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는 남편’ 숨어서 운다…매년 증가·신고율도 낮아
50대 초반의 ㄱ씨.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남모를 고민이 있다. 아내가 자신을 상습 폭행하기 때문이다. ㄱ씨는 당장 이혼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참기로 했다.
‘아내에게 매맞는 남편’은 실직 등으로 경제력을 상실한 남성들만의 이야기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그것만은 아니다. 경제력과 상관없이 아내에게 맞는 남편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남성고민 상담전화인 ‘남성의 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아내로부터 폭행을 당한 남편의 상담전화는 1142건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풍족했다.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은 “맞벌이하는 부부가 늘면서 남편에게 불만을 거침없이 표현하며 폭력을 쓰는 아내가 늘고 있다”며 “요즘엔 청소기나 의자를 던지고 칼을 휘두르거나 심지어 골프채로 때리는 등 폭력방식도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에 신고된 남편 학대는 전체의 3%에 불과하지만 남성들이 여성보다 신고하기를 꺼려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실제 매맞는 남편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경찰 추정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지난해 기혼 남성 2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폭언·무시 등 정신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남성은 59명(19.9%)이었으며 구타당한 사람은 33명(11.1%)이었다. 특히 흉기로 맞은 사람 5명, 목을 졸린 사람도 4명이나 있었다.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도 4명이었다.
매맞는 남편은 매맞는 아내와 비슷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이소장은 “남편 역시 가정 파탄을 막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참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소장은 “대화가 단절됐기 때문에 행동이 폭력적으로 가는 만큼 부부간 대화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일·박영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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