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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에 투신했다는 베오베를 보고 쓰는건데요.
게시물ID : gomin_15517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진기행
추천 : 12
조회수 : 852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5/11/20 01:09:55

저는 농약파는 곳 가서 아무거나 하나 사서 먹고 죽으려 했던 적이 있어요. 
아버지한테 맞기 싫었어요. 사실은 맞는 건 그래도 견딜 수 있었는데 어머니가 맞는 날 보고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행동해서 그랬는지도요. 아주 어릴 적부터 그 때까지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맞아서 병원에 갔을 때 진료했던 의사가 가정폭력으로 신고해주겠다고 했는데 제가 잘못해서 맞은 거라고 했어요. 틀린 말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일주일정도 지나고 나서...그런 짓을 했죠.
술에 타 먹고서, 정말 죽은듯이 누워있었어요.
사실 한번도 다른 사람들에게 죽고싶단 말 한 적도 없고 넌 헤헤거리니 걱정없겠단 말만 듣고 살았어요.
그냥 행복하고 밝고 그런 것만 감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힘든건지도 아예 깨닫질 못했었어요. 그러면서 죽으려했다니 참 모순적이죠.
근데 약 먹고나니까 내가 너무 외로웠고 아팠고 힘들었었단 걸 그제야 알겠더라구요. 비참하고 외로웠고...그걸 깨닫고나서야 한번이라도 잘 살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119 불렀어요. 약 때문인지 몸도 못가누겠고 말도 안 나오는데 내 스스로가 어이없어서 피식피식 웃으면서 약을 먹었다고 와달라고 했어요. 아직도 구급대원분들께 죄송해요..
병원으로 이송됐는데...구급대원분들이 약을 발견을 못해서 가족들이 가져오길 기다리는 바람에 정말 죽을 뻔 했고 중환자실에 며칠 있다가 일반 병실에서 회복하고 퇴원했어요. 목이 거의 흡착돼서 의료진들이 떼냈대요. 그 때 정말...의식이 있었다 없었다 했지만 신체적으로도 고통스러웠어요. 
그 후로 정말로 잘 살려고 노력했어요. 정신과 치료도 거부했어요. 내가 노력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죽으려하지 않을거라고. 학교는 그만뒀지만 대학도 가고 봉사활동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했구요.

여기까지는 베오베의 글과 비슷한데요.
몇 년 후에...다시 그런 시도를 했어요. 
살려고 노력해서 적어도 겉보기엔 남들과 똑같아졌어요. 어느정도 제 상태에 대해서도 인지하게 되었구요. 
그런데 마음에 구멍이 생겨서 낫질 않더라구요. 딱히 큰 일 없었는데. 모든 일이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고 중요하지도 않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행복할 것 같지 않고, 앞으로의 미래가 전혀 기대가 되지 않아서.
그래서 시도했다가 정신과에 입원도 하고 뇌손상으로 치매 관련 약도 복용했었어요. 아, 그건 지금도 먹고 있네요.
이번에는 정신과 치료 잘 받고있어요. 약도 꼬박꼬박 먹구요. 비싼 돈 내고 상담까지 받아요.
근데 잘 모르겠어요. 마음이 찌릿하게 아파요. 이 굴레가 다시 반복되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 고민게시판 보면 다들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아플까. 그럼에도 왜 계속 살아갈까. 난 그렇게 크게 행복하지 않아도 되니까 안 아팠으면 하는데. 
진짜 웃긴 거 알지만 시간이 약이 되줄거란 희망이 아른거려요. 기댈 사람이 생길거라는 희망도. 나아질거라는 희망도.
의사 선생님은 내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건 내가 놓고 있어서 그렇대요. 꽉 잡고 있어야 한대요. 절대 놓치지 않게. 모르겠어요. 여러분도 그런가요? 다른 사람들은 쉽게 많은 걸 붙잡고 있는 것 처럼 보여요. 난 내 목숨 하나 붙잡기도 벅찬데.
며칠간 갑작스레 불안해서 잠을 잘 못잤어요. 먹으면 토하느라 제대로 된 식사도 잘 못했구요. 그래도 오늘은 뭐라도 먹었고 잠도 잘 올 것 같네요.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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