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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히 가세요. 박의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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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당황스러우셨을까요?
사실 오늘은 시작부터 장난칠 생각에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역시
인사는 제대로 드려야 하는 게 맞겠죠.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의박 입니다.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모두 심술 맞은 장난으로 피해본 건 없으실까요?
부디 제 어색한 인사말이
만우절의 가벼운 첫 피해였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만우절을 맞아 작은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어렸을 때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
기억나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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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어느 늦은 저녁이었습니다.
TV에서는 한창 유행하는
저녁 연속극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형이랑 어머니랑 함께 오순도순 자리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형이 갑자기 이런 말을 건네줍니다.
"의박아, 너 사실 다리 밑에서 주워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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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 없이 풀 악셀을 밟는 듯한
출생의 비밀에 순간 넋이 나갔습니다.
저를 주워왔다고 하네요.
그것도 다리 밑에서 말이죠.
도저히 팩트체크를 할 길이 없으니
불안한 마음에 어머니께 질문 공세를 펼쳤습니다.
"엄마! 엄마! 나 주워왔어?? 아니지??
어디 다리에서 주워왔어?? 언제 주웠어??"
이쯤에서 한 가지 말씀드리는데,
저희 어머니의 눈치는
단 수를 메기지 못할 정도로
가공할 만한 경지이셨습니다.
형이 던진 멘트로 저를 놀릴 작전은
이미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대화조차 없는 무언의 협의가 완료된 것이었죠.
어머니께서 다정하게 한 말씀 건네주십니다.
"아이고.. 조금 나중에 이야기해 주려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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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말을 듣고 난 후,
불안의 불꽃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습니다.
거대한 화마가 마음을 휩쓸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의 불꽃을 잠재워야 할 물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는지 눈가에 맺히기 시작합니다.
어머니께서 뒤이어 한 말씀을 더해주십니다.
"집 앞에 개천 있잖아~ 네가 좋아하는 꽃다리~
거기에서 주워왔어~ 한 10년 됐나?
원래 부모님께서 오시면
너 다시 데리고 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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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그 말을 듣고 펑펑 울었습니다.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은 역사 왜곡으로,
있지도 않은 10년 전 다리 밑의 과거를 상상하며
설움을 토해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도 부끄럽지만,
사실 어린 시절 저는 놀림 맛집이었습니다.
조금만 놀림을 받아도 펑펑 울었거든요.
평생 울 것을 그때 다 울어버려서
지금은 눈물이 안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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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똥 같은 눈물을 잔뜩 떨구기 시작하니
그제야 만우절의 비밀을 얻어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당하고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놀리는 건 쉽더라도 달래는 건 어렵다는 교훈을
가족들에게 일깨워 줘야만 했습니다.
몸에 있는 수분을 모두 쥐어짜내어
통곡의 밤을 만들리라 다짐해 봅니다.
그 뒤로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효과가 확실했는지
그날을 계기로 강도 높은 장난은
더 이상 발생되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니
만 개의 빗방울 같은 눈물이 몰아치던
만(萬) 우(雨) 절(節)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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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과거의 이야기보따리를
술술 풀어보았습니다.
덕분에 짐이 조금 가벼워졌군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라는
보부상의 멘트가 떠오릅니다.
저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맞으니
보따리의 내용물이 궁금하신 분께서는
날마다 놀러 와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과거 만우절의 잔망스러운 일화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김의박 의지박약 상담소 - https://blog.naver.com/kevin3777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kim_uibak X - https://twitter.com/kimuibak 스레드 - https://www.threads.net/@kim_uiba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