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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단편선) 용호야 고맙다
게시물ID : panic_137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뉴런뉴런뉴런
추천 : 3
조회수 : 146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4/04 18:58:41
[자작] 내가 오늘 왜 지각했냐고? 그거 얘기하자면 좀 긴데… 15반 용호 아부지가 무당이라면서? 그래서 용호도 신기가 보통이 아니라던… 네가 한 말, 거짓말이 아니더라. 어제 방과후학교 끝내고 집엘 가는데, 용호가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더라. 인사했더니 용호 그놈이 아무 말도 않고 나를 쳐다만 보더라고. "내 얼굴에 뭐 묻었어?"하고 뻘쭘해 하는데, 그놈이 이런 말을 넌지시 던지는 거야. 엄마 아빠 여행 가셨다고 했지? "그... 그렇지..."하고 고개를 끄덕였더니 이러더라. 그것도 아주 심각하고... 그 뭐랄까… 섬뜩한 표정으로. 새벽 2시부터는 무조건 잠자라. 내가 웃으면서 "나 밤샐 거야, 임마." 했더니 "그럴 참이냐.."하고는 다시 책을 읽는 거야. 영문을 묻고 싶지만... 그놈 성격 너도 잘 알잖냐. 웬만해선 지 할말만 하는 거. 어찌됐든 그렇게 집에 가서 밤새도록 게임만 주구장창 했지. 새로 산 게임을 깨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잠깐 물 마시고 와보니, 새벽 2시였어. 갑자기 용호 말이 생각나는 거야. 새벽 2시부터 자고 있으란 말. 그게 좀 찜찜해서 다시 방에 들어가 게임을 하려는데 갑자기 현관문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나는 거야. 딱딱한 걸로 우리집 도어락을 때리는 듯한 느낌? 순간 오줌이 찔끔할 정도로 놀랬지만서도 찍소리 하나 못냈다. 그저 돌부처마냥 가만히 서서 현관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송곳같은 걸로 우리집 도어락을 벅벅 긁는 듯한 소리가 너무 실감나게 들리는 거 있지?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더라... 그렇게 한 20분 동안 벅벅 긁다가 잠잠해졌다가 벅벅 긁다가 잠잠해졌다가를 반복했던 것 같다. 마침내 소리가 멎자 그 자리에서 픽 하고 쓰러질 것 같아 물 석잔을 연거푸 들이켜 버렸고… 다시 소리가 날까봐 침대에서 벌벌 떨며, 식칼 하나 손에 들고 아침 해 뜨는 걸 지켜봐야만 했음... 그렇게 등교시간 다 되니까, 아침밥 들어갈 목구녕은 벌어지지도 않고 그대로 교복만 꾸역꾸역 입고 문을 나서는데… 우리집 5층인 거 알지? 505호가 우리집이고, 앞집이 506호인데 506호 근처에 동네 주민들이 한데 모여서, 문 열기가 힘들 정도였다. 마침 내가 아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여쭤봤지. "뭔 일이래요?" "한밤중에 웬 미친놈이 망치랑 송곳으로 이 집 열쇠를 땄대는 거야, 세상에... 그래서 506호 할아버지가..." 그 순간에, 아주머니 뒷얘기는 더이상 듣지 못하고 교복 바지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오줌을 지렸는데 그거 바지 말리느라 오늘 지각한 거야... 그래서 아까 용호한테 물어봤지. 너 어떻게 알았냐고... 그놈 하는 말이 더 가관이더라. "공포에 질려 죽는 것보다야, 자다 죽는 것이 덜 무섭고 덜 아플 테니 새벽 2시부터 자고 있으란 말이였는데…. 운좋게도 그놈이 너희집 문을 못 딴 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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