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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죽게 놔둔 이유
게시물ID : freeboard_20306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일만
추천 : 0
조회수 : 105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08/24 00: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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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죽게 놔둔 이유


2300년 대한민국. 끝없는 인구 감소 끝에 모두 죽고 최후의 2인이 남았다. 두 노인은 이제 자신들이 노화하면 대한민국은 끝임을 받아들였고, 남은 인생 동안 서로 돈독하게 지내기로 약속했다.


어느날 김이 말했다.

“문근아, 떡 먹자.”

만화책을 읽던 장문근이 고개를 들어보니 과연 김의 손에 떡이 들려 있었다. 쟤는 저런 걸 대체 어디서 자꾸 구해오는 걸까? 아무튼 두 사람은 떡을 먹기 시작했다. 비록 오랫동안 냉동되었던 것이지만 썩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그런데 김이 갑자기 컥컥 소리를 내며 장문근의 팔을 쳤다. 만화책을 읽으며 떡을 먹던 장문근이 고개를 들어보니 김이 한 손으로는 목을 움켜쥐고 한 손으로는 다급하게 김을 치고 있었다. 목에 걸렸구나! 김은 장문근이 하임리히법을 자신을 구해주길 바랐다. 그런데 정작 장문근의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잠깐 미간을 찌푸리더니 금세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보고 김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새끼, 도와줄 생각이 없구나!

김은 절망과 공포를 느끼며 서서히 의식을 잃었다. 질식 일보 직전이었다. 김은 목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김의 몸이 완전히 움직임을 멈출 때까지, 장문근은 그 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의식이 완전히 꺼지기 직전, 김의 머릿속에는 단 한 줄의 의문이 떠 있었다.

‘대체 왜…?’


*


김이 죽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장문근도 노화해 죽고 말았다. 장문근과 김은 저승에서 만났다. 김은 장문근을 보자마자 뛰어왔다. 마음 같아서는 뺨을 한 대 갈기고 싶었지만, 분풀이보다 더 빨리 하고 싶은 일이있었다. 대체 왜 그랬냐고 묻는 일이었다.


“왜 그랬어? 나를 죽게 놔둔 이유가 대체 뭐야?”

“그건…”

장문근이 망설이다 말했다. 나는 22년생이고 너는 23이라 엄연히 내가 형인데, 어느날인가부터 네가 나를 형이라고 부르지 않고 말을 까길래 그랬다는 것이었다.

김은 너무나 기가 차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한 삼사개월 정도 밖에 차이 안 나잖아? 게다가 나라가 소멸하기 직전인데 호칭이 그렇게 중요해?”


그러자 장문근은, “형은 형이지”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는 것이었다.

 

 

이유.jpg

사진 출처 : unsplash.com (무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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