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훈이아빠님의 글에 종교현상을 사변적이 아닌 실증적으로 반박할 근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사변적이라는 건 뭐고 실증적이라는 건 뭘까요?

사변적이라는 건 관념적이라는 말로도 치환이 가능합니다. 이 말은 의미를 추상적으로 구성해서 어떤 것을

인식한다는 뜻이죠. 실제와는 사실 상관이 없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반대의 입장에 있는 실증은 바로 눈에 보이는 실제의 세상에서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사변적인 무신론은 이러한 입장을 취합니다. 초월적인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애초에 신에 대한 어떤 

논의가 무의미하다는 것이죠. 신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하던 그것은 참과 거짓을 다룰 수 없는 대상이고, 그러기에 

애초에 논리적으로 다룰 필요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변적이라는 말은, 애초에 이러한 사고가 다분히 사고실험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죠.

신의 존재에 대해서 어떤 상상을 통해서 "인식 저 너머에 있을 수 있는 것" 이라는 암묵적 전제를 하고, 

"인식은 이 세상에 국한된 것을 의미한다" 는 인식론적인 사변적 추론까지 곁들여져 있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다 추론에 추론을 더한 사고실험이기 때문에 '사변적' 이라는 겁니다. 

거기에 대항해서 실증적인 학문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신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혹은 신을 인식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 

"아직 까지는 신의 존재를 가정 할 필요가 없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바로 과학적 방법론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논리에는 필연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과 

그래서 원인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그 결과가 있다는 이 전개를, 이 추론방식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바로 "실증적이다" 라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전에 이야기 했듯이 "실증" 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실제의 세상에서 참과 거짓을 가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원인은 항상 '과거'의 것이지요. 과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의 모습이 현재에 나타난다면 그것은

역시 현재입니다. 과거 자체가 모습을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 화석이 과거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지만, 화석 자체는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과거에 있었던 어떠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에는 바로 귀납적 추론방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증적인 것이 옳습니까? 과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어떤 고리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은 다분히 '사변적' 인 것입니다. 그것 자체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것은 추상적인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과학도 어떤 추상적 틀 안에서 현재를 해석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과학을 명증한 실증의 학문이라고 하는 건 조금

어폐가 있는 말입니다. 

이제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보자면, 사변적인 것은 추상적인 인간의 의미부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개념" 이라고 불리는 그것이지요. 

그래서 아이잭토스트님도 말씀하셨듯이 "유전자" 자체는 사변적인 개념입니다. 

유전자 자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DNA 라는 물질이 존재하고 그것이 정보를 전달한다고 했을 때, 그러한 것을 수행하는 것을 "유전자" 라고 부르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DNA 는 실증적인 것이고 유전자는 사변적인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DNA 또한 "개념" 이 들어간 것 이기 때문입니다 .deoxyribonucliec acid 라는 말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그 안에 개념이 들어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개념은 또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요? 

이 모든 것이 그냥 그대로 존재하는 것을 개념화를 통해, 다른 말로 하면 "사변화" 를 통해 하나의 체계로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모든 개념은 관념이고 사변적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