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 사람이 끝을 냈었거든요.
그리고 늘 돌아왔어요.
화가 나면 입을 닫아버리고 귀도 닫아버린채 죽은듯 소식조차 없던 사람.
혼자서 조용히 화가 풀리면 사과하고 돌아오는 사람.
저는 그 사람에게 또 다시 잠수하면 그냥 너도 나도 연락말자, 그걸로 그냥 끝내자했었어요.
헤어질 요량이 아니라면 하루 한번 생존신고 정도는 하자고.
몇번인가는 그 사람도 그렇게 해줬어요.
그런데 워낙 성격이 그런지 결국에 다시 잠수를 하더라구요.
저는 많이 우유부단해요.
끝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끝나지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한달을 서로 연락도 없이 지내다 제가 먼저 연락을 했어요.
제대로 끝이라는 얘기를 들으려고.
헤어지지 못했어요.
사과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얘기에 져버렸어요.
이것이 긴 줄다리기 같은 싸움인지 사랑인지 잘 모르겠어요.
워낙에 그런 사람이니까. 그 마음으로 3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거같아요.
내 밥 위에 늘 생선 살을 발라 올려주고 맛있는 반찬은 항상 먼저 챙겨 내 앞에 놔주고 그래서 자기는 밥도 제대로 못먹던 모습에 반했나봐요.
그 모습이 지난 시간을 버티게 해준거같아요.
10분 거리에 살면서 평일에 만나지않는것도
토요일 3시간의 데이트도, 간헐적인 일요일 4~5시간의 데이트도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어요.
집에 들어가면 연락이 안되는것도 그럴 수 있다 생각했어요.
근데 이제 알아요.
피곤해서 데이트가 일찍 끝나는것도
일찍 자느라 연락이 안되는것도
내일 출근해야하니까 오늘 못만나는것도
다 결국 나와의 만남이 즐겁지않기때문이란거.
그래도 괜찮은줄알았어요.
재미는 없어도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행복하니까.
같이 걸을땐 먼저 손내밀어 잡아주고 같이 누울땐 팔베개하고 안아줬으니까 사랑받고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랑받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화도 카톡도 무시당하고 보니까 그게 아니었나보다 하게 되네요.
얼마전 평일인데도 연락도 없이 새벽까지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는거 보고 화가 났어요.
난 평일에 10시만 넘어가면 연락도 못했는데.
그 사람이 자야하니까.
평일에 만나서 저녁 한끼도 못먹었는데.
서로 다음날 출근해야하니까 늦어지면 피곤하니까.
데이트해도 12시가 되기전에 집에 가야했는데.
모텔가면 잠들어버릴테니까.
왜 나만?나랑만?
그렇게 싸웠어요.
그리고 역시 연락을 안받더라구요.
헤어지자고 메세지를 보냈어요.
답장은 하지않아도 된다고요.
그리고 전부 지웠어요.
이제 겨우 3일 됐네요.
왜인지 끝났다는 기분이 들지않아요.
헤어지는 방법이 너무너무 싫어하는 방법이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연락이 안되니까 만날수도 없었으니까...
끝이 났는데도 실감이 되지않아요.
하소연할데가 없어서 그런가봐요.
어딘가에 털어놓고싶었어요.
이런 얘기하게돼서 미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