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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말 오래간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었습니다.
군 시절 읽었던 "1Q84" 이후 근 15년 만에 그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그의 유럽 체류기를 다룬 "먼 북소리"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것도 군시절 읽었더랬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달리기를..." 을 집으며,
병영문고에 두고 온 "먼 북소리" 도 다시 한 번 읽고 싶어 집었습니다.
하루만에 "달리기를..." 을 완독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실생활을 엿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가게를 접고 전업 작가로서 체력의 필요성을 느낀 계기와
그로 인해 그의 삶에 녹아든 "달리기" 라는 매개체가
어떻게 그의 삶의 태도를 바꾸었는지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을 마라톤과 비교하며,
단순 기록은 중요치 않고, 누구나 자신의 속도와 리듬으로 달리기를 대하듯,
각자 다른 인생 속에서 각자 자신의 속도와 태도로,
인생이라는 달리기를 해 나가면 된다는, 어떤 교훈을 주는 에세이였습니다.
문장의 깊이감, 글의 생생함, 경험에서 나오는 인생의 해학이 한데 어우러져
(그 답게) 아주 흡입력 있는 한 권이었습니다.
사생활 노출을 거의 하지 않는 그이기에
이런 글들은 독자에게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 오는 것 같습니다.
그의 면면을 보며, 저와 비슷하다고 느낀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는 영미권에서는 강연장에서 많은 청중을 상대로 강연을 하곤 하지만,
자국인 일본에서는 강연을 하지 않는다는 일화였습니다.
그 이유는 모국어인 일본어로 강연을 하려고 하면,
무언가 제대로 설명하려고
수만가지의 일본어 단어들 중에 하나를 고르는게 힘들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오히려 제한된 단어와, 제한된 문장을 써야만 하는 외국어의 경우에
어렵지 않게 청중앞에 설 수 있다는 에피소드 였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강남의 애플 기기를 판매하는 어느 매장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외국인 손님이 간혹 있을 때, 그들을 상대했던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마다, 단어를 고르고 상대의 의중을 헤아려야 했던 한국말과 달리,
(하루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영어 실력으로 오히려 더 자신있게 세일즈를 했던 것 같습니다.
책 속에는 이러한 그의 에피소드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나와 닮은 그의 태도와 관조적인 문장들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24년 새해부터 일본에는 지진 피해로 사상자가 많은 듯 한데,
부디 더 큰 피해 없이, 수습이 잘 되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