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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소설이 안 써졌다. 워드 프로세서를 켜놓고 한참 궁리를 해봤지만 한 문장도 써지지가 않았다. 이야기의 재료라고 할 만한 어떤 것이 자신의 내면에는 없는 것만 같았다.
박은 일단 다른 사람들의 소설을 읽어 보기로 했다. 박은 매일 저녁 퇴근하면 도서관에 가 소설을 읽었다. 어느날은 세간의 평가도 좋고 자신의 취향에도 꼭 맞는 외국인 소설가 A를 알게 됐다. A의 작품을 몇 권 읽고 인터뷰를 찾아보니, 그는 젊은 시절 야구장 외야에 앉아 있다가 시원한 안타를 보고 ‘그래, 소설을 써야지’라고 결심했다고 했다. 박은 그 얘기를 보며 결심했다. ‘일단 야구를 봐야겠구나.’
박은 야구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야구 마니아인 친구 홍을 찾아갔다. 홍은 뭐 어려운 얘기도 아니라는듯이 박을 데리고 야구장에 갔다. 두 사람은 외야석 어느 곳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홍은 그 선수가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는지, 특기는 무엇이며 별명은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복잡한 플레이가 나와도 설명을 들으니 잘 이해가 되었다. 두 사람은 곧 선수 응원가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박은 가슴이 벅차왔다. 이토록 재밌는 걸 그 전에는 왜 모르고 살았나 싶었다.
첫 직관 이후 박은 야구에 심취했다. 그는 퇴근하면 도서관 대신 야구장에 갔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더이상 볼 게 없자 그는 해외리그나 야구 관련 영화, 심지어 다큐멘터리까지 찾아봤다.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진 후였다. 박은 그렇게 야구 마니아가 됐다.
*
여기까지 쓰고 나서 김 기자는 박에게 물었다.
“그렇게 해서 야구 유튜버가 되셨다는 말씀이죠?”
“뭐, 그렇죠.”
“사소한 계기였는데, 결국 100만 유튜버가 되셨네요.”
“인생이란 어떻게 풀릴 것인지 모르는 것이더라고요. 야구 경기와 같이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끝으로 인사 말씀 청해 들으면서 오늘 인터뷰는 마치겠습니다.”
“전국의 야구 팬들 여러분, 앞으로도 야구 전문 유튜브 ‘야구와 인생’ 많이 사랑해주세요!”
“감사합니다.”
*
김 기자는 마지막 멘트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인터뷰 원고를 정리했다. 박은 잠시 휴대폰을 보다가, 문득 김 기자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다.
“기자님은 어떻게 기자가 되셨나요?”
“저는…”
김 기자는 잠시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노트북의 덮개를 덮고 말했다.
“스타트업으로 돈을 벌고 싶었는데요. 성공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어떻게 일했는지 궁금해서 그들을 찾아가 공부를 했어요. 그리고 그걸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그 이야기들을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인터뷰 전문 기자가 됐습니다.”
“인생이 참, 어떻게 풀릴 지 모르는 것이군요.”
“야구 경기처럼 말이죠?”
“맞습니다.”
박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김 기자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 기자는 흔쾌히 그 손을 잡았다. 박은 힘을 주어 상대방과 악수를 했다.
사진출처 :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