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000만원의 직장인 ㄱ씨는 자신의 급여 중 얼마를 세금으로 낼까. 연말정산 명세서를 보면 총급여 4000만원에서 근로소득공제로 빠지는 금액이 1375만원(34%)이다. 근로소득공제는 교통비·식비 등 기본적인 생활 유지에 필요한 비용을 소득에서 빼주는 것이다.

이후 인적공제, 국민연금 등에 대한 소득공제를 하고 난 1737만원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 즉 과표 1737만원에 기본세율(15%)을 적용하면 세금은 152만원인데, 이게 최종적인 세금은 아니다. 세액공제가 남아 있다. 근로소득세액공제, ㄱ씨가 가입한 연금저축과 보장성 보험료 등에 대한 세액공제까지 하면 ㄱ씨가 내는 소득세는 28만원이다.

올 초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면서 ‘왜 서민들 주머니만 터느냐’ ‘유리지갑이 봉이냐’는 여론이 분출됐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금 증가가 없을 것이라던 정부 발표와 달리 가구 유형에 따라 공제 적용의 차이로 세금이 늘어난 이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세 부담 효과를 정교하게 예측하지 못한 정부에 1차 책임이 있는 건 분명하4다. 하지만 급여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이 정말 과도한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한국의 소득세 평균 실효세율은 5.0%(무자녀 1인 평균소득 가구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6%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같은 100만원을 벌어도 우리의 1인 가구는 5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반면 OECD 회원국에선 15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2자녀 맞벌이가구의 실효세율 역시 2.6%로 OECD 평균(12.5%)에 크게 못 미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3.7%로, OECD 평균(8.6%)의 절반이 안된다.

특히 1619만명의 근로소득자 중 소득세 납세자는 839만명(51.8%)으로, 절반 가까이는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다.

이처럼 면세자 비율이 높은 것은 공제제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과거 성장시대에 근로자들의 저임금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득공제가 활용됐고, 이후에도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세금을 깎아주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소득공제만 해도 근로소득공제부터 기본공제·추가공제 등 주요 공제만 20개가 넘고, 세액공제도 26개나 된다.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소득세액공제만 해도 둘 다 필요경비를 빼주는 성격임에도 이중으로 공제를 해주고 있는 셈이다. 납입액의 12%까지 세금에서 빼주는 연금저축세액공제는 고소득자에게 불필요한 세금 감면을 해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종 소득공제를 빼고 나면 총소득 중 세금이 매겨지는 부분은 39.6%(2013년 기준)에 불과하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총급여 1억원 이상 고소득자 중에서도 면세자가 된 사람이 1202명이다. 앞서 ㄱ씨의 경우 공제로 인해 실효세율이 1%대(1.6%)에 머문다.

고소득자 최고세율 역시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소득세율은 소득에 따라 6~38%가 적용되는데, 지방세를 포함하더라도 한국의 최고세율은 41.8%로 일본(50.8%), 미국(46.3%), 독일(47.5%), 프랑스(54.5%) 등 주요국에 비해 낮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인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봐야 확보되는 세수는 연간 4조원에 불과, 이것만으로는 복지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공제를 줄여 면세자 비율을 낮추고 소율도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