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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라는 낙인
게시물ID : gomin_15477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침묵사이렌
추천 : 10
조회수 : 63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1/12 00:12:39

가입하고 첫 글이 이런 고민글이 될 줄은 몰랐네요.

저는 장애인 동생을 둔 누나입니다.

스무살이 될 동안, 한 번도 동생을 부끄럽다거나 동생의 존재가 불행이라거나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지만

전 반대로 남들이 표면적으로 볼 가엾고 불행할 제 인생보다는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도 사회적으로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낙인들은 마음이 아픕니다.

서울시 모 소재의 중학교 시설에 장애인 직업 체험 센터 설립을 서울시 교육청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역시나란 말이 나오는것도 슬프지만서도..)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고 합니다.


일평생 장애인을 겪을 일들이 많지 않았을 비장애인들이다 보니, 장애인에 대해 편견이 생기는것도 이해가 가고,

그 편견이 오로지 그 사람들의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여과없이 쏟아져 나오는 차별적이고 비하적인 말들에 저는 마음이 욱신거립니다.


정신장애인들이 사고나 범죄를 많이 저지를 것이라는 편견과는 다르게도, 정신장애인들이 저지르는 범죄는 비장애인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수의 장애인들은 본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자각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잡힙니다.당연히 재범률도 극히 낮구요.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낙인이 이 모든것을 가려버린 채, 장애인은 위험하고 이상한 존재라고 만들어 버립니다.


전에 한 장애인이 아이를 추락사 시키는 일이 있었습니다.저 역시도 뭐라 말할 여지 없이 안타까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일에 관련하여 올라오는 글들의 댓글에 저는 상당히 마음이 아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이나 생각을 쓰며, 장애인은 무섭다, 위험하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오유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그나마 대놓고 차별적인 말들이 없었다는 것에 위안을 삼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살면서 만날 장애인들 중에 위험한 사람이 있을 확률과, 살면서 만날 비장애인중에 위험한 사람이 있을 확률 중

후자가 훨씬 더 높은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이라고 하면 위험하고 이상한 존재로 치부해버립니다.마치 낙인처럼요.


만약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사람 중 대다수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을 어딘가에서 추방하려 들거나 제한하려 든다면 남성들은 분명히 반발할 겁니다.

(남성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예시를 든 것입니다.저는 제가 겪는 불합리함을 다른 집단에 적용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범죄자들의 문제는 그 사람들의 문제이지, 그 사람들이 남성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고, 남성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다른 사람들까지 싸잡아 버리는것은 일반화의 오류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 역시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소수인데(그것도 비장애인들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 장애인이란 낙인으로 인하여 장애인이 저지른 한 번의 사건이 열 번의 사건만큼 부풀려집니다.


그래서 거동조차 불가능한 중증 장애인임에도 불을 내거나 하면 어쩌냐며 전셋집 계약을 거부당하고(저희집의 경험입니다),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먹고살 방법을 찾기 어려운 중에 실낱같은 희망과 마찬가지인 배움의 기회조차 거부당합니다.

직업 체험을 할 정도로 인지능력이 있는 장애인이라면 장애 중에 굉장히 경증의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장애인의 범죄율이 사실 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란 이유로 위험하다며 거부당하는 세상.


장애는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사실 이젠 잘 모르겠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징징거림이고, 내 주변엔 그렇게 장애인 차별하는 사람 없는데 유난이네?하는 사람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저는 제 삶의 대부분을 장애인과 뗄레야 뗄 수 없이 지내오고, 다른 대부분의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많은 사례를 보고 듣고 겪은 사람이라,

강건너 불구경같은 마음과 다르게도 피부에 느껴지고, 가슴에 박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더러 장애인이라서 혜택받는다, 역차별이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딸에게 나중에라도 거동조차 못하는 동생을 먹여살려야 하는 짐을 덜어주시기 위해,

발로 뛰고 땀을 흘리며 어떻게라도 동생이 홀로 설 수 있는 복지를 만드시려는 부모님의 노력이, 아직까지는 헛된 것일까요.


장애인의 누나라서 불행하지는 않습니다.정말로요.

하지만 때때로 마음에 박히는 가시들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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