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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은 집에서 요리를 하다가 전화를 한 통 받았다.
“8670 차주 분 되시나요?”
모르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네. 무슨 일이시죠?”
미연은 살짝 경계를 하며 말했다.
“죄송하게도 제가 차를 살짝 박은 것 같은데요. 잠깐 내려와서 봐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 참. 전화를 끊고 미연은 혀를 찼다.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차인데.
집 앞으로 내려가 보니 젊은 남자가 미연의 차 앞에 서 있었다. 창백한 얼굴에 마른 몸. 미남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추한 얼굴도 아니었다. 남자는 미연을 보더니 다가오며 말했다.
“잘 살펴보니까 다행히 차에 이상은 없는 것 같네요. 한번 보시겠어요?”
“어디를 박은 거죠?.”
미연의 질문에 남자는 프론트범퍼를 가리키며 여깁니다, 라고 말했다. 미연은 범퍼 앞에 쪼그리고 앉아 차의 상태를 살폈다. 확실히 눈에 띄는 손상은 없었다. 미연은 한발씩 옆으로 옮겨가며 전면부 전체를 살폈다. 남자가 뒤에서 자신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윽고 미연이 일어나며 말했다.
“이상 없는 것 같네요. 그냥 가셔도 될 것 같아요.”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명함 한 장 드리고 갈게요.”
미연은 남자가 공손하게 내미는 명함을 받아 들었다. 미디어계를 주름 잡는 어느 엔터기업의 명함이었다. 콘텐츠수출1팀 김명훈 대리, 라고 쓰여 있었다. 이상한 사람은 아니구나. 미연은 괜히 안심을 했다. 그런데 김명훈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어디 이상 있으면 전화주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름은 왜요?”
“제가 모르는 안 받아서요. 전화주실 수도 있으니 저장해두려고요.”
“됐어요. 그냥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아니오. 전에도 이랬다가 상대방이 나중에 경찰을 부른 적이 있어서, 연락처 갖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냥 미니 차주라고 해두시면 될 거 같은데요.”
“제가 이름으로만 저장을 해서…”
미연은 순간 짜증이 났다. 빨리 김명훈을 돌려 보내고 싶은 마음에 아무 이름이나 대기로 했다.
“김현지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가볼게요.”
김명훈은 별 다른 말 없이 사라졌다.
*
다음날은 복날이었다. 미연에게 그 말은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삼계탕집에서 하루종일 일을 도와야 한다는 뜻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장사를 끝내고 스마트워치를 보니 걸음 기록이 3만보나 되었다. 미연은 엄마아빠에게 힘 없이 인사를 한 뒤 자취방으로 돌아가 곧장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보니 어제부터 뭔가 찜찜한 게 있었는데. 그게 뭐였지… 미연은 생각을 채 마무리 하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쉬는 날이었다. 부스스한 얼굴을 미연은 양치를 하다, 문득 어제부터 찝찝한 게 뭐였는지 생각났다.
시발!
김명훈은 분명 걸어서 사라졌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하면… 잠깐 확인을 해보자.
미연은 서둘러 차로 내려가 블랙박스를 켰다. 김명훈은 확실히 걸어서 미연의 차로 접근했다. 그리고 차량을 물끄러미 보다가, 앞유리에 적힌 번호를 보고 휴대전화를 누르고 있었다. 애초에 차를 박았다는 게 거짓말이었던 거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갑자기 문자가 연달아 왔다. 미연은 공포와 절망감으로 인해 새어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집에 없네… 어디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