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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umorbest_1549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되요
추천 : 267
조회수 : 3476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7/01/07 14:48:36
원본글 작성시간 : 2007/01/07 13:54:36
그 남자의 이야기..
그 남자는 27살입니다. 게임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창한 대학교는 아니지만 이름있는
대학교를 올해 졸업합니다. 의사와 결혼한 큰누나와, 서점을 운영하는 작은누나 그리고
그 사람은 부유한집 3대독자였습니다.
27살까지 동정이었고, 누구에게나 다정했으며, 단 하루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여자의 이야기
그 여자는 25살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새엄마와 마찰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친구집에 머물면서 그 당시 나이로 일할곳이 없어서
다방을 다녔습니다. 의지할데도 없고 정도 없어서 자신에게 조금만 잘해주면 호감을 가지고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줄 알고 모든걸 다 해줬습니다.
2번의 동거와 4번의 낙태와 1번의 출산과 입양....
그리고 자신은 그냥 한번 놀기 좋은 상대였다는걸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이야기..
커피숍에서 일을 하면서 주말에 게임방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옆 자리에는 그 남자가 있었지요
컴퓨터를 잘 못하는 탓에 헤메고 있는 도중 그 남자가 옆에서 이것저것 가르쳐 줬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놀러온 손님인줄 알았습니다. 첫 인상이 사람을 참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가로세로 퍼즐을 하다가 그 남자와 친해졌고 그렇게 몇번을 우연처럼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느날, 그 남자가 밥 먹었냐고 물어 봤습니다. 아직 먹지 않았다고 하자 밥 먹으로 가자고
하는 겁니다. 자기 오늘 월급 받았다면서 맛있는거 사준다면서요..(사장인줄은 몰랐습니다)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입구부터 고급스러보이더군요..
메뉴판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여기서 일주일 먹으면 제 한달 월급이더군요.
그렇게 부담스러운 밥을 먹고 (밥을 먹었는지 삼켰는지 별로 기억이..)
나중에 영화라도 제가 한편 보여 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후에 주말에 영화를 보여 달라고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얼버무리더군요 (나중에 안거지만 회원정보를 보고 알았답니다)
영화를 보고 둘이 술을 마셨습니다. 그 남자는 참 술을 못합니다. 맥주 2잔 정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자기와 친구 하자고 합니다.
내가 나이가 2살이나 적은데 어떻게 친구 하냐고 하니까 그럼 오빠라도 하잡니다.
그렇게 오빠 동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 저에게 정말 잘해 주었습니다.
주말마다 좋은데 데려 간다고 전국을 여행다니고 맛있는 집은 다 찾아 가 본거 같습니다.
등산이랑 여행이랑 놀이동산이랑 그렇게 8개월이 꿈처럼 지나갔습니다.
그 8개월동안 그 사람.. 등산할때랑 놀이동산 할때 빼고는 제 손조차 잡기 어려워하더군요.
자기 애기도 버린년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하는 죄책감과 그 사람에게 참 미안했습니다.
얼마전 작은누나 생일이라고 초대를 받았습니다.
가야하나 참 많이 망설이고 있던 도중 그 사람이 집까지 찾아와 같이 가지고 해서
하는수 없이 따라 갔습니다.
집이 정말 좋았습니다.. 정말로.. 부모님 모두 인자해 보이시고..
가족들 모두 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뭐랄까 삶이 어렵지 않은 그런 여유가..
참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다행히 망설일만한 질문은 하지 않아서 별 탈없이 인사를 드리고 왔습니다.
인사를 다녀와서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사람은 저에대해 아무것도 모릅니다.
부모님이 재혼하신것과 경제력이 없다는것. 동거도 하고 낙태도 해봤다는거.. 그리고 ...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사람 떠날테지만 아니. 당연히 떠나야 하지만
이기적인 마음에 행복함 때문에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지만 더 늦출수는 없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할말이 있다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 너무 밝은 표정으로 꽃과 팔찌를 사가지고 왔습니다.
무슨 할말 이냐며 해맑게 웃는데 차마 말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보고 싶었다고 그랬습니다. 그렇게 둘이 술을 마시면서 분위기를 잡았습니다.
나 할말 있는데 괜찮겠냐고.. 그 남자 눈치를 챘는지 말을 합니다.
과거 이야기 할려고? 사람 죽인 적만 없으면 나머지는 다 자기가 책임져 준다고 합니다.
자기 돈도 잘 벌고 모아논 돈도 있고, 능력도 된다고 다 괜찮다고 합니다.
네.. 저 그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남자가 호기로 말한 것이라는거..
나 같은거는 그냥 남자들이 생각하는 과거랑 차원이 틀리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만 그냥 이대로 있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그 남자 집에 같이 갔습니다. 몇번 와본적은 있지만 밤에 와본적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 술기운에 못이겨 잠이 들었습니다.
자고 있는 모습 바라보고 있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옆에서 소리 죽여가며 울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울다가 그 남자 품에 안겼습니다.
자다 깬 그 사람의 심장소리가 정말 크게 뛰었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원해서 사랑을 했습니다. 참 따뜻하더군요..
사람품이 그렇게 따뜻하단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전 오늘 그 사람을 보내려 합니다.
용서 받으려 하거나 이해를 바라는건 아닙니다.
분명한건 그 사람은 나 같은 여자 만나면 안되고 훨씬 좋은 몇백배 좋은 사람 만나서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고 난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하는 사람입니다.
과거를 말하고 그동안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 이번생이 아니라 다음생에 다시 한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는 정말 내 삶을 쓰레기처럼 쓰지 않고 나 자신을 당당하게 만들어서
그 사람 옆에서 지켰으면 합니다.
긴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데도 하소연 할때가 없었습니다.
들어줄 친구도.. 아는 분들도 없어서 이곳에 이렇게나마 적어 봅니다.
욕도 감사히 듣겠습니다. 쓰레기든 걸레든 내가 스스로 그렇게 만든것이니까요.
다만 지금 어린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동생들 이라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정말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 나타났을때
그때 자신이 초라해지지 않을수 있게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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