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망은 거섭 2년(기원후 7년)에 화폐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왕망이 화폐제도를 개혁하긴 이전의 통화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오수전 하나뿐이었습니다. 왕망은 우선 대전(大錢 : 대천大泉)＊계도(契刀)＊착도(錯刀)라는 세 종류의 새로운 화폐를 주조해서 오수전과 함께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대전은 직경 1촌(寸) 2분(分: 26mm 이상), 무게 12수(銖)로, 이것을 오수전 50개의 가치를 갖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대전에 칼을 붙인 모양을 한 계도는 길이 2촌(46mm)으로, 오수전 500개의 가치에 상당했으며, 착도는 이 계도에 다시 황금으로 문자를 기입한 것으로 오수전 5000개의 가치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고액거래용으로 위와 같은 대전＊계도＊착도를 주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왕망이 황제 자리에 오른 시건국 원년(기원후 9년)에는 계도와 착도, 오수전을 폐지하고 그 대신 직경 6분(14mm 미만), 무게 1수의 소전(小錢 : 소천小泉)을 주조하고 이것을 1전으로 삼아 대전과 함께 통용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무제 이후 화폐의 기본형식이었던 오수전은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이 개혁의 이유는 오수전이 한의 통화고, 또 계도와 착도 등 도전(刀錢)의 도(刀)라는 문자는 한왕실의 유(劉)씨 성과 관계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오수전을 폐지하고 소전을 새로 주조하게 된 것은 오수전이 한왕조의 통화였다는 이유 외에 이것과 대전과의 실질비가를 정정하려는 것이었는데, 그래도 무게 1수인 소전 50개가 무게 12수인 대전 하나에 해당하였기 때문에 그 비가는 여전히 균형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소전을 녹여 대전을 도주하는 자가 속출하여 민간에서 동과 숯의 보유를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시건국 2년(기원후 10년)에 왕망은 더욱 복잡한 화폐 제도의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금＊은＊구갑(龜甲)＊조개(貝)＊구리(銅)를 재료로 한 6형식 28종류의 화폐를 제정하여 이것과 대전＊소전을 나란히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 복잡한 제도였습니다. 가령 동화(銅貨)의 경우 우선 그 형식은 전(錢)과 포(布)로 나누어져 전에는 무게 1수인 소전에서 무게 12수인 대전에 이르기까지 6종류가 있고 포에는 다시 10종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여러 형식의 화폐는 실제로 유통되지 않았습니다. 이 개혁의 결과 유통된 것은 소전과 대전뿐이었고 게다가 민간에서는 금지된 오수전이 여전히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천봉 원년(기원후 14년)에는 이 대전과 소전도 폐지하고 대신 화포(貨布)와 화천(貨泉)이라는 두 형식의 화폐를 만들었습니다. 이 화폐는 둥근 모양에 네모난 구멍이 동화로 무게는 5수, 표면에는 화천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오수전의 이름을 바꾸어 다시 만든 것이었습니다. 화포는 전국시대의 포전(布錢)을 모방한 것으로 그 명칭 역시 「주례」의 기사에 따른 것이고, 무게는 25수였습니다. 화천 25개가 화포 하나에 해당하였기 때문에, 화천 5개를 화포 하나로 바꾸면 도주자(盜鑄者)의 이익이 막대해졌습니다.

 

이와 같이 왕망시대의 화폐정책은 자주 바뀌었고 내용도 매우 복잡했습니다. 왕망은 화폐정책을 강행하기 위해 화폐를 몰래 만드는 자를 사형에 처하고, 정당한 화폐 이외의 화폐를 소지하거나 새 화폐제도를 비난하는 자는 유배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위반자는 계속 나왔습니다. 그 때문에 형벌을 완화해서 위범자를 관노비로 삼는다든가 혹은 강제노동에 충당시키고, 그 이웃 다섯 집도 같은 죄를 씌우는 등의 방식으로 화폐정책의 유지를 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화폐 정책은 사회에 커다란 불안과 동요를 불러 결국에 이르러서는 왕망정권의 붕괴 최대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출처 : 중국의 역사 「진한사」, 위진남북조사(노관), 사기 평준서,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