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단 두 줄의 편지:*:.*.:
게시물ID : humorbest_15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天上美娜★
추천 : 59
조회수 : 3206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3/11/11 00:32:18
원본글 작성시간 : 2003/11/10 17:38:38



어릴적부터 아버지는 술에 취했다하면 어머니에게 화를내고 손찌검까지 하셨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던 해 아버지는 관절염이 심해져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늘 술에 빠져 지내셨다. 

그 날도 아버지는 잔뜩 취해 어머니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고 계셨다. 
그런 모습에 화가나 폭발한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 제발 그만 좀 해요. 한두 번도 아니고... 부끄럽지도 않아요? 
'엄마 불쌍한 사람이다. 너희들 엄마한테 잘 해야 한다.'맨날 그런 말하면서 왜 엄말 그렇게 못살게 굴어요. 아버진 그런 말 할 자격도 없어요! " 

그 일이 있고 나는 아버지를 피해 다녔다. 

아버지도 그 동안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으셨는데, 그렇게 닷새 째 되던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다시 술을 들고 계셨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찾으니 어서 가보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실망이 컸던 나는 내 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안절부절못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안방으로 건너갔더니 아버지는 이미 잠들어 계셨다. 

잠든 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쇠약해 보였다. 하얗게 센 머리카락, 늘어진 눈꺼풀, 푹 패인 볼, 내려앉은 어깨, 핏줄이 심하게 불거진 가느다란 손.... 돌아서 나가려는데, 아버지 옆에 하얀 종이쪽지가 눈에 띄었다. 
얼마나 매만졌는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종이를 펼쳐 든 순간 눈앞이 흐려졌다. 

『 막내에게, 
미안혔다 』 

라는 단 두 줄의 편지.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아버지는 삐뚤어진 글씨로 그렇게 당신의 마음을 적어 보인 거였다. 
그리고 그 옆에 다 부서져 버린 초코파이가 있었다. 
눈도 안 맞추고 말도 하지 않았던 며칠동안, 마루에 앉아 주머니 속에서 자꾸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물 속으로 번져갔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