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갓 대학생 생활을 하던 1999년에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마다 용산 전자상가에 가서 그런 게임들이 들어간 패키지들을 구경하다가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으면 하나씩 사서 가방에 넣고 집으로 가져와 컴퓨터에 설치하고 해보는 것이 작은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구입한 게임들 중 하나가 이번에 소개할 파라오입니다.
파라오는 전작인 시저3처럼 플레이어가 도시를 건설하는 게임입니다. 다만 시저3가 로마 제국이 배경이라면 파라오는 그 이름처럼 고대 이집트가 시대적 배경이었죠.
위에 보이는 스크린샷처럼 게임 파라오에서는 피라미드나 스핑크스처럼 고대 이집트를 상징하는 유명한 건축물들을 직접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파라오의 가장 재미있는 특징이었죠. 또한 도시를 건설할 때, 처음 집을 지으면 단순한 천막 형태인데 여기에 식수와 음식과 도기 및 맥주 같은 각종 생활용품들을 공급해 주면 점점 크기가 넓어져서 거대한 귀족의 대저택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이었습니다.
전작인 시저3에서처럼 군대를 만들 수 있었는데, 시저3에서는 없었던 해군이 추가되었고 고대 이집트라는 시대적 배경을 감안해서 기병 대신에 말이 끄는 전차 부대가 등장했습니다. 시저3에서 보병인 군단병이 가장 강했던 것과는 반대로 파라오에서는 전차 부대가 모든 군대 병과들(궁병, 보병, 전차병) 중에서 가장 강력했죠. 다만 전차 부대는 전차를 따로 만들어야 해서 무기와 목재 같은 자원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확장팩이 나오지 못했던 시저3와는 달리 파라오는 확장팩인 클레오파트라도 나왔는데,게임의 배경이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다스리던 헬레니즘 시대라서 알렉산드리아의 등대나 왕가의 계곡 같이 새로 추가된 거대 건축물들도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맨 위에 링크해 놓은 유튜브 영상에서 나오는 것처럼, 게임을 하면서 고대 이집트풍의 멋지고 아름다운 배경음악들을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도 파라오는 안 하지만, 저 배경음악들은 자주 생각이 날만큼 잘 만들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게임을 하다보면 기원전 3300년 전의 고왕국 시대로부터 로마에게 정복을 당한 헬레니즘 시대 말기에 이르기까지 약 3천 년의 고대 이집트 역사를 충실히 배울 수 있게 되어서 매우 유익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원본과 확장팩 모두 한글로 번역되어 출시되었는데, 확장팩을 설치하면 가끔 에러가 발생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충실히 번역도 잘 되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