
열이 39.8도까지 올라가고 저랑 숙모가 계속 거즈로 온몸 닦아주고해서
열은 많이 떨어지나 싶었는데 초저녁쯤 되니 혈압조절이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의사선생님이 아마 오늘을 넘기기 힘들거라고 하시고..
지금은 바이탈은 안정적이지만 점점 댐이 무너지듯이
조금씩 조금씩 새다가 와르르 무너질거래요.

무서웠고 그래도 깨어날거라고 믿었어요 평생 바보엄마해도 되니까
예전처럼 똑똑하고 당차고 밝고멋진 우리엄마 안해도 되니까
그냥 눈만떠주면 좋겠다 했어요.
근데 엄마가 울기도 하고 ..
제가 엄마 부르면 팔도 올리고 그랬어요
 
그리고나서 정말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것처럼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심폐소생술 동의를 물어봤었는데 가족들하고 상의끝에 그냥 안한댔어요.
 
그거하면 갈비뼈고 뭐고 다 부서진다면서요 그거하면 울엄마 더아프잖아요
그래서 하지말자고 했어요. 그리고 11시23분.
엄마는 얼굴한번 안찡그리고 고통스러운 표정없이 정말 너무 예쁘게
잠든것처럼 작별인사를 했어요.

그리고 저도 엄마 고마워 사랑해 우리엄마해줘서 너무 고마웠어
다음생엔 엄마가 내딸로 태어나 내가 예쁜거 좋은것만 보여주고
엄마 고생도 안시키고 정말 잘할깨 잘가엄마 인사했어요

 그렇게 보내고.. 이제 보름됬는데 엄마가기전모습 그날저녁모습
마지막모습만 자꾸생각나요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요 꿈속이라도 좋으니
단한번만이라도 보고싶어요  
 
이렇게 보고싶은데 엄마가 돌아가신걸 이렇게 쉽게 인정해버린 저도 너무 미워요
그날저녁으로 다시 돌아갈수 있다면 쓰레기 안버리러 갔을거고 선생님 빨리불러서
우리엄마 이렇게 안되지 않았을까요?  저 너무못됬어요 진짜 나쁜년이에요 ....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요...
 
출처 술한잔하고 쓴글이라 술게로 옮겼다가 그냥 고게로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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