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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자소설쓰기 - 또 잊고 있었군
게시물ID : freeboard_20337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테비아쩔어
추천 : 5
조회수 : 9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24/10/16 00: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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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500자 소설 쓰기 1.

 

"무섭냐고? 굿값이라고 불렀을 금액을 모르니 전혀 모르겠는데? 원귀? 그런 거야 믿는 사람들 문제고, 난 귀신보단 매달 내는 전기세가 더 무섭거든."

 

병오의 말에 방금 전까지 무서운 이야기로 쫄아들고 있던 얼굴들이 활짝 펴졌다.

 

"그럼, 살면서 보지 못한 귀신보단 돈이 더 무섭긴 하지."

"듣고보니 최후의 승자는 무당이네. 퇴마도 하고 지갑도 배불렸으니까!"

 

공포에 물들어 창백했던 얼굴들이 이젠 희희낙락 조명보다 밝은 빛을 낸다. 오히려 점점 얼굴이 굳는 건 병오였다.

 

"생각해봐. 얼마까지 치를 생각이었을까? 뭐, 대충 억 단위로 넘어가면 자기 딸년보고 그냥 귀신이랑 한 몸에 살아보라고 하지 않았을까?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었어도 무당을 찾았겠냐고? 반대로 몇 천 만원에 퇴마가 된다면, 원귀의 한이 신형차 한 대 값이란 말인데, 내가 원귀면 당장 무당 모가지부터 비틀어버리지. 그깟 푼돈으로 합의가 말이냐?"

 

셈하느라 바쁜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500자 소설 쓰기 2.

 

문이 만들어졌다.

말은 할 수 있어도 생각하지 못하고 감정표현만 가능한 특이한 문이었다.

 

"오늘 날씨 좋지 않아?"

"맞아, 하늘이 아름답네!"

 

사람들은 오고가며 문에게 말을 걸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지루하거나 외롭지 않았다. 문은 어땠는지 몰라도.

 

"점심은 뭐가 좋을까?"

"몰라! 난 못 먹는다고."

 

오래지 않아 문은 친절함을 잃었다. 어째서인지 늘 화가 나 있었다. 더는 누구도 문에게 인사하지 않았다.

문은 금방 낡아버렸다. 기름칠하지 않은 경첩은 삐걱삐걱 소리를 냈다.

하루는 그런 문에게 낯선 여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맞은편의 문이 네가 보고싶데."

"맞은편? 거기도 문이 있어? 나같은?"

 

그 후로 문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말을 맞은편 문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덕분에 문은 다시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지켜보던 여인은 바닥에 분필로 문을 그렸다. 엉성하게.

 

"뭐, 누구도 손해보지 않았으면 된 거 아냐?"

 

 

 

500자 소설 쓰기 3.

 


슈퍼맨이 베트맨보다 못한 게 있다면, 딱 하나다.

사회성.

대부분 베트맨의 돈부터 떠올리지만, 아니다. 슈퍼맨이 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소리다. 그에게 돈이 문제일 수 있을까? 문제였다면, 진작 렉스 루터부터 삥 뜯었겠지.


자유민주주의라 쓰고 자본주의라 읽는 나라에서 영웅이던 슈퍼맨이지만, 그가 영웅일 수 있었던 건 사회성의 결여 때문이다. 돈이 문제인 나라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초월자. 사회성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었을 리가?


그러니 요령 있게 살아온 베트맨 눈에는 슈퍼맨은 그저 철부지다. 그가 인생의 무게를 알까? 접시만 닦아도 기계보다 빨라 시급도 두 배로 받을 놈이? 덕분에 뭐든 아낄 줄 모른다. 최악의 파트너다. 최근에도 악당에게 베트카를 내던졌다.


그럴 때마다 베트맨은 클립토나이트를 만진다. 렉스 루터를 불러 슈퍼맨 목에 클립토나이트를 휘감는 상상을 한다. 물론, 상상은 오래가지 않는다.


그런다고 애송이가 돈 무서운 줄 알게 되는 건 아니니까.

 

 

 

-

 

어쨌든 늘 쓰고는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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