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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한 여자’ 제작진 “미야자키, 역사의식 없어”
게시물ID : movie_154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百年戰爭
추천 : 2
조회수 : 51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8/14 15:44:05
출처 : http://asset.hani.co.kr/arti/culture/entertainment/599494.html

“2차 대전 일본 전투기 개발자 미화”


일본의 전쟁 성애 영화 ‘전쟁과 한 여자’(감독 이노우에 준이치)를 만든 이들이 자국 만화영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을 비판했다.

일본 문화과학부 문화부장 출신 프로듀서 데라와키 켄(61)과 영화 ‘KT’(2002) ‘바이브레이터’(2005), TV드라마 ‘심야식당2’(2011) 등의 극작가 아라이 하루히코(66)는 “일본에서 미야자키 감독의 신작 ‘바람이 분다’를 봤다”면서 “한 마디로 말해 미야자키 감독은 역사 의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바람이 분다’는 미야자키 감독이 ‘벼랑 위의 포뇨’(2008) 이후 5년 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일본의 비행기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1903~1982)의 실화에 남녀의 순애보를 그린 호리 타츠오(1903~1954)의 동명 원작 소설을 더해 격동의 시기 젊은이들의 순수한 사랑과 꿈을 향한 열정을 아름답게 펼쳐놓았다. 일본에서 7월20일 개봉해 최근까지 흥행성적 1위를 질주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문제는 호리코시 지로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을 개발한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평화주의자, 반전주의자로 알려진 미야자키 감독이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한국은 물론 현지에서도 나오고 있다.

아라이는 “미야자키 감독의 인터뷰 등을 보면 ‘기술자에게 전쟁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호리코시 지로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건 말도 안 된다. 열심히 산 사람이 다 존경 받고 용서 받는다면 열심히 침략전쟁을 일으킨 사람들도 다 용서 받고 존경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라이는 “미야자키 감독이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산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면, 아니 비행기 기술자를 모델로 삼고 싶었다면 다른 사람을 주인공으로 했어야 한다. 왜 침략전쟁에 쓰이는 전투기를 만든 기술자를 모델로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A급 전범인 도조 히데키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도 나오는 것이 일본의 현실이긴 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이라면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결핵에 걸려 죽어가는 것 보다 전쟁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다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시나리오적으로 완성도가 낮은 영화”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런 미야자키 감독이 영화 밖에서는 헌법 개정에 반대하기도 하고,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면서 “이중인격적이다. 그런 발언을 하겠다면 영화에서 기본적으로 일본의 전쟁 책임론을 밝혔어야 한다”고 짚었다.

데라와키는 “전쟁에 대해서는 일본 전체에 책임이 있다. 도조 히데키 같은 전범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본다면 제로센을 만든 호리코시 지로도 전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시는 전시여서 각종 자원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래서 제로센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중국 등에서 자원을 약탈해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데라와키는 “얼마 전 아소 다로 부총리가 헌법 개정을 독일 나치식으로 하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과거 나치에 피해를 본 유럽인들에게 정말 부끄러웠다”면서 “그런데 미야지키 감독은 일본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다. 그런 인물에게 역사 의식이 없다는 사실에 아소 부총리에게서 느낀 것처럼 부끄럽기 그지 없다”며 혀를 찼다.

데라와키는 “‘바람이 분다’에는 일본인과 이탈리안, 독일인만 나온다. 어찌된 것인지 모두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들이다. 반면 피해를 입은 아시아 국가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바람이 분다’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1923년의 관동대지진을 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어떤 것들은 그리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 문제에 눈을 감는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작품에서는 그렇게 하면서 밖에서는 개헌이나 종군위안부를 비판한다는 것은 추하다. 그의 그런 발언들에 믿음이 안 간다. 헌법이 왜 생기게 됐는지 그 이유를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헌법을 지키자고 하는 것은 겉멋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런 사람이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이고, 예술가라는 것이 창피하고 화가 난다”고 비난했다.

아라이와 데라와키는 “일본에서 벌서 800만명이 ‘바람이 분다’를 봤다. 그 중에는 우익이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영화를 본 일본인들이 하나 같이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인들의 역사 의식이 어서 깨어났으면 한다”며 “우리 영화는 일본인이 전쟁의 책임에 대해 자문자답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보다는 일본인들이 많이 봐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바람이 분다’가 한국에서 9월에 개봉한다니 그보다 앞서 우리 영화도 한국인들이 많이 봐줬으면 한다. 특히 ‘바람이 분다’를 보려는 사람이라면 우리 영화도 꼭 봐서 두 영화를 비교해주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과 한 여자’는 제2차 세계대전 말을 배경으로 전쟁의 절망과 허무 속에서 허덕이는 알코올 중독 작가와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젊은 매춘부,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끊임없이 살인과 강간으로 여성을 유린하는 귀환 상이군인 등 세 사람이 이야기다.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파괴하고 망가뜨리는가를 보여주며, 일본의 전쟁 책임론을 제기하고 신성불가침적인 존재인 일왕에 직격탄을 날린다.

영화 곳곳에 여배우들의 음모 노출신, 여타 영화의 베드신을 능가하는 농도 짙은 섹스신, 가공할 살인 묘사신 등이 숱하게 등장하는 등 수위가 상당히 높다. ‘2013년판 감각의 제국’으로 불린다. 에구치 노리코(33), 나가세 마사토시(47), 무라카미 준(40) 등 일본 연기파 배우들이 주연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엣나인 필름 수입배급으로 15일 서울 사당동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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